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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소년 Mar 05. 2018

계급장 떼고 쓰는 자기소개서

마흔여덟 중년남의 자기소개서 쓰기 <1편>




이 글쓰기는 마흔여덟 나이에 ‘자기소개서’를 써보겠다고 마음먹은 어느 중년 남성의 내적 고민을 정리한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자기소개서를 위한 1인 기획 회의라고 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렇다 보니 혼자 묻고 답하는 상황이 글을 통해 반복될 것이 훤하게 그려집니다. 갈팡질팡하는 글에 핀잔주시기 없깁니다. 저는 지금 일생일대의 큰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자기소개서의 타고난 숙명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 나가야 할지 몰랐습니다. 갑자기 자유롭게 생각따라 써 내려가던 글쓰기가 '일'처럼 '숙제'처럼 여겨지기 시작하니 앞길이 캄캄해집니다. 얼마나 부담스럽고 타인을 신경 쓰는 과정이 전개될지 눈에 훤히 보입니다. '자기소개서'의 타고난 숙명을 느낍니다. 


일단, '자기소개서'를 위한 뼈대를 잘 세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래에 나열한 소제목들은 그 뼈대 역할을 해줄 글감들입니다. 중간에 소제목이 추가되고 탈락될 수 있지만, 그 또한 생각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1. 자기소개서를 다시 쓰려고 하는 이유?

2. 무엇을 써야 할까?

3. 무엇에 쓰려할까?

4. 달라진 것과 변하지 않은 것들

5. 이제 써보려고 하는 자기소개서

6. 명품일까? 고재일까?

7. 나의 실패는 무엇인가?

8.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독자의 눈높이 맞춰 윤색하자

9. 이제 48년 숙성된 자기소개서를 써볼까요?






앞으로 쓰게 될 '중년남의 자기소개서'는  위 목차를 하나하나 복기하듯 차례차례 생각을 정리하며 써볼 생각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도 없습니다. 스스로의 안티가 되어 솔직하게 제 스스로와 대화하듯 풀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1. 자기소개서를 다시 쓰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동기부여가 중요했습니다. 재취업을 위한 것도 아니면서 굳이 누가 시키지도 않은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하니 스스로에게도 타당한 이유가 꼭 필요했습니다. 그 이유부터 찾아보려고 합니다. 마흔여덟.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하니 쓸데없이 비장해집니다. 시작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20대 써본 자기소개서 이후 무려 20년 만이니 살아온 지난 20년을 갈음하고 평가받는 기분이 들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가진 게 많지 않았던 젊은 청년은 많지 않은 경험을, 많지 않은 자존감으로, 더 많을 가능성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가진 게 없으니 앞으로 가질 것만 생각하면 되었던 시절에 자기소개서는 세상에 던지는 ‘출사표’였습니다.



자신의 '안티'가 되어보자.



친구의 고3 아들 대입용 자기소개서를 첨삭해 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방송사 입사 논술시험과 20년 가까이 보아온 수많은 기사들을 통해, 나름 비범하고 논리적으로 생각을 전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교대에 입학한 친구의 고3 아들은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고, 그 아이가 다른 아이의 자기소개서를 첨삭해 주면서 소위 ‘자소서 필승 노하우’가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문득, 정말 문득 마흔여덟의 중년남은 ‘자기소개서’를 써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재취업을 위해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목적도 이니고, 살아온 스펙터클한 인생을 회고하는 유명인의 ‘자서전’ 같은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냥 제 자신을 제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소개해 보고 싶었습니다. 마음이 자꾸 무거워지는 걸 보니, 괜한 일을 벌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벌여 놓은 일이니 수습하는 마음으로 글쓰기를 이어갑니다.


물건에 값어치를 매기듯 한 사람의 인생도 어떤 ‘가치’가 매겨집니다. 정신없이 어떤 가치를 좇다 보면, 빛나는 가치를 찾을 수 있고, 더 많은 빛나는 가치들과 연결되면서, 그런 과정을 통해 사람은 세상에 이름 석자를 남깁니다. 요즘 부쩍 저의 ‘진짜 가치’가 궁금해졌습니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대접받는 것이 혹시 ‘나이 먹음’과 ‘사회적 위치’때문이었던 것을 혼자 진하게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위 '계급장을 뗀' 나 자신을 떠올려 봅니다. 마흔여덟의 자기소개서 쓰기는 살아온 인생과 현재 진행 중인 인생과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한 ‘가치 찾기’ 과정이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부메랑을 닮은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목을 베기 위해 존재한다. 자신의 안티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자기소개서가 탈락의 빌미가 되지 않으려면 지원자 스스로가 아주 깐깐하고 집요한 면접관이 되어야 한다. 고된 구직의 길에서 자신의 팬이 되어 스스로 용기를 북돋아 주는 과정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를 쓸 때만큼은 자신의 안티가 되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할 필요가 있다. - <뽑히는 글쓰기>(최윤아 지음/스마트북스) 232p. -







- 주말작가 씀 -




#시도하지_않으면_확률은_0% 이다

#나만의_이유를_찾아서

#나만의_가치를_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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