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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테이크 쉘터 (2011)

폭풍우를 피하려다 스스로 폭풍우가 되어버린 커티스

by 육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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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쉘터 Take Shelter, 2011*영화 내용 전체와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영화의 주인공 커티스. 커티스는 30대 중반으로 아내 사만다와 딸 해나를 키우는 현장직 노동자이다.

02.jpg 해나, 커티스, 사만다

딸 해나는 최근에 갑작스럽게 청력을 잃은 것 같다. 귀에 무언가를 꽂고 있고 가족들은 수어를 사용하여 해나와 대화한다. 그래도 해나는 밝아 보이고 반려견(대형견)과 장난치며 지내는 걸 좋아하는 거 같지만 해나의 건강 상태는 당연히 커티스 부부에게는 큰 근심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고, 동시에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는 문제가 생긴 일이기도 하다.


03.jpg 커티스가 일하는 현장의 모습. 장비들로 땅을 파는 일을 하는 거 같은데, 현장 일이다 보니 비가 올 때마다 일이 중단되고 밀리기도 한다.

커티스 가족에게는 친한 부부가 있는데 듀워트-나트 부부이다. 듀워트와 커티스는 같은 직장에서 함께 짝을 이뤄 일하는 동료이기도 하고, 남편들이 출근한 사이 나트는 커티스네 집에 와서 사만다와 함께 대화도 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영화의 시작은 커티스가 홀로 서 있고, 폭풍우가 몰려와서 녹물 같은 비가 내리는 [꿈]이다.

영화 내내 커티스의 [꿈]이 여러 번 나온다. 영화에서는 장면이 먼저 나오고 뒤늦게 꿈이라는 걸 알 수 있게 배치되지만 이 글에서는 [꿈]이라고 먼저 표시한다.

또한 [꿈]으로 시작되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루하루에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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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형태에는 녹물 같은 비가 내리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새떼가 불규칙적으로, 희한한 모양으로 나타나 공포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문제는 이 새 떼들은 커티스의 꿈에서만 보이는 게 아니라는 거다. 커티스가 잠을 자고 있지 않을 때 보이기도 한다. *오직 커티스에게만.


이런 두 가지 꿈/현상으로 인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커티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한다. 커티스가 망상에 빠져 이상해진 걸까? 아니면 노아의 방주처럼 커티스만이 예언을 받은 걸까? 어느 쪽이 맞는 이야기이고, 커티스는 어느 방향으로 노력을 해야 하는가? 이것이 영화 내내 커티스와 관객에게 중요한 주제가 된다.


노력을 하면 할수록 커티스 스스로 늪에 빠지는 거 같다고 느꼈다. 녹물이나 새떼만큼 명확한 이상함은 아니어도 커티스가 이상해지는 순간을 *별표와 함께 표시하려고 한다.



영화의 시작은 녹물 [꿈]이었고, 그 꿈에서 깨어난 아침은 날씨가 좋고 평범하다. 아내 사만다가 평범하게 차려준 아침, 반려견 레드와 놀고 있는 딸 해나. 바쁘게 준비를 할 때 사만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남편에게 전한다.

"토요일에 시장에서 팔 커튼 만들 거야. 나트와 캠이 놀러 온대. 해변 콘도 예약금 보내야 돼."

-사만다는 재봉틀과 바느질을 이용하여 옷 수선도 하고 이런저런 소품을 만들어 주말 장터에서 판매도 한다. 나트는 집에 자연스럽게 놀러 올 만큼 친한 친구다. 해변 콘도는 여름휴가에 대한 이야기이고, 여름휴가가 다가오고 있어서 어디로 예약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영화에서 몇 번 언급이 된다.


그날 집. 나트와 캠이 놀러 왔고 아이들은 밖에서 자기들끼리 놀고 있다. 엄마들은 집 안에서 대화하고 있는데 밖을 내다보니 딸 해나가 못이 박힌 나무 도막을 가지고 혼자 놀고 있다. 사만다는 달려나가서 해나를 데려오고... 마당 한구석에 쌓인 나무와 고철 등을 바라본다.

시간이 더 지나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나트와 다른 친구는 급히 귀가를 하고, 집안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해나에게 사만다가 storm을 수어로 할 줄 아느냐고 묻고, 가르쳐 준다.


커티스의 직장에서도 비 때문에 작업이 중단되고 동료들과 술 한잔하고 늦게 귀가한다. 귀가한 커티스에게 사만다가 마당의 물건들 좀 치우라고 말한다. 잔소리 느낌보다는, 아침에 했던 말들처럼 전달할 사항을 전달해 주는 느낌. 그들의 사이에는 문제가 없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은 너무나 완벽하고, 어떤 어려움도 함께 이겨나갈 진짜 사랑이 있는 부부라고 말할 정도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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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커티스가 마당에 있는 물건을 치우는데 또 날이 흐려지고 폭풍이 몰아치더니... 마당에 있던 반려견 레드가 커티스에게 달려들어 팔을 물어뜯는다.


경악하며 잠에서 깨어난 커티스. 꿈일 뿐인데도 팔에 통증이 느껴지고.... 아침을 먹으러 나오니 해나가 거실에서 반려견과 같이 놀고 있다.

