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것은 쓸 수 없다
드디어 공동출판 프로젝트 첫날.
매주 하루 저녁,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여름날 저녁 7시.
조금 일찍 도착하고 싶어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도착했더니 한두 명 정도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전체 정원은 10명이었다.
낯선 사람들끼리 같은 공간에 있는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어색함도 잠시, 7시가 되자 강사님의 짧은 소개로 본격적인 10주간의 일정이 안내됐다.
그리고, 키워드 쓰기로 몸풀기를 시작했다.
‘나’에 대한 마인드맵 그리기.
좋아하는 것, 생각, 내 이야기, 내 키워드 등을 자유롭게 적어 내려갔다. 직업, 특별했던 경험, 평소의 감정, 좋아하는 것, 최근 관심사… ‘나’를 정의하는 조각들이 하나씩 채워져 갔다.
5분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각자가 적은 내용을 발표했다. 불과 키워드 몇 개로도 한 사람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는 게 꽤나 신기했다.
누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요즘 무슨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인지, 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그 키워드로 우리는 300자 내로 ‘자기소개’를 작성했다.
단어를 모아 문장을 만들자, 순간 구직자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그렇게 하나씩 문장을 완성해 나갔다.
자기소개 후,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3-5분의 짧은 시간 동안 글짓기를 했다. 서너 개의 주제로 글을 썼는데, 그중 하나가 ‘와인’이었다.
그 단어를 듣자마자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는 소위 ‘알코올 쓰레기’라 불릴 정도로 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술을 못해서 관심조차 없었기에 타닥거리는 자판 소리들 속에서 내 손은 길을 잃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는 쓸 수 없다는 것을.
한 단어, 한 문장도 제대로 써 내려가지 못한 나를 보면서 안다는 것, 그리고 직간접적인 경험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설령 직접 체험하거나 좋아하지 않아도, 특정한 사물이나 사건을 얼마나 들여다봤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쩌나! 내 이름이 불렸다.
결국 솔직하게 말했다.
“사실 전 술을 전혀 하지 않아요. 그래서 글을 제대로 시작도 못했어요. 제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글로 풀어내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친절한 사람들은 그래도 괜찮다고 다독여 주었다.
여러 주제로 글을 쓰고, 또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의 글이 내게로 다가왔다.
누군가 쓴 글은 시처럼 아름다워서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림이 그려졌고, 다른 사람은 관련된 유쾌하고 재치 있는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다들 왜 이렇게 잘 쓸까. 세상엔 글 잘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그래도 왠지 이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것이 좋았다.
배울 것도 많고, 또 좋은 영감을 얻을 것 같아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집에 돌아가기가 아쉬울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