여름, 런던, 공원 그리고 오픈 에어 시어터
벌써 1년이 지난 추억입니다.
언뜻 음향기기에서 나오는 '마찰음' 같았고,
머릿속을 흐르는 '시냇물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그 기억 속엔
런던 London의 수많은 공원들 가운데 한 곳에서 담아온
생생함이 담겨 있습니다.
1년이 지나 다시 돌아온 이 여름에,
스테레오로 잘 녹음된 '효과음'처럼 풍성한 기억을
금세 소환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에든버러에서의 3박 4일은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이 오묘합니다. 프린지 페스티벌과 하이랜드 투어, 밀리터리 테투, 에든버러 캐슬 등등.(기회가 된다면 에든버러 Edinberg에서의 이야기도 나누고 싶네요) 시공을 초월한 다소 비현실적인 며칠을 보낸 후, 목요일 오전 10시 30분 우리는 에든버러 역에서 서둘러 런던행 기차(Virgintrains)에 몸을 실었습니다. 러닝타임 4시간 20분의 영화 같은 영국적인 풍경 Scenery 속을 뚫고 기차는 런던의 킹스크로스 London Kings Cross역에 도착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제가 심혈을 기울여 고르고 준비한
여행용품은
'패브릭 돗자리'와 정말 작게 접히는 '캠핑의자'였습니다.
런던을 다녀왔다는 것은 공원을 거닐며 때론 낮잠도 자고, 풀밭에 앉아 도시락도 먹어 봤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의견을 이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해 놓고 보니 더 또렷하게 런던이 떠오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제가 심혈을 기울여 고르고 준비한 여행용품은 돗자리와 정말 작게 패킹 Packing 되는 캠핑의자였습니다. 돗자리는 런던 어느 공간에 펼쳐도 잘 어울릴 만한 패브릭 소재의 넉넉한 크기였으며, 캠핑의자는 에코백에 2개 정도 들어가는 작은 크기로 세심하게 골랐습니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선 작은 불편도 여행의 즐거움을 잃게 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요.
런던 도심 속 크고 작은 공원들을 마치 '보물찾기'하듯 찾아 헤매었던 것 같습니다. 작은 교회 앞이나 무슨 무슨 기념비라도 있는 손바닥만 한 공간만 있으면 그곳은 모두 공원일 정도였고,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미는 날이면 어김없이 사람들은 공원을 찾아 자리를 잡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며, 집에서 준비해 온 듯한 도시락을 여는 직장인들이 눈에 띕니다. 패브릭 돗자리와 콤팩트 캠핑의자를 펼치고 자리를 잡으면 그만입니다. 잘 준비된 장비를 펼치는 모습을 바라보는 런던 사람들의 시선은 부러움 때문이리라 생각하면서 일부러 여유롭게 천천히 느릿느릿 행동합니다. 우리는 충분히 노련하고 이곳에 익숙한 여행자이니까요.
사실 오늘은 런던의 공원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좋은 공원이 워낙 많은 런던 이야기를 하려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런던 속 수많은 공원 가운데 '리젠츠 파크 The Regent's Park'에 가면 '오픈 에어 시어터 Open Air Theatre'를 만날 수 있습니다. 런던을 찾는 여행자들이 피카딜리 서커스 등지에서 레미제라블, 라이온 킹 등 다양한 뮤지컬을 즐기고 있지만, 저라면 결코 '오픈 에어 시어터'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겁니다. 공원 한가운데 자리한 마치 '비밀의 정원' 속에 숨어 있는 야외 뮤지컬 공연장이 바로 지금부터 제가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은 영국스러운 드라마틱한 공간입니다.
공원 한가운데 자리한
마치 '비밀의 정원' 속에 숨어 있는
야외 뮤지컬 공연장이
바로 지금부터 제가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은
영국스러운 드라마틱한 공간입니다.