커티스는 꿈 때문에 그 모습이 거슬렸는지 밥 먹으라며 *해나를 강제로 레드에게서 떼어내 식탁에 데려다 놓는다. 사만다가 해나는 이미 먹었다고 말하니까 이번에는 본인이 밥도 안 먹고 그냥 출근해버린다. *실제로 레드가 해나를 해치는지 아닌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본인이 불안해서 그 모습을 바라볼 수가 없으니까 그러는 거다.


꿈속에서 개에게 물린 팔이 계속 아픈 거 같고 신경 쓰인다. 비 때문에 공사 진척 상황이 좋지 않자 회사에서는 눈치를 준다. 같이 일하는 듀워트와 현장에 가기 전에 어딘가에 들러 이런저런 것들을 구매한다.

06.jpg 커티스와 듀워트가 일하다가 간단히 식사를 하는 모습.둘은 일도 같이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사적으로도 친하니,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가까운 사이이다.

그런 뒤 현장에 도착해서 일하는데 시꺼먼 새떼가 희한한 모양으로 뭉쳤다 흩어진다. 그걸 쳐다보는 커티스.

*일하는 중에 멍 때리는 거나 다름없으니 듀워트가 “커티스!”라고 부르지만 듀워트는 그 새만 바라보다가 듀워트에게 가서 “저런 새 떼 본 적 있어?”라고 묻지만, 기계 소리에 묻혀 듀워트는 듣지 못하고 “뭐라고?”라고만 한다.




퇴근 후 집 앞 마당에 도착하자마자 늦었다며 바로 출발하자는 사만다. 커티스는 현장에서 일하는데 샤워도 하지 못하고 출발을 한다.

*현장에 가기 전에 물건들을 구매하러 어딘가에 들렀던 일이 아니라면 그렇게 늦게 오지는 않았을 거다.

*심지어 그 약속은 해나의 청각장애와 관련된 부모수어교육과 같은 시간이었다. 중요한 약속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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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비를 뚫고 출퇴근하는 트럭에 탔고 조수석에는 이미 비에 젖은 해나가 타있다. 운전을 하다가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사람을 칠 뻔해 핸들을 옆으로 꺾어 차를 처박았다. 해나의 상태를 확인하려는데 누군가가 운전석에 다가와서 자신의 목을 조르고 조수석에 다가와 해나를 납치한다.


땀에 흠뻑 젖어 깨어난 커티스.


그날은 토요일이라 시장에 나가 물건을 팔기로 되어 있는 사만다가 커티스를 걱정한다.

"내일(일요일) 점심 우리 집에서 하는데(가족들과 주일마다 함께 식사하는 듯) 취소할까?"라고까지 하는 사만다. 커티스는 괜찮다고 한다.

날씨는 아주 맑아서 사만다는 장터에 나가 이런저런 것을 팔고 손님과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커티스-사만다네의 경제사정이 넉넉하진 않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사만다가 외출한 사이 커티스는, 근무시간 전에 이탈해서 이것저것 샀던 것을 꺼낸다. 그물을 치고... 그 안에 레드를 넣어버린다.


그리고 마당에 있는 지하 방공호를 바라본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지 커티스도 열쇠를 찾아와서 힘겹게 연다. 먼지가 가득하고 별것 없는 그 안에서... 커티스는 편안해 보인다.



집에 돌아온 사만다는 "레드가 뭘 잘못했다고 내쫓아? *집안에서만 살던 개를 왜 내쫓느냐고."라고 하지만 커티스는 자기도 다 생각이 있다고 한다. 다 해나를 위한 거라고. "*해나가 레드 좋아한다니까?"라고 하는데 커티스는 *뉴스를 듣기 위해 사만다의 말을 자른다.

그런 대화를 할 때 TV 뉴스에서는 사건사고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가스 누출로 인해... 11시간 만에 겨우 구출된... 커티스는 그 뉴스에 완전히 빠져서 너무나 끔찍한 사건이라고, '탈출구'도 없지 않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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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녹물 색깔의 비가 내리고 집안에는 해나와 자신만 있다. 해나가 밖을 내다보는데 밖에 누가 있다. 그자가 문을 마구 두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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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티스는 해나를 지키려고 안아주고는 있는데 데 집안이 흔들리고 집안의 모든 가구가 공중부양했다가 떨어진다. 아마 무중력 상태가 된 듯한 상황이다. 당연히 커티스도 숨을 쉬지 못하는 악몽.

이번에 깨어보니 침대가 축축하다. 커티스는 오줌을 싼 것이다.



심각성을 느낀 커티스는 사만다에게 새논박사 번호 있냐고 묻는다. "있지만 오늘은 일요일이라 안 할 텐데."

"그럼 내일 전화할게."

"그렇게 몸이 안 좋으면 응급실 갈래?"라고 묻는 사만다에게 커티스는 엄청나게 짜증을 내고.

사만다는 아픈 건 알겠는데 짜증 내지 말라고. 교회 다녀올 테니 해나 데리고 있으라고 말한다.

커티스는 알겠다고 하고... 사만다가 외출하자 커티스는 침구를 세탁하고 해나와 함께 도서관에 간다.

