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1
"억지로 쓰지 않습니다."
브런치 소개말에 적어둔 이 한 줄은, 지난 몇 년간 이 공간을 비워두는 핑계가 되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올해는 참 억지가 많은 한 해였다.
졸업과 동시에 대학 과제가 사라진 빈자리를 수십 편의 자기소개서가 대체했다. 억지로 써 내려간 문장들 가운데 어떤 것은 소중해 가슴에 담아 두었지만, 시간에 쫓겨 고민 없이 내뱉은 문단들은 다시 봐도 '왝'하다. 진심을 억눌러야 했던 부끄러운 기록들이 꽤 쌓인 한 해였다.
그러나 그 억눌림 덕분에, 오히려 내 진심을 잠시 미뤄두고 마음을 끓일 수 있었다. 잔뜩 곤두설 수 있었다. 표현에 더 열중하며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었다. 그 문장들을 이어 붙이며, 나와 타인의 감정을 뜨개질했다.
그렇게 이어진 마음의 가닥 중에는 아직도 문득문득 찢어지며 표정을 찡그리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실컷 마음을 내뱉은 적도 있고, 그 과정에서 내 마음대로 상대를 재단하며 상처를 주기도 했다. 서툼을 피부가 아리게 마주했지만, 여전히 이 서툼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 때는 마음의 서툼이 아닌 사상의 서툼을 사회에 내비쳐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다행히 많은 사람에게 내 말이 닿았고, 내 생각이 결코 소수의 잡다한 소음만은 아니라는 것, 정제하면 주류를 설득할 수 있는 하나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도 하였다.
나는 그 자신감을 땔감 삼아, 하염없이 당당하게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기에 내 감정과 표현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기꺼이 망가지며 서툰 나를 그대로 드러내고 싶다. 부끄럽지만, 끊임없이 당신의 짧은 기억 속에 나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
2025년은 억지로 채워진 깜지를 부지런히 칼질하고 파내어, 나의 빛을 채운 한 해였다.
다가올 2026년은 최대한 깜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억지 계획을 세우지는 않으려 한다. 그저 자연스럽게 나의 마음을 따르다 보면, 올해와 같은 혹은 올해보다도 조금 더 큰 확장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