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피워내는 꽃

30일 글쓰기 챌린지 Day 24 산책

by 꿈꾸는오월

재작년, 쌀쌀하던 초겨울이었을까.

근처 공원에 장미 화단이 조성되었다. 아마도 도시 미화 사업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고 초여름이 가까워지자 온갖 종류의 장미들이 하나둘씩 꽃망울을 터뜨렸다.

6월에 가까워지니, 붉고 노란, 분홍빛 색색의 장미들이 만개한 화단에는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가지마다 장미들은 경쟁하듯 천연의 색깔을 피워냈다.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춰 사진을 찍기도, 가만히 서서 장미향을 만끽하기도 했다.


주말이면 자연스레 공원으로 향했다. 만개한 꽃들이 주는 초여름의 생기를 느끼고 싶어서.

햇살이 부서지는 장미꽃잎, 바람에 흩날리는 향기.


지난 주말에도, 새롭게 핀 장미를 기대하며 공원으로 향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뒤에 서 있다가, 문득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우연히 붉은 장미 아래 이름 모를 풀꽃, 작고 노란 꽃을 발견했다. 아마 그동안 장미를 보느라 지나쳤을 것이다. 키도 작고, 야윈 그 줄기로, 안간힘을 내고 뿌리를 내려있었다. 그곳에서 기어이 꽃을 피워낸 그 생명에 시선이 머물렀다.

화려하고 붉은 장미 틈에, 눈에 띄지 않게 바닥과 가까운 곳에 피워낸 작은 꽃.


그 작은 꽃에서 단단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그렇게 피워낸 꽃을 바라보며 오래도록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그동안 장미에 가려 무심하게 지나친 지난주의 내가 괜스레 미안해졌다.


화려하지 않아도, 그 작은 꽃은 충분히 자신의 것을 피워내고 있었다.

주목받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냥 그 자리에서 스스로 피워내는 생명. 그 모습이 유난히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장미뿐 아니라, 길바닥 틈, 돌틈에 자리 잡은 작은 풀들에도 시선을 기울이게 됐다.

그 작은 풀들이 참 반갑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