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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준 Jul 21. 2022

안주 안 먹고 딱 술만 마셔도 살이 찔까?

술 칼로리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주, 맥주를 포함한 모든 주류에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를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올바른 소비의식을 위해서 표시 의무화를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제조비용이 증가하고, 통상 마찰이 있을 수 있다며 우려하는데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다이어트 기간 칼로리 관리는 필수다. 칼로리가 뭐냐. 간단하게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살찌는 것이고, 낮으면 덜 찌는 거다. 정확히는 cal(칼로리)는 물 1그램을 (14.5도에서 15.5도로)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 양을 의미한다.

  당연히 술도 칼로리가 있다. 1g의 알코올은 약 7kcal의 열량을 갖는다. 참이슬(fresh) 한 병에 약 61g의 알코올이 포함되어있고, 도수가 16.9도이므로, 계산하면 약 426kcal이다. 정확한 칼로리 값은 아니기 때문에 영양성분 표시가 생기면 다시 확인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음식에는 k.c.a.l 이라고 표기되어있다. 음식에 저장된 에너지는 cal보다 높아서 1,000 cal에 해당하는 킬로칼로리(kcal)를 에너지 단위로 사용한다. 읽을 때는 킬로칼로리가 맞지만 칼로리라고 표현해도 의미는 전달된다.

  칼로리는 에너지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우리 인체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에너지가 쓰인다. 열을 발생시켜서 체온을 유지하고, 신체적 혹은 정신적인 활동을 할 때 사용된다. 쓰고 남은 에너지는 저장된다. 저장되는 에너지가 많으면 살이 찌는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사용되는 에너지가 기초대사량이다.


  에너지는 음식이 가진 영양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1g 당 약 4kcal, 지방은 1g 당 약 9kcal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알코올은 그램 당 7kcal다. 탄수화물, 단백질보다 그램 당 칼로리가 높은데, 알코올의 7kcal는 온전히 에너지로 사용될 수 있을까?

  알코올은 영양소가 없다고 봐도 된다. 알코올 칼로리는 'empty calories'라고 불리며, 우리말로 '빈 칼로리'라고 한다. 활동을 할 때 사용되는 에너지가 아니고, 저장되는 에너지도 아니고, 열 발생에만 사용되는 에너지인 것이다. 따라서 깡소주만 마신다면 그 칼로리는 저장되지 않고 열 발생에만 사용되어 살이 찌는 것에는 영향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살이 찐다. 몇몇 연구를 보면 가벼운 정도의 알코올 섭취는 체중 증가와 관련이 없다고 말하지만 과음을 하고 폭음을 하는 것은 과체중과 연관성이 높다고 밝혀졌다. 안주를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순수 알코올은 영향이 없는 것일까?


--알코올 대사과정 (복잡하다면 넘겨도 됩니다.)

  알코올은 주로 간에서 대사 된다. 대사를 담당하는 주요 효소들이 간에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1.ADH(alcohol dehydrogenase), 2. MEOS(cytochrom P450), 3. catalase 3가지 효소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ADH는 적정량의 알코올을 섭취할 때 가장 먼저 활성화되는 효소이며, 과음이나 폭음을 하면 MEOS라는 효소 시스템의 관여도가 증가한다.

대사과정을 살펴보면 알코올은 ADH에 의해서 NAD+라는 전자전달 효소에게 수소를 전달하고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가 된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탈수소효소 ALDH'에 의해 수소가 NAD에게 전달되고, '아세테이트'가 된다.

(TMI지만 보통 유전적 차이에 따라 ALDH 활성에 차이가 있다. ALDH가 제 역할을 못해서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지 못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어지러움과 오바이트를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 술 못 마시는 사람이 ALDH가 부족하거나 활성도가 낮다.)


  이렇게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부터 분해된 아세테이트는 다른 대사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로 산화된다. 그럼 다시 돌아와서 주목할 것은 'NAD'다. 알코올 대사가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자전달 효소 NAD가 필요하다. 수소가 NAD에 전달되면 NADH가 된다. 그러면 전자전달계라는 다른 대사 시스템으로 갔다가 다시 NAD가 되어 돌아온다. 이렇게 다시 돌아온 NAD를 가지고 알코올 대사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는데, NAD가 알코올 대사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른 영양소(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대사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물질이다. 

  우리 신체는 알코올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몸에 들어오면 즉시 제거하려는 성질이 있다. 즉 다른 영양소 대사에 필요한 NAD가 알코올 대사에 먼저 사용되는 것이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가장 먼저 대사가 시작되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과 같은 영양소의 대사는 그다음 순서로 밀려난다.

  이때 과음을 하면 NADH가 NAD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과하게 축적되면서 알코올 대사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며, NADH가 과하게 쌓이면 활성산소와 독성 화합물(free radical, H2O2)들이 증가한다. 후순위로 밀렸던 영양소 대사는 당연히 진행이 안된다. 


결론

  결과적으로 알코올이 제때 분해되지 않을 것이고, 지방은 대사가 안되고, 반복되면 대사가 안된 지방은 쌓이고 간에도 지방이 쌓이고, 간에 과부하가 걸려서 지방간이나 간 손상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지방 축적 외에도 신경계나 심혈관계 손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결론은 직접적으로 열량이 쌓여서 살이 찐다기보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가 정상적인 대사과정을 방해해서 살이 찐다고 보면 된다. 


  추가적으로 공복 상태보다는 배가 좀 차있어야 ADH 수치가 증가해서 알코올 대사가 좀 더 원활해진다. 음식에 있는 당 성분이 NAD+를 증가시키고 대사 기관인 미토콘드리아 기능도 활성화된다. 공복일 때 더 빨리 취하게 되는 것도 ADH와 NAD 수치가 낮기 때문이다. 


  너무 당연하지만 살찌는 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고, 마시게 된다면 몇 잔만 마시면 된다. 살찌면 안주 탓.

(술 마실 거면 강요하지 말기. 강요하는 사람은 혼자 술 다 먹고 뒤룩뒤룩 살쪘으면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RnheQI7vR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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