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단어도 각자 다른
아, 안타깝게도 2명이 떠났다.
출판프로젝트를 함께 완주하길 바랐기에 아쉬웠다. 한 분은 60대쯤 되셨던, 엄마 뻘 되는 분이셨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그분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더 알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그래도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벌써 3주 차, 세 번째 만남이다. 오늘부터 앞으로 5주간, 우리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장문의 글을 쓴다. 그리고 그 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라는 물성을 가진 존재로 세상에 나온다.
그 첫 번째 주제는, ‘내가 사랑하는 대상’.
주제를 듣자마자 ‘사랑’이라는 단어가 글자가 먼저 보였다. 연인, 가족, 친구 같은 대상들이 떠올랐다. 그러다 대상이라는 단어에 멈칫했다. 꼭 그 대상이 사람이어야만 할까? 사랑이라는 감정은 동물, 장소, 혹은 추상적인 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우리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짧은 시간에도, 각자 정의 내린 사랑, 생각하는 대상은 모두 달랐다. 그 대상이 가족이기도 했고, 반려견이기도 했고, 혹은 떠나거나 멀어진 누군가였다. 특정한 공간이기도 하고, 시간이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단 한 명도 같은 주제와 이야기는 없었다.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글의 개괄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 시간부터는 2000자 내외의 글을 써야 하는 터라,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할지, 혹은 어떤 형태로 가져올지에 대한 고민들을 했다. 산문, 소설, 편지글까지 형식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매번 이렇게 다른 시각을 교환하는 순간이 참 좋았다.
각자 첫 문단을 써보는 시간. 내가 사랑하는 대상?
왜 나는 생각이 나지 않을까. 선뜻 떠오르는 무언가가 없었다. 사랑하면 떠오르는, 이성 간의 사랑에 대해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식상한 것 같아서. 그런데 대상을 사람으로 생각하니, 사고가 닫혔다. 연인도 아니고, 가족도 친구도 말고. 나 스스로를 대상으로 정하고 글을 쓰려고도 했다. 손이 가는 대로 쓰려니, 나에게 쓰는 편지글만 떠올랐다. 몇 자 쓰다 손이 멈췄다. 심지어 내용조차 진부한 편지글. 나 스스로 내게 힘내라는 말, 마지막엔 파이팅으로 끝날 편지. 아, 이런 건 지금 하고 싶지 않았다. 커서를 그대로 두고, 다시 생각했다.
만약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면?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싶어졌다. 동물이라면? 추상적인 무언가라면? 그럼 나는 무엇을 사랑하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사랑하는 것이 될 수 있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타닥타닥 타자 치는 소리들 사이에 나만 공상에 빠졌다. 첫 문단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큰일 났다. 난 제대로 쓰지도 못했는데.
야속하게 내 차례가 돌아왔다. 엉겁결에 사랑하는 대상인 나로 쓴 몇 문장을 읽었다. 나머지 글의 완성은 과제로 주어졌다. 오랜만에 받는 ‘과제’가, 신선한 압박으로 느껴졌다. 글을 새로 써야 한다는 압박감과 대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아 신선함. 각자 완성한 글은 노션에서 공유하고, 서로서로 코멘트를 달고 다음 시간에 만나서 느낀 점을 공유하기로 했다.
집에 돌아가는 발걸음 내내, 사랑과 대상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시간까지 다른 사람들의 글도 궁금해졌다. 글이 어떻게 완성될지 궁금한 내용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보편적인 감정의 단어도 사람에 따라 이렇게 다양한 빛깔을 가질 수 있다니. 각자의 사랑, 그리고 그 대상. 다음 시간이면 새로운 사랑의 정의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 같은 기대감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