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글쓰기 챌린지 Day 6 밤
밤은 때로는 위험하다.
확실히 밤의 어둠은 감성적이다.
밤의 어둠에는 다가올 내일의 희망이 솟구치기도, 내일의 두려움과 좌절에 매몰되기도 한다. 특히나 아침형 인간인 나에게는 밤의 어둠이 더욱 감성적으로 느껴진다.
밤에 하루를 다시 떠올려보는 습관 때문일까. 왜 그랬을까, 혹은 이렇게 할 걸 하고 후회를 하기도 하고, 오늘 하루 끝내지 못한 일들에 자책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
선명해진다는 것은 이성의 영역 같은데, 감성적인 밤에는 어떤 것이 선명해질까.
밤에는 감정이 선명해진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상하게 어둠은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이런저런 생각, 고민들이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번 꼬리를 문 생각들은 나를 놓아주지 않을 때가 있다. 멀티버스 시나리오처럼, 여러 갈래로 동시에 모든 가능성이 떠오른다. 그때마다 나는 그런 시나리오들을 따라가기가 버겁다. 몸이 열 개여야지만 그 모든 예상 가능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은 불안함과, 다시 나는 하나라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낀다. 이런 복잡한 날은 밤이 참 길게 느껴졌었다.
반대로 차분해지는 밤도 있다. 오히려 생각 끝에 부유하던 감정들이 비 오는 날 먼지처럼 바닥에 가라앉는 날. 나에게 그 시간은 주로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다. 하루 끝의 ‘잠’이 다가오면서 차분해지는 시간.
그런 날은 반성과 자책의 끝에 다시 희망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피어난다.
문득 낮의 나와 밤의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12시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과연 같은 사람일까?
둘은 어쩌면 다른 사람이다.
밤의 나와 낮의 나는 평생 서로 만날 수 없다. 밤의 자아는 낮의 자아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밤하늘의 어둠이 주는 차분함. 낮의 활기찬 하늘은 알 수 없는 세상일 것이다. 낮이 떠난 자리엔 어둠이 가라앉고 세상은 곧 조용해진다. 그래서 밤은 감성적임과 동시에 내 감정을 선명하게 만든다. 낮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뒤섞인, 혹은 미뤄둔 감정들이 밤이 되어서야 질서를 가진다.
밤이 되어야지만이 선명해지는 것, 그것은 낮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떠올려보니 밤이 되어서야 오늘 하루가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낮에 보낸 시간들, 그 속에서 일어난 일들 그리고 그때의 나의 행동과 생각들. 이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질서를 선명하게 만드는 것은 밤이었다.
낮에 놓쳤던 것들을 꺼내어 놓는 것도, 그때의 부정을 긍정과 용기로 재가공해내는 것도 밤이었다.
매번 이렇게 밤이 재해석한 일들에 또 잘해보리라 다짐하고도 다음날 낮이면 헝클어지기 마련이었지만.
그래도 하루의 질서를 선명하게 만들어 내게 또다시 나아갈 힘을 준 시간도 밤이었다.
오늘 밤은 하루의 어떤 것이 또 선명해질까. 그 선명의 함의 끝에 다시 내일을 맞이할 긍정이 솟아오르길 바라며 밤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