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기보다 어려운 고쳐 쓰기
밤에 쓴 편지지는 부치지 못한다.
감성의 밤에 쓴 글은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수신인을 배려하기 어렵거나, 이성의 아침에 읽기엔 부끄러워 그럴 것이다.
퇴고: 완성된 글을 다시 읽어 가며 다듬어 고치는 일.
중국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가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라는 시에서, ‘밀 퇴(推)’ 자를 쓸까 ‘두드릴 고(敲)’ 자를 쓸까 망설이고 있던 중, 마침 지나가던 한유(韓愈)와 마주쳐 그의 조언으로 ‘고(敲)’ 자를 썼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출처: 고려대한국어대사전)
퇴고의 어원도 재미있다. 한 글자를 두고도 의미의 차이를 생각하며 이렇게나 고심했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다. 그만큼 글을 다듬는 것이 완성에 있어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밤편지 같은 글을 퇴고하는 시간이 왔다. 글을 새로 쓰는 것보다 퇴고가 어렵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빈 화면을 채우는 것보다, 이미 가득 찬 화면에서 문장을 재배치하고, 뜯어고치는 이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우선, 쓴 글을 다시 읽었다. 이야기의 흐름에 어긋나는 부분은 없는지, 문단이 잘 나누어졌는지 구조적인 것을 먼저 보려고 했다. 문단의 길이의 차이로 분량 조절이 어색한 것도 있었고, 문단 간 구성과 연결에도 접속 부사도 적절한지 살폈다. 다시 읽다 보니 제목을 바꾸고 싶은 글도 있었다.
본격적인 문장 표현 다듬기. 호응이 맞지 않는 비문이나 어색한 부분을 찾아야 했다. 글을 소리 내어 읽거나, 인쇄해서 종이로 다시 읽는 것이 꽤나 도움이 됐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확인은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를 활용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나의 글을 객관적으로 읽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어떤 글은 다 뜯어고치고 싶을 정도로 장점보다 단점들만 보이기도 했고, 어떤 글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도 막막했다. 그럴 때는 메모해 두었던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쉽지는 않았지만, 객관성이란 때론 글을 묵혀둔 시간에서 생길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퇴고의 과정에서 하나 즐거웠던 건, 시간이 지나면서 글이 조금씩 나아진다는 것이 보일 때였다. 확실히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고 나면, 그 부분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음 글에서는 그것이 반영된 글을 쓰려 노력했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따라 해보려고도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글의 분량도 조금씩 늘었고, 묘사도 한 줄에서 두세 줄로 확장되기도 했다. 제삼자의 시각에서 글을 써보는 등 새로운 시도도 많았다. 아직 부족하지만,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또 시도했다는 시간 자체가 만족스러웠다.
퇴고의 과정에서 확인한 항목은 이렇다.
제목의 적절성
문단의 나눔과 길이
글의 개요와 구조상 흐름
오탈자, 비문, 어색한 표현
맞춤법, 띄어쓰기
아직 내 선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도 많고, 또 더 고칠 점도 많겠지만, 이 퇴고 끝에 글의 더 나아지길 기대한다. 초보인 만큼 퇴고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려 하기도 했다.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면 한 걸음 나아가기 어려울 것 같아서. 세상의 모든 시작은 언제나 귀엽고 작은 한 걸음이니까.
그래서 다시, 썼던 글을 연다.
새롭게 보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