공연 시작보다 2시간 정도 일찍 '오픈 에어 시어터'가 있는 '리젠츠 파크 The Regent's Park'에 도착한 우리는 늘 그래 왔던 것처럼 공원 한편에 자리를 잡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맨발로 잔디밭을 거닐고, 그림을 그리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하면서 공연 시작을 기다렸죠. 리젠츠 파크는 북쪽에 런던 동물원을 포함한 아우터 서클이 공원 전체를 둘러싸고 있고, 공원 남쪽 '오픈 에어 시어터'를 품은 이너써클의 산책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붐비지 않는 그렇다고 지나치게 한적하지 않은, 런더너들이 누리는 여유의 한 자락을 느낄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공원이란 게 참 맘에 들었습니다.
런더너들이 누리는
여유의 한 자락을 느낄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공원이란 게
참 맘에 들었습니다.
공연장 입구가 벌써부터 붐비기 시작하는군요. 아직 1시간도 더 남은 공연을 왜 저리 서두르는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일찍 들어가 뭘 하려고 저리 서두르나 생각하면서 우리는 공연장 쪽을 주시하며 따분한 공연대기 시간을 줄이려 여유로운 '리젠츠 파크'의 시공간을 최대한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건 분명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20여 분을 남겨두고 예매권을 보여주면서 '오픈 에어 시어터'에 들어서는 순간 금세 알 수 있었죠. 안쪽의 모습은 마치 '개인적인 정원 파티'같기도 했고, '비밀스러운 사교모임'이 있다면 정확히 이런 풍경일 거라고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와인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바에는 이미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었고, 바비큐와 가벼운 스낵으로 소풍 나온 듯 즐기는 사람들은 극장 주변을 즐겁고 분주한 열기로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런! 사람들이 일찌감치 입장하는 이유가 이거였군! 하지만 우리에겐 공연 시작 전 20분이 전부였습니다. 아쉽고 또 아쉬웠죠. 다음에 이곳을 찾게 된다면 공원의 한적함 속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열기'를 꼭 흠뻑 느껴보고야 말 겁니다.
마치 '개인적인 정원 파티'같기도 했고,
'비밀스러운 사교모임'이 있다면
정확히 이런 풍경일 거라고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영국과 셰익스피어는 한 몸과 같습니다. 이 둘을 어찌 따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셰익스피어의 연극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지만, 한 여름밤, 시원한 바람 소리, 나뭇잎을 흔드는 그 초록의 물결, 상큼하게 간질이는 풀 내음, 나무 내음, 그리고 점점 어두워지는 자연조명 속에 한 잔의 와인을 마시고 마시고 마시고... 이곳에선 셰익스피어의 뮤지컬 작품 '한 여름밤의 꿈'을 한 여름밤의 꿈처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시즌마다 다른 작품이 올려지기는 하지만, 굳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아니어도 이곳이라면 일종의 '환상성'이 천연조미료처럼 더해져 뮤지컬을 더 맛깔스럽게 즐길 수 있게 해 줍니다.
우리가 볼 뮤지컬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Jesus Christ Superstar)입니다. 성경을 소재로 한 예수의 마지막 7일간을 그린 록 뮤지컬이죠. 작사는 '팀 라이스', 작곡은 그 유명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 197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었던 작품입니다.
자 이제 슬슬 공연장 안으로 입장해 볼까요?
아 이곳에선 촬영이 안되는군요.
공연 시작 전, 인터미션, 배우들 무대인사할 때만 잠깐씩 촬영이 가능하네요.
이 공연장 안에 동양인 가족은
저희가 유일한 듯 보입니다.
관광객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는 얘기겠죠?
제 글 실력으로는 이 날 이 곳에서 받은 감동을 충분히 풀어낼 자신이 없군요. 행간에 올려진 사진과 짧은 영상 클립들은 여러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올려보았습니다. 제가 오픈 에어 시어터를 알게 된 것은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본 한 줄에서였습니다. 전 그 보다는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놨으니, 제 소임은 다 한 것이겠죠? 여러분의 색다른 런던여행을 기대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런던,
바람이 바람과 바람을 불러들이는 곳!
런던 리젠츠 파크 The Regent's Park,
오픈 에어 시어터 Open Air Theatre에서 가져온
지난여름의 청량함이었습니다.
리젠츠 파크 일정이 포함된 하루를 담은 영상입니다.
촬영장비: iphone 6+, Beastgrip, Moondog labs Anamorphic Lense
촬영시기: 2016년 Summer
일상 속에서 '주말작가'가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