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초의 백화현상.
2018년도부터 해외 유명 휴양지에서 선크림을 금지하고 있다. 선크림이 바다 생물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부터이다. 정확히는 선크림 안에 포함된 유해물질 때문인데, 대표적인 유해물질이 '옥시벤존'이다. 옥시벤존에 대한 설명은 뒤에 이어서 나온다.
바다는 수많은 해양 생물들이 살아가고, 그들만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이 많은 해양 생물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있는데, 바로 '산호초'다. 4,000여 종의 물고기를 비롯한 모든 해양 생물의 25% 이상이 산호초에서 서식하고, 번식하고, 먹이를 먹고, 포식자를 피해 숨는다. 산호초가 사라지면 바다 생태계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산호는 산호충으로 이루어진다. 산호충은 폴립이라고 하며, 산호에 붙어있는 오돌토돌한 것들이다. 단일개체로도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말미잘이 있다. 그리고 동물로 분류된다. 자료를 조사하기 전까지 산호는 바다 속 식물인줄 알았으나 작은 산호충의 자포동물로 이루어져 있는 동물로 분류된다. 이 폴립 속에는 조류(藻類)라고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있다. 이 조류들이 색소를 갖고 있어서 산호의 색을 정하는 것이 조류다. 형형색색 산호초가 바다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만들어내고, 그 영양분으로 산호는 살아간다. 산호가 바다 생물에게 서식지를 제공해주고, 조류가 광합성으로 만들어내는 양분을 받아 먹으면서 살아가는 공생관계에 있다. 산호는 주변 환경에 극도로 민감해서 환경 변화가 산호의 공생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아름다운 색을 내는 산호초가 색이 없다면 어떨까? 하얀 산호도 이쁠까? 사실 하얀색은 SOS를 보내는 신호다.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산호의 백화현상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다. 대규모 백화현상의 주 원인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 해수면 상승 그리고 바닷물의 산성화 때문이다.
산호 성장을 위한 바다의 최적 온도는 20-28°C이다. 수온이 18°C보다 낮거나 30°C보다 높을 경우 대부분의 산호는 자신의 몸 속에 살아가는 조류를 내보내면서 색을 잃게 된다.
또한 산호는 일반적으로 얕은 수심에 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면 산호에 공생하는 조류가 태양광을 충분히 받지 못하며, 광합성을 하지 못해 죽게 된다.
바다의 산성화는 이산화탄소 증가 때문이다.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는 열을 저장하는 성질이 있다. 이산화탄소를 그대로 놔두면 대기상태는 불가마가 된다. 바다가 하는 역할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대기 온도를 식혀주는 역할을 하는건데,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로 인해 바닷물의 산성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 산호의 골격은 탄산칼슘으로 구성된다. 바닷물의 산성화는 탄산칼슘 형성을 방해하고 산호의 성장을 저해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서식 환경이 안좋아지면 같이 생활하던 조류는 산호를 떠나거나 산호가 조류를 쫓아낸다. 산호는 색을 잃고 하얀 골격만 남게된다. 하얗게 됐다고 곧바로 죽는 것은 아닌데, 산호 자체가 워낙 성장이 느리고 영양 공급이 끊긴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므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산호의 위기는 환경적 요인에 기인 하지만 최근 많은 관심이 인간의 화학물질 사용에 집중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선크림, 자외선 차단제.
앞서 말한대로 선크림 안에 유해물질이 있고, 대표적인 유해물질이 '옥시벤존'이다. 선크림의 옥시벤존은 자외선을 흡수해서 빛 에너지를 열로 발산하여 피부 화상을 막을 수 있다. 선크림에 포함되는 옥시벤존 양이 정해져있긴 하지만 과도하지 않으면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바다로 들어가면 문제가 된다. 2008년 자외선 차단제에 노출된 산호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백화현상이 훨씬 두드러졌다는 연구가 처음 밝혀졌고, 2016년 미국의 해레티쿠스환경연구소와 해양대기청(NOAA), 하와이대학교, 이스라엘 연구진 등이 참여한 연구에서 옥시벤존과 빛(자외선)이 만나면 독성 반응이 나타나 산호의 DNA를 손상시키고,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그 독성이 어떻게 생겨나고 문제를 일으키는지 정확한 기전을 밝히는 연구가 필요했다. 최근까지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22년 5월 세계적인 저널 사이언스에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이 그 기전을 발표했고, 이 논문은 사이언스 표지논문으로 선정된다.
연구진은 환경에 민감한 산호 대신 말미잘로 대체했고 인공적으로 바다환경을 만들어 연구를 진행했다. 옥시벤존이 산호를 만나면 대사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포도당 성분을 갖는 글루코사이드(glucoside)와 결합하여 옥시벤존-글루코사이드(oxybenzone-glucoside)를 형성하고, 이 옥시벤존-글루코사이드가 햇빛을 만나 '반응성 산소 종'이라고 하는 부산물을 만들어 산호에게 독성으로 작용해 피해를 입히는 것이었다. 햇빛과 옥시벤존에 노출된 말미잘은 약 17일 이후부터 생존률이 0%였고, 인공 햇빛이 없는 상태에서 옥시벤존에 노출된 말미잘은 생존을 이어간 것이 추가로 확인됐다. 그러나 피해가 번지는 것을 막는 것들이 있다. 서두에 말한 산호의 공생 조류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산호와 공생하는 조류는 옥시벤존에 의해 생성된 독성물질을 자체적으로 관리하면서 숙주를 보호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조류가 다 떠나면서 산호가 하얗게 되고 화학물질로부터 더 취약해지는 것이다. 연구진은 자외선 차단제의 다른 성분도 독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기본 기전을 이해하고 산호에 환경 친화적인 자외선 차단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산호초 생태계는 해양의 생물다양성을 지켜줄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에게도 도움을 준다. 해양 침식으로부터 해안선을 보호해주고, 수십억 달러의 관광 수익 등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산호초와 바다 생태계를 병들게 하는 것은 기후변화, 대지오염 등 환경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산호초의 방어 작용을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단순히 선크림을 바르지 마라. 덜 발라라 하는 것은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요즘처럼 자외선이 더 강해지고, 외모 관리에 관심이 증가한 시점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당장 피부로 와닿게 느껴지는 위협이 아니라면 아무리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개인의 환경보호 실천을 권장한다하더라고 소귀에 경읽기이다. 그저 지속가능한 제품이 나오길 기다리는 수 밖에..
뉴스펭귄(2021). 산호초 죽이는 선크림 안돼 태국 바다서 선크림 사용 금지
중앙일보(2020). 360도로 본 세계 최대 산호초의 '하얀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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