해나는 어린이 책을 읽고 커티스는 정신/심리 관련 서적 코너에서 많은 책을 빌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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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에 오다가 마트에 들러서 휴지와 통조림 제품들을 한 바가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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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만다는 교회에 다녀오는 정도의 외출이었고, 일요일 점심에 집에서 사만다의 가족들과 점심 약속이 있다고도 했었다. 그런데 도서관에도 가고, 마트에 가서 한참 쇼핑을 하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만다의 가족들...

한참 기다리다 먼저 식사를 시작하려는데 커티스가 도착한다.


*해나 청각장애 관련 부모 모임에도 늦고, 사만다의 가족과의 일요일 점심 식사에도 늦었다. 중요한 약속엔 다 늦고 있다.

사만다가 당신 어디 갔었냐고, *전화기도 집에 놓고 나가고!라고 화를 내는데 알겠다고만 한다.

예배에도 안 오고(장인 장모도 알고 있음), 그건 아파서 그랬다곤 해도 식사에도 늦고. 냉담하고 썰렁한 식사시간.


식사 도중 커티스가 "마당의 방공호를 치우려고요."라고 말하지만 *아무도 대꾸도 하지 않는다. (아마 터무니없는 사람의 터무니없는 소리 정도로 모두가 취급한 것 같다)


늦은 밤 커티스는 혼자 램프 하나 켜놓고 방공호를 대충 치우고, 그 안에서 빌려온 정신질병 관련 서적을 읽는다. 잘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자 사만다가 창밖을 내다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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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지나 커티스는 닥터 새논을 찾아갔다. 딸 안부도 묻는 걸 보니 오래 알고 지내는 사이인 듯하다.

커티스가 이런저런 증상을 말한다. 악몽을 꾸고, 꿈에서 물린 팔이 하루 종일 아프고, 자다가 소변 실수까지... 얘기를 들은 닥터 새논은 "일단 진정제 약한 걸 처방해 주겠네, 그리고 콜럼버스에 있는 정신과 전문의 연락처를 줄 테니 좀 멀어도 가보게. 전화해놓을 테니 꼭 가봐."라고 말해준다.

*의사 입장에서 볼 때 커티스의 상태는 예사롭지 않고 정신과 전문의가 필요한 상태라고 판단한 것.




일을 재촉하는 상사(사장?)와 일이 잘되지 않는 커티스와 듀워트의 모습. 비 때문에 공사 진척이 계속 늦어졌기 때문.



사만다가 해나를 데리고 보험 협회에 가서 기다리는 모습. 직원이 한참 통화하더니 이제 됐다고, 연락처를 알려주며 "여기로 가면 청력 복구 수술은 100% 보험이 될 거예요. 이렇게까지 하는 직장 잘 없는데 남편분 직장이 아주 잘 되어 있다."라고 한다. 사만다는 감격하며 감사하다고 기뻐한다.


약국에 진정제를 받으러 간 커티스. 약 값이 50달러 정도 나왔는데 커티스는 그조차도 빠듯하게 느끼는 걸 몸짓과 지갑 안의 현금 상태를 봐서 알 수 있다.

*보험이 아니라면 해나 수술비가 엄청날 상황이었고, 그나마 보험이 되어서 다행이지만 자신의 50달러 약 값도 부담일 빠듯한 형편에 방공호 청소, 재정비, 비상물품 구비에 많은 돈을 썼다.



해나의 수술비 지원 소식에 둘은 기쁜 저녁시간을 보내고... 사만다는 기쁜 마음으로 카탈로그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콘도를 찾아서 보여준다. 해변이라서 해나도 뛰어놀기 좋을 거 같고, 일주일에 900달러 정도로 가격도 괜찮다고. 커티스는 그냥 웃으며 알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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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먹고 잔 커티스는 꿈도 꾸지 않고 편안한 표정으로 기상을 한다. 약을 먹자 효과도 바로 나타나고 해나 일도 잘 풀리는 거 같고. 좋아 보인다.




출근해서 함께 일하는 듀워트와 커티스. 커티스가 듀워트에게 뜬금없이 묻는다. "일주일 치 비상식량이 얼마나 필요하지?"

듀워트는 "몰라? 근데 TV 보면 뭐 나무껍질 같은 거 먹고도 버티기도 하던데?"라고 한다.

그러자 “난 그런 거 못 들었어.”라고 딱 잘라버리는 커티스. *사실 현실적으로 정말 조난당한다면 듀워트의 말이 실제로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상대의 조언을 딱 잘라 버리는 모습.

듀워트는 "난 몰라. *그런 건 왜 묻는 거야? 일이나 하자."라고 한다.

그때 천둥소리에 깜짝 놀라는 커티스. 안 그래도 비가 올 때마다 일이 미뤄져서 눈치가 보이는 상황인데 또 천둥이라니!

"젠장! 망했다!" / "왜 그래?" / "천둥소리잖아." / "*천둥소리가 언제 났어?"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은 정말 맑다. 커티스도 그걸 보고 있는데도 여전히 천둥소리가 들린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커티스. 듀워트가 부르는데도 커티스는 달려가서 오바이트를 한다. *자기 자신도 본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음. 듀워트를 쌩까고 가버림.



