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재생: 박정현, <미아>

by fade or transfer

“10년 전에 그런 마음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평행선을 긋고 있었다. 각자의 입장에서 나오는 말들의 반복이었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감정이 격해졌다. 당분간은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로 했다.


공급만 했지 채움 받지 못했다고 했다. 억지로 한 것이 아니었고 돌려받으려고 한 것도 아니었지만 외로움이 커져가고 지속하기에 힘에 부친다고 했다. 내가 달라져서 채움 받을 거라는 기대감을 이제는 내려놓았다고 했다. 반박할 수 없었다.


정말 다른 성향을 가진 우리였다. 나는 감정을 꺼내고 표현하기에 서툴고 큰 비중을 두지 않을 때가 많았다. 반면 상대는 섬세하고 예민하며 감성과 정서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뿐 아니었다. 몇 년 전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을 상담해 온 상담가는 이렇게 겹치는 부분이 없는 관계도 드물다고 했다. 문제없이 잘 굴러간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고 했다.


문제를 보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잘 굴러간 듯 보이는 자리에는 전해지지 않은 감정과 미뤄둔 말들의 잔여물들이 점점 쌓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쉽게 멈추고 내리지는 못 하고 있다. 함께 지나온 시간들이 있고 관계를 이렇게 끝맺을 수는 없다는 유일한 접점을 봤기 때문이다. 다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서 당분간 멈춤이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상대의 필요에 대한 관심과 이해하려는 마음을 더 일찍 가졌다면 지금은 무엇이 달라져 있을까. 나도 미로 위에서 산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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