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다 보면
가끔,
삶의 무게가 유독 버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먼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곤 한다.
하지만
긴 휴가가 허락되지 않는
나에게, 그 선택은
늘 어딘가에서 멈춰 서곤 했다.
그러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것은
거창한 목적지에 닿는 일보다
익숙한 일상의 궤도를
아주 살짝 벗어나는 찰나,
그 순간 이미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캐리어를 끌고,
발을 내딛는 그 순간
바로 그 순간부터일지도
공항을 나설 때마다 느껴지는
특유의 소란함과
어디로 향하는지조차 모른 채
가볍게 부풀어 오르는 기대감이
이상하게도
기분 좋은 긴장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우리는
설렘인지 긴장인지
모를 감정을 겹쳐 안은 채,
도쿄로 향했다.
도쿄 여행 첫째 날,
이번 여행의 첫 단추로
우리는 아사쿠사 역 근처에
숙소를 잡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봐도
꽤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처음 아사쿠사를 마주했을 때,
그 분위기는 어딘가
서울의 종로를 떠올리게 했고,
익숙한 듯하면서도
묘하게 더 활기찬 느낌이 들었다.
그 사이 어딘가였을까
아사쿠사역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건 센소지였다.
거리는 여행객들로 북적였고,
그 소란스러움마저
어쩐지 기분 좋게 느껴졌다.
이 순간들을
즐거운 기억으로,
행복했던 순간으로
남겨두고 싶었던 건지
자꾸만
카메라를 들어
그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낮에는 사람들로 가득 찬
북적이는 풍경을
저녁에는
조명이 하나둘 켜지며,
천천히 내려앉는
고요함까지
아사쿠사는 이번 여행 내내,
가장 또렷하게 남은 곳이었다.
by. 5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