차를 타고 급히 어디론가 간다. 그러다가 컨테이너 박스를 파는 곳에 멈춰서 잠시 바라본다. *이래저래 재정이 빠듯한 상황인데 거기에 혹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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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티스는 어머니가 계시는 요양원(정신병원?)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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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커티스가 무료 상담소에서 말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어머니와 관련된 내용을 먼저 말하면 다음과 같다.



커티스가 10살, 자신의 형이 17살이고 어머니는 30대일 때의 어느 날. 어머니는 슈퍼마켓에서 자신을 버려두고 사라졌다. 일주일 뒤에 어머니를 찾았을 때는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주워 먹고 있었다. 아버지는 바로 어머니를 콜럼버스 정신병원에 입원시켰고, 그때 이후로 죽 입원해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자신과 형은 아버지가 길러주셨고 아버지는 최근(지난 4월)에 돌아가셨다.

-그러면 누가 남는가? 형이 남는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아직 형은 등장하지 않았다. 어머니도 처음 등장했으니...



커티스는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인식을 했고, 그래서 자기도 어머니처럼 될까 봐, 혹시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 봐 확인하러 간 것이다. *일하다 말고 갑자기, 가족들 그 누구에게도 말도 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어머니에게 혹시 처음 입원할 때 생각이 나냐고, 그전에 어땠냐고, 꿈같은 건 안 꿨냐고 물어본다.

"글쎄, 모르겠다.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너희 아빠는 집을 자주 비웠고, 혼자 발을 동동 구르며 너희를 키웠는데. 꿈은 안 꿨어. 내가 힘들었던 건 어떤 두려움이었다. 버틸 수가 없었지. 세상 사람들이 다 내 말을 듣는 것 같고..." *멀쩡하게 말하고 있지만 어머니는 현재도 보기보다 증상이 심각한 것 같다.

결국 커티스가 어머니를 위로하며, 괜찮다고 그런 일은 없다고 위로하고 나온다.




본인에게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느낀 커티스는 그는 새논 박사의 *집으로 전화해서 말씀해 주신 콜럼버스는 멀어서 어렵고 근처에 갈만한 곳이 없냐고 묻고, 이때 무료 상담소를 소개받은 것 같다.

*콜럼버스에 있는 정신과 전문의를 피하는 이유? 멀어서는 단지 핑계일 뿐이다. 어머니가 최초 발병 후 콜럼버스 정신병원에 입원했었으니까. 어머니처럼 되고 싶지 않으니까.




집에 와서도 홀로 심각한 커티스에게 사만다가 괜찮냐고 묻자 그제야 어머니를 보고 왔다고 말하는 커티스. 사만다는 깜짝 놀라 무슨 일이 있어서 갑자기 간 거냐고 묻지만 그런 건 아니라고 답하자 "그럼 말을 하지 같이 가게. 괜찮으셔?"라고 묻는다. [사만다의 자상함]


사만다에게 먼저 자라고 하고 혼자 이런저런 계산을 하는 커티스. 메모를 보니 컨테이너를 결국 구매했고, 그것을 비롯한 이것저것 공구들의 비용을 계산해 보니 6800달러가 넘는다.

*약국에서 50달러를 내는 것에서도 머뭇거리던 커티스를 생각하면 기가 막히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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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출근 전에 그는 은행을 찾아간다. 이미 대출한 금액이 있어서 추가로 대출을 하려면 이자도 높아지고... 집도 저당잡혀야 한다고 한다. *추가 대출은 위험하다고 은행 직원이 조언하는데도 돈이 필요하다고 대출을 진행하는 커티스.



출근 후 듀워트에게 어제 그렇게 내빼서(천둥소리 듣고 놀라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듀워트는 커티스에게 질문을 하거나 원망하지도 않고, 어제 사장이 와서 찾길래 적당히 둘러댔다고 말한다. 좋은 동료다...



식사를 하던 중 커티스는 듀워트에게 좀 도와달라고 한다. 마당에 방공호를 만들 건데 혼자 하기 힘들어서 회사 기계를 사용하려고 한다고. 토요일마다 그 기계로 땅 좀 파 달라고 듀워트에게 부탁을 한다.

"방공호를 왜 만들어?"

"필요할 거 같아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게 보일 정도이지만 듀워트는 어제 내뺀 것에 대해서도 그랬듯이 큰 질문은 하지 않고 알겠다고 한다. 하지만 알겠다고 해놓고도 조심스럽게 다시 묻는다.

“자네 괜찮나?”

“뭐가?”

“그냥. 자네가 곤란해질까 봐.”

커티스는 괜찮다고 한다.

듀워트는 두 가지 의미로 다 말한 것 같다. 회사 기계를 쓰는 거야 자기만 입다물면 그만이긴 한데, 천둥소리 얘기도 그렇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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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논박사가 소개해 준듯한 무료상담소로 찾아간 커티스.

커티스는 질문지도 다 작성했고 자기 발로 여기 직접 찾아오기도 했고. 망상이나 환각은 없는 거 같은데 지금 느끼는 증상을 약을 먹어서라도 고치고 싶다고 말한다. 병을 치료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그러나 상담사는 본인에게는 약 처방 권한이 없다고 말하고 약을 원하면 다른 기관으로 연결해 주겠다고 하자 커티스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한다. 그러나 말하고 싶으면 듣겠다고,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하자 커티스는 다시 앉아 상담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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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되고 듀워트의 도움으로 마당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해나와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온 사만다는 기가 막히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 표정과 화를 내는 사만다의 반응을 본 듀워트는 다시 한번,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아내에게 상의도 없이 이런 일을 벌이는 동료이자 친구를 보면...



