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글쓰기 챌린지 Day 12 변화
변화라는 단어 자체는 중성적이다.
좋고 나쁨이 없지만, 그래도 ‘변화’를 들을 때면 언제나 좋은 쪽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 나에게 생긴 변화
출퇴근을 반복하는 하루들, 그 속에 변화란 없는 것 같아 문득 서글퍼졌다. 그 말이 곧 ‘한 게 없는’, 그런 날들 같아서.
매번 자연만큼 성실한 것은 없다고, 풀과 나무들을 볼 때마다 반성한다. 연분홍빛 꽃들을 흐드러지게 피워내던 벚나무에도 어느새 초록 이파리가 가득하다. 곧 5월이 되고, 날씨는 더워지겠지. 어느덧 봄은 옆에 와 있는데, 나는 무엇이 변했을까.
새해가 되고 4개월간 무엇을 했나, ‘변화’를 찾아내려 달력을 뒤적였다. 동생과 짧은 여행을 한번 다녀왔고,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 그것 말고는 달력에 특별한 메모는 없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대단한 이벤트 같은 것도 없었다.
매일의 것들을 그냥 차곡차곡 쌓고만 있는 중이다.
출퇴근, 회사에서의 업무는 아직까진 나름 순항 중인 것 같다. 올해 새로이 시작한 요가도 (매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하고 있고, 되든 안되든 피아노도 연습 중이다. 몇 권의 책들도 읽었고, 휴가 계획도 세워봤다.
다시금 올해 초 세운 계획들을 꺼내봤다. ‘변화’를 만들어내리라는 각오로 대단한 계획들을 짜냈지만, 역시나 작심삼일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의지만으로 세상만사를 제어하리라는 애초의 생각 자체가 잘못된 시작이랄까.
최근의 나에겐 가시적인 변화는 없었다.
올해가 시작되고 몇 달 만에 승진을 했다거나, 요가에서 머리서기를 성공했다거나, 쇼팽의 에튀드를 완성했다거나 하는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은”.
나는 ‘시나브로’라는 말을 좋아한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을 뜻하는 순우리말. 순우리말이어서 좋은 것도 있지만, 모르는 사이에 뭔가 바뀐다는 그 말이 참 위로가 된다. 모르는 사이에 모든 것은 내 안에 쌓여간다는 말 같아서. 시나브로 무언가 이뤄졌다는, 만들어냈다는 말을 할 수 있겠지란 기대 때문에.
오늘 하루도 물론 업무 중에 안 풀리는 일들도 하나씩은 있겠지. 그리고 퇴근 후의 요가수업에서는 여전히 선생님을 따라 하기 급급하고, 안 되는 몸을 이리저리 돌려볼 것이다. 물론 피아노 연습에서도 손가락은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가락인 양 마음처럼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서, 시나브로 머리서기도 할 것이고, 쇼팽의 에튀드도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지금의 쌓아가는 이 시간이 참 알 수 없어서, 영화의 스포일러처럼 미래로 달려가 내가 하는 일들의 결과물을 먼저 보고 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다 또 한 번 마음을 고쳐 먹는다. 그냥 해 나가는 것이 변화라고 생각하자고. 천천히 만드는 것이다. 어느 순간 봄이 오고 여름이 온 것처럼 그냥 가로수의 벚나무처럼 내 할 일만 하자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년 봄쯤에는 돌이켜보니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
고개 돌려 본 창밖의 나뭇잎이 괜스레 더 짙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