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를 이탈한 운전자
‘AI와 빅데이터에 빠진 특이한 친구’ 2학년때부터 이런 말을 종종 듣곤 했다. 외국어고등학교에 다녔던 나는 심리학 동아리에 들어가 심리학을 중심으로 탐구활동을 진행했었다. 솔직히, 처음에 심리학 동아리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동아리 회장 선배님이 너무 멋져서 그 동아리 자체가 매력적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1년 동안 심리학을 통해 사회문제에 접근하고 해결문제를 제시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뇌과학을 접하게 되면서 인공신경망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를 시작으로 인공지능에 빠지게 되었다. 2학년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인공지능과 더불어, 인공지능의 최고의 단짝인 빅데이터에 관한 탐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인문계열인 외국어고등학교에서 이과계열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탐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속한 동아리는 심리학 동아리였고, 교과과정은 대부분 어문계열로 편성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활동의 핵심인 스터디 활동은 대부분 인문계열로만 구성되고 모집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나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매력에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모든 교과시간에서 탐구 및 발표 주제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선택했고, 스터디 또한 모두 직접 개설했다. 사실, 스터디라는 활동은 다른 친구들도 함께 해야 하는 그룹형 활동이었기 때문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세우기에는 힘들었다.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인문계열 쪽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관심분야를 중심으로 했다면 스터디원을 모집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인공지능&빅데이터를 사회에 적용했을 때의 효과를 다방면으로 분석하거나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스터디를 구상해 활동을 진행해 왔다. 그러면서도 나는 꾸준히 스터디에서 인문학적 접근과 더불어 공학적인 분석과 활동을 진행했다. 더불어,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인공지능 기초’ 수업도 추가적으로 들으며 AI와 빅데이터에 관한 나의 관심도에 전문성을 높여갔다.
물론, 이공계열 학교에서 활동을 진행한 친구들에 비한다면, 나의 활동은 수박 겉핥기일 정도로 전문성이 낮아 보일 수도 있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 학교생활을 보냈다. 나와 관심분야와 비슷한 친구가 많고 관련 프로그램이 많은 고등학교에 재학했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지만, 심리학에서 시작한 나의 길이기 때문에 후회는 남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나는 AI와 빅데이터와 관련된 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아직 학교생활이 시작하지 않은 시점에서, 나는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내 길이 아닐 수도 있음을 명심하고 있다. 공부를 하면서 흥미를 잃을 수도 있고, 또 다른 길에 흥미를 가질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에 대해 걱정은 안 된다. 고등학교 때처럼 나는 나의 길을 개척할 수 있다고 나 자신을 믿는다. 진짜 걱정이 되는 것은,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 느끼거나 또 다른 길에 흥미를 가졌음에도 내 선택을 부정하기 싫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 않는 나 자신이다.
선택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꼭 그 선택한 길을 완주하는 것만은 아니다. 다른 길을 원한다면, 그 길을 다시 선택하고 그 길을 완주해도 괜찮다. ‘아..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길로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무책임한 것이다. 운전을 할 때도 네이비게이션은 경로를 이탈한 운전자에게 몇 번이고도 다른 길을 알려준다. 인생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