당연히 그날 저녁 사만다와 커티스는 격한 말다툼을 벌이고.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다는 걸 알게 된 사만다는 경악한다. *레드를 내쫓은 것부터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고, 이해 되게 설명 좀 해보라고 해도 커티스는 해나 재우고 오겠다며 말을 돌린다.



그날 밤... 자기 전에 커티스는 약을 먹는다. 늘 먹던 두 알을 꺼냈다가, 조금 망설이더니 여섯 알을 꺼낸다. *본인의 불안이 평소보다 너무나 커서 많이 먹은 것 같지만, 처방약을 자기 임의로 3배나 먹는 것 역시 정상 범주의 행동은 아니다.

평소보다 세 배나 많은 약을 먹고 잔 커티스는 자다가 발작을 하며 피를 토하고 몸이 꼬이고... 사만다는 놀라서 구급차까지 부른다. 그래도 별 탈 없이 해프닝 정도로 지나갔다. 그래도 이제는 사만다에게 숨길 수가 없는 상황.


커티스는 그간의 꿈 얘기를 다 하고... 오늘도 꿈을 꿨냐니까 듀워트와 일을 하다가 또 비가 내리고 그 친한 듀워트가 도끼를 들고 나를 쫓아오는... 꿈이었다고 말한다. 그간 상담받았던 것까지 그제야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커티스가 말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아서 무섭다. 어머니는 우릴 버렸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그래서 상담도 받고 방공호도 만드는 짓을 하는 거라고.

*커티스의 어머니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슈퍼마켓에 커티스를 '버리고' 갔긴 했다. 그리고 자신의 정신이 무너져서 자식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떠나가야 했던 것 또한 커티스는 은유적으로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부모의 이혼을 통해 버림받았다고 느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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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워트가 도끼를 들고 자신을 쫓아오는 꿈을 꿨다는 커티스는, 다음날 현장에서 일을 하며 멀리 있는 듀워트를 가만히 보다가 도면을 들고 사무실의 상사(사장?)에게 찾아가더니 듀워트를 팀에서 제외해달라고 부탁한다. *꿈에서 시작된 불안으로 듀워트를 배신하는 셈이다. 꿈에서 레드가 공격하니 레드를 마당으로 내쫓았듯이.

듀워트가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닌데 왜? 친해서? 친해도 지시할 건 하고 불편한 건 참아야지?라며 어느 정도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는 상사. 그럼에도 커티스는 강경하게 누구라도 좋으니 다른 사람으로 바꿔달라고 한다.

결국 알겠다고 하는 상사. 그러면서 덧붙인다. "근데 자네 근무시간을 너무 빼먹더군." *사실상 듀워트가 자신의 근무이탈 및 근무태만을 덮어주고 모른척하는 상황인데도 천지분간을 못한다.

"죄송합니다. 딸 애 병원 가느라고. 그래도 마감일은 철저히 지키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나가는 커티스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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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말. 듀워트를 배신한 걸 아직 듀워트네 부부는 모르는지. 듀워트와 나트 부부가 와서 듀워트는 밖에서 방공호 공사를 돕고 나트는 집 안에서 사만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밖을 보던 나트가 사만다에게 말한다.

"듀워트 말로는 커티스가 이상하대. 미안해 이런 말 해서. 해나 때문에도 힘들 텐데." *듀워트가 아내에게 말을 할 만큼 커티스의 상태가 안 좋음.

사만다도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표정이 좋지는 않다.




커티스는 방독면을 사러 간다. 제일 싼 방독면을 보여주는데 그게 180달러 정도 한다. 그 가격에 머뭇거리고 심지어 어린아이용 방독면은 있지도 않다. 그래도 성인용이라도 몇 개 구매해서 나온다. *돈 없다며...




땅에 묻은 컨테이너 위에서 또 이런저런 작업을 하는데 누군가가 나타난다. 사실상 그의 원 가족 중 유일하게 남은 사람, 커티스의 형이이었다.

오랜만에 만난듯한데 형은 주머니에 내내 손을 넣고 있고 그들은 악수도 허그도 하지 않는다. 인사도 어색한 사이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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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호를 보고 형이 질문을 쏟아내고 커티스도 그냥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한다.

말없이 그러려니 넘어가던 듀워트나, 묵묵히 남편을 이해해 보려는 사만다와는 다르게 형은 질문과 질책을 쏟아낸다.

"이거 하는데 얼마 들었어? 엄청 들었겠는데? *지금 너희 형편에 미친 짓 아니니? 현금으로 샀어? 사만다가 전화했더라. 걱정돼서 전화한 거 같더라. 네가 스트레스받아서 이런다고. 정말이야? 스트레스 심해? 제발 이건 그만둬. 계속 고집부리면 가만 안 둔다. 다시 와서 확인할 거야."


오랜만에 만난 듯한 형이 내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잔소리를 쏟아내니 커티스도 반응이 좋지 않다.

"고마워 미치겠네."

형이 화제를 바꾼다.

