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숍이 힘들어진 것은 올리브영, H&B 때문이 아닌 이유
화장품도 시대에 따라 유행이 있습니다.
지금은 올리브영을 비롯한 헬스앤뷰티스토어, H&B가 주류이지만
방문판매가 주류였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백화점이 주류였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브랜드숍이 주류였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2012년은,
백화점 채널에서 브랜드숍으로 화장품 유통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오는 해였습니다.
미샤, 더페이스샵,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등 수많은 브랜드들이 편의점처럼 많이 생겼습니다.
영원할 것 같은 브랜드숍도 이제는 주류에서 밀려났습니다.
오늘은 '왜!' 밀려 났는지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수많은 기사에서 브랜드숍의 어려운 환경에 대해 다뤘습니다.
올리브영을 필두로 한 H&B 채널의 성장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겉으로 들어난 부분이 아닌 정말로 경쟁에서 밀리게 된 원인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합니다.
브랜드숍에 가면 수많은 제품들이 있습니다. 보통 종합 브랜드인 경우 최소 800 sku가 매장 안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약 10여명의 직원들이 수많은 상품을 기획합니다. 상품이 출시되면 브랜드들이 보유한 매장에서 판매를 합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가 납니다.
자기 매장에서 판매할 때 상품 기획력 vs. 남의 매장에서 판매할 때 상품 기획력
H&B 채널에 입점되어 있는 브랜드는 남의 매장에서 판매를 해서 매출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기획 단계 부터 경쟁사 상품 혹은 시장 트렌드를 분석해서 상품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품 경쟁력을 확보할 확률이 높습니다.
MD컨펌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상품이 됐든, 마케팅 계획이 됐든 경쟁사보다 경쟁력 있게 기획해야만 합니다.
반면에, 브랜드숍은
우리 매장에 진열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내부 기준 통과만 하면 됩니다. H&B 채널에 입점된 브랜드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품도 한 개, 두 개가 아닌 라인으로 출시되는 것도 매장 내 공간 확보가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브랜드숍의 상품 기획력이 점차 떨어졌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게 됐고
그런 소비자들을 불러 드린 것은 H&B에 입점된 기획력이 어느 정도는 보장된 수많은 제품들입니다.
언제부턴가 브랜드에 대한 충섬심, 브랜드 로열티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목적 구매가 강한 백화점 채널이 어려워지게 된 것에도 브랜드 로열티 하락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침체로 인해서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브랜드보다는 채널에서 이탈을 하게 된 것이지요.
이런 현상 가속화 되다 보니,
한 브랜드에서 여러 개 상품을 사는 것보다는 여기 브랜드에서 하나, 저기 브랜드에서 하나
사게 되고 점차 다른 브랜드 상품들과 비교에 흥미를 느끼게 된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유입하게 되면서
이에 맞춰 올리브영 매장이 급속히 늘어났던 것입니다.
비교 하기에 최적화된 곳이 바로 헬스앤뷰티스토어, H&B 채널입니다.
그래서 각 브랜드숍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한 두 개 라인을 H&B 입점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구달, 투쿨포스쿨 등은 입점해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로열티 하락에 따른 소비자들의 구매패턴 변화,
두 번째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화장품 시장의 주류인 올리브영도 어떠한 방식으로도 변하지 않으면
백화점 채널이 그랬던 것처럼,
브랜드숍이 그랬던 것처럼,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변화에 맞춰 우리와 같은 브랜드 사업자는 적당한 타이밍에 잘 올라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변화가 언제, 어떻게 올지는 누구도 모르지만요.
그래도 변화 예감하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겠죠?
오늘도 한 분의 용감한 사장님을 위해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