"어머니 보러 갔었니? 괜찮으셔?"

"형도 가봐. 딸애들 데리고."

"알아서 할게. 도와줄까?"

"됐어."

"알았다. 필요하면 전화하고."

이런 겉돌기만 하는 대화. 특히 어머니에 관한 대화는 절대 깊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둘은 여전히 악수 한번 허그 한번 없이 헤어지려는데 커티스가 갑자기 형을 부른다.

"형 개 키우고 싶댔지? 아직도 키우고 싶어?"

그렇게 *레드를 형에게 입양 보낸다. 해나와 사만다와는 당연히 상의도 안 했고 충동적인 결정이다. 형은 어리둥절하지만 형네집에 가면 더 좋을 거라며, 안 그래도 입양하고 싶어 했던 강아지를 보내주는 커티스에게 조금은 마음이 열린 거 같다. 그제야 그들은 악수도 하고 허그도 하며 헤어진다.



-



[꿈] 또 비가 오고 있고 방에서 나와보니 사만다가 비에 쫄딱 젖은 상태로 칼을 앞에 둔 채 커티스를 노려본다.


그 꿈을 꾸고 일어나 아침을 먹으면서도 심각한 커티스. 사만다가 커티스의 팔에 손을 대자 기겁하며 손을 뺀다. *꿈에 나타난 레드를, 듀워트를 멀리했듯이 이번엔 사만다에게도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해나가 뭔가 손짓을 해서 밖을 내다보니 웬 모르는 남자가 서있다.


그는 앞서 계속 나왔던 커티스-듀워트의 상사였다. 공사 진척을 재촉하고, 커티스가 듀워트를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그런 커티스에게 자리 좀 비우지 말라고 눈치를 준 사람. 그에게 달려간 커티스가 뭔 말을 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말한다.

“듀워트 말이 개인 용도로 회사 기계를 썼다고? 그래서 그걸 아는 듀워트를 내쫓은 거고? 확인해 보러 왔네.”

커티스가 지레 찔려 듀워트를 다른 팀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다른 팀으로 발령난 듀워트가 열받아서 폭로해버린 거 같다.

"땅 파는 기계 하나 그것도 토요일에 딱 8시간만 썼습니다." *뭘 잘했다고...

"그게 문제가 아니야. 회사 규칙을 밥 먹듯이 어겼군. 사고라도 나면? 여기서 이 기계에 누가 다치기라도 했으면? 그게 소송되면 난 쪽박 차는 거야." (말하는 걸 보면 사장인 거 같다)

"맞아요.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어떤 책임이라도 지겠어요."

"금요일에 월급 받고 그만 나와. 2주 치는 보너스로 주지."

-이 말에 죄송하다든가, 다시 생각해 봐달라는 말은 하지 않더니 그저 "듀워트도 해고됐나요?"라고 묻는다.

"2주간 무급휴가 중이네. 안됐지만 자네가 자초한 거야." *그는 절친한 듀워트를 배신했고, 피해를 줬다.



집에 들어가서 해고당했다고 말하는 커티스.

"그럼 의료보험은?"

"2주 남았어." (해나의 수술은 6주 뒤로 잡혀있었다)

사만다는 커티스의 뺨을 때리고 해나를 데리고 나간다.





아침부터 그 난리가 났지만 커티스는 그래도 계속 받아오던 무료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지속적으로 상담을 해주던 켄드라가 없다.

잘못 들어온 줄 알고 죄송하다고 나가려고 하는데, 켄드라가 출장 중이라 자기가 있는 거라고 들어오라고 한다. 커티스가 들어왔는데도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차트를 펼쳐보더니 켄드라가 처음에 커티스에게 했던 그 말을 그대로 한다.

"당신 어머니에게 정신분열증이 나타난 게 30대이군요? 그 얘기부터 해봅시다." (인수인계도 안 하나?)

커티스는 기가 막혀서 앉아있다가 말없이 자리를 뜬다. (무료상담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물론 그 상담사가 특별히 성의가 없었을 수도 있지만,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날 저녁 집. 사만다는 커티스의 이상함을 계속 봐왔고, 아침에 자신의 손을 피하던 것에 대해서 말하며 자기도 꿈에 나왔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답하고.

"극복할 수 있겠어?"

커티스는 말없이 손을 내민다. 그 손을 잡고 사만다는 말한다.

"나도 맘 정했어. 해변 여행 취소하고, 당신 마지막 월급으로 두 달 살자. 나도 일하고, 당신도 다른 일 찾고, 해나 수술 날짜는 당길 수 있나 알아볼게. 올해 말까지 보험 연장에 얼마 드는지 보고, 당신은 정신과 찾아가. 무료 상담사 말고 정신과 전문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망하거나 무너지기보다 해결책을 찾는 너무나 좋은 아내 사만다]

"새논박사님이 정신과 알려줬는데 우리 형편이 너무 벅차."

"돈은 어떻게든 마련해보자."

"주말에 라이온스클럽 저녁식사 알지? 같이 가야해."

"사람들 만나기 싫어."

"그래도 가야해. 평소 하던 대로 해."




라이온스클럽 식사 자리 해나, 사만다, 커티스가 모두 참석했다. 다른 사람들도 가족단위로 참석하는 자리이고... 그들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사람들.

듀워트와 나트 입장에선 정말 싫었을 테고... 듀워트는 식사 중인 커티스에게 찾아가서 화를 낸다.

"네가 한 짓 내가 다 까발렸어. 더러운 배신자. 오랜 친구를 그렇게 깔아뭉개?"

"알아. 미안해."

듀워트는 커티스에게 폭력을 쓴다.

"웃기지 마. 미안한 놈이 그따위로 행동해? 피도 눈물도 없는 놈!"

듀워트가 커티스에게 또 폭력을 행하자 커티스도(덩치는 커티스가 훨씬 크다) 듀워트에게 폭력을 행하고, 테이블을 뒤집어엎어버린다. 해나와 사만다가 보고 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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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모두가 쳐다보고... 커티스는 모두에게 화를 낸다.

"내가 미친 것 같아? 저 자식이 그렇게 떠들어? 내 말 잘 들어! 폭풍우가 온다고! 그걸로 세상이 끝날 거야! 근데 너희는 이렇게 웃고 떠들기만 하지? 내가 미친 것 같아?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아? 내가 도둑놈 같아? 시간 있을 때 잠이나 자 둬. 그날이 오면 모두 지옥에 갈 테니까."

해나와 사만다가 보는 앞에서 너무나 솔직하게 그리고 비참하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쏟아낸 커티스... 그들은 집으로 돌아온다.



-



[꿈]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데 또 새들이 떼로 날뛰고 커티스는 그 새들에게서 해나를 지켜준다.



어느 날 밤에는 자고 있는데 경보가 울린다. 정말로 폭풍이 왔고 커티스의 가족들은 방공호로 대피하고 방공호 안에서 방독면을 쓰고 잠에 든다.

커티스가 잠에서 깨어나 보니 해나와 사만다는 방독면을 벗고 있는 걸 보자 커티스는 당황한다. 사만다는 커티스를 잘 달래서 방독면을 벗게 하고. 이제 괜찮다고 나가자고 한다.

문 앞에서 망설이는 커티스.

밖에 아직 스톰이 분다고,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사만다는 아니라고, 문을 열라고 한다.

커티스가 문에 손을 대보니 막 흔들린다고, 직접 대보라고 하자 *사만다도 와서 손을 대보지만,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만다가 고개를 젓는다.

그러자 해나에게 가서 수어로 폭풍우가 느껴지지 않냐고 하는데 해나도 고개를 젓는다.

해나까지 아니라고 하자 커티스는 괴로워하며 사만다에게 말한다.

"미안해."

"여보. 폭풍우는 끝났어."

"미안해."

"커티스. 난 거짓말 안 해. 당신을 정말 사랑하는데... 당신이 문을 열어."

"미안해. 못하겠어."

"당신을 사랑하지만 내가 열 수는 없어. 세상이 멀쩡하다는 걸 당신이 직접 봐야 해. 이래서 가족이 함께 하는 거야. 당신이 해야 한다고."


커티스는 고통스럽게 방공호의 문을 열고... 세상은 너무나 맑고 화창하다.


비바람이 지나가긴 해서, 사람들은 자기 마당을 치우고 전깃줄 등의 보수를 하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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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상황이지만 너무나 비참한 커티스는 가족들을 끌어안고 괴로워한다.



커티스는 사만다와 함께 정신과 전문의에게 찾아간다.


방공호에서 떨어져 지내면서 약을 먹으면 괜찮을 거라는 의사의 말.

"여름휴가를 가기로 해서, 이번 달에 가기로 했는데."라고 사만다가 말한다.

“휴가는 가도 됩니다. 약 먹으면 괜찮을 테니까. 휴가 가서 쉬면서 가족들도 시간을 좀 가지며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앞으로 긴 시간이 걸린다는 걸 생각하시고.”


"무슨 말이죠?"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하셔야 합니다." *커티스가 가장 끔찍하게 생각한 결말이다.

자신이 정말 원하지 않았던 말이라면 보통은 "입원까지 해야 하나요? 안 할수는 없나요? 입원 기간은 얼마나 생각해야 될까요?"라고 말할 법도 한데, 커티스는 이렇게 말한다.

"가족들과 떨어져야 한다고요? You mean I have to leave my family?"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그 말에 커티스는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인다.




결말 이전의 나의 해석

-부터 말하려고 한다.


영화 내내 커티스는 두 가지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첫 번째로는 현실에 가까운 악몽, 그 악몽이 현실이 될까 봐. 그 꿈은 녹물비가 내리고 새떼들이 습격하고 등등 세상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재해의 상황, 재해가 발생하고 그래서 가족들과 떨어지게 되거나 가족들을 잃게 될까 봐.

두 번째로는 본인이 느끼고 두려워하는 재앙이, 재해를 두려워하는 이 마음이 망상이고 미친 생각일까 봐 두려워한다. 조금 다르게 말한다면 본인이 자신의 어머니처럼 될까 봐. 어머니는 여러 가지로 힘들었고 그래서 스스로를 놓아버렸고, 그러면서 가족들과 떨어지게 되었다.


첫 번째든 두 번째든 커티스가 결론적으로 두려워하는 건 '가족들과 떨어지는 것, 가족들을 잃는 것'이다.


어머니처럼 되지 않을 거라는 의지와 각오를 말할 때 커티스는 "나는 가족을 버리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아직 10살로 어렸던 커티스에게는 어머니가 자신을 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 상황 자체가 커티스의 입장에선 재해처럼 발생했다.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돌이킬 수 없이.


그리고 최근엔 그런 재해와 같은 상황이 두 가지 더 있었다. 갑작스러운 해나의 청력 상실. 그나마 자신을 키워준 가족인 아버지의 사망.



이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머니처럼 되지 않기 위해 영화 내내 커티스는 많은 노력을 한다. 방공호를 만들고 상담도 받고 아픈 어머니에게 찾아가서 (둘 모두에게 아팠던) 그때에 대해 물어보기도 한다.


문제는 커티스가 하는 노력의 방향부터 약간은 어긋나 있었고, 방향이 이미 어긋났으니 노력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어긋난 곳을 향해 달려간다.

어려운 형편에 방공호를 만들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집까지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근무시간에 이탈하고 근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감싸주는 동료이자 친구를 배신하고 덕분에 오랜 친구들도 등을 돌린다.

해나의 치료와 케어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나 보호자 모임에도 늦고 해나의 수술비 문제를 해결해 줄 의료보험이 있는 회사에서 쫓겨난다.

담당 의사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그 의사가 권해주는 전문의는, 어머니가 처음 입원한 콜럼버스에 있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고 핑계를 대며 가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무료 상담에 의존하다가 제대로 된 치료가 늦어지며 결국엔 본인도 그 무료 상담 절차에 허탈함과 배신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당연히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미치지 않으려고, 가족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든 언행과 결정들이 그가 미쳤다는 것을 오히려 보증해 주고 있고(*영화 내내 그가 이상한 언행을 하는 것을 이상하게 대하는 수많은 장면들이 있었다) 결국의 결국에는 가족과 떨어지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회사에서 잘리고 이웃과 친구들이 모두 외면하고, 딱히 의지할 곳 없는 상황까지 되었음에도 자신의 손을 잡아주고 지켜주고 웃어주던 사만다와 해나 떠나(leave) 결국 입원을 해야 한다는 선고가 내려진 것이다.



해석이 분분한 결말

영화의 진짜 마지막 장면은 커티스의 입원 소식을 듣고 체념하듯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아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영화의 진짜 마지막 장면.

영화 내내 여름휴가 콘도 예약해야 돼, 이 콘도 어때? 여름휴가 가야 하는데,라고 하던 그 휴가를 갔다. 해변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스톰이 오고 녹물 같은 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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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가 가장 먼저 수어로 알려주고 사만다의 손에 녹물비가 떨어진다. 방공호 내에서 아직 스톰이 계속되고 있다는 커티스의 고집스런 말에도 조용히 아니라고 고개를 젓던 해나와 사만다조차도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커티스가 내내 말했던 스톰!

커티스가 해나를 안은 채 “사만다”라고 부르자 사만다는 “그래. Okay”라고 말하며 영화는 끝난다.


열린 결말이고 해석이 분분하다. 결국 커티스의 예언이 맞았다는-커티스가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인지. 혹은 마지막 장면까지도 커티스의 망상이고 [꿈]인지로 갈린다.


나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커티스의 망상이다.

영화 내내 커티스가 두려워한 것이 무엇인가? 자연재해가 오든, 본인이 미쳐서든 간에 가족들과 헤어지는 거였다.

그리고 원래라면 자연재해가 온다면 가족들을 잃거나 가족들과 떨어지게 될 확률이 높고, 그렇기 때문에 방공호도 만들었으나 재해는 오지 않았다. 방공호를 만든 일이 헛수고가 되더라도 어쨌든 재해가 오지 않는다면 가족들과는 떨어지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스톰이 오지 않았는데도 이번에는 가족들과 떨어지라는 말을 듣게 된다. 아마 결말에서 그 말을 들은 커티스는 세상이 자신을 농락한다고 여기지 않았을까. 방공호 만든다고 많은 걸 잃었는데, 가족과도 떨어져야 한다니. 나의 판단이 틀렸을 뿐만 아니라 내가 나의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된 셈이라니.



그러니 이제 커티스는 모든 것이 반대인, 자신의 기준에서 완벽한 결말을 만들어낸다.


스톰-자연재해가 온다는 생각과 꿈은 망상이 아니라 오히려 예언이었다. 나는 틀리지 않았고 맞는 말을 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심지어 나는 가족들과 함께 있기까지 한다. 가족이란 오직 나를 아껴주고 나를 지지해 주는 사만다와 해나만이 해당된다!

정신병원에 있는 어머니나 오랜만에 와서 나에게 잔소리나 쏟아내는 형은 해당하지 않는다. 한때는 원 가족을 대신할 만큼 가까웠으나 주먹질로 멀어진 듀워트네 부부도 알 바가 아니다. 함께 식사는 해주지만 나에게 큰 관심은 없어 보이는 사만다의 가족들도 사만다의 가족이지 나의 가족이 아니다.

여름휴가로 온 해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웃이나 관광객조차 존재하면 안 된다. 내가 만들어낸 나의 해피엔딩이 완벽하기 위해서라면 말이지.


(끝).


∞ 602의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s_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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