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해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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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본 영화.
다시 보니 러닝타임이 짧고 그러면서 생략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
과거에 봤을 때는 미리암을 분석하고 싶어 했네 나도. 앙투안이 가해자라는 건 너무 명백해서 해석할 필요도 없다고 느꼈는데, 오히려 전형적인 모습이 있으므로 이번엔 좀 더 깊게 눈여겨보게 되었다.
사실 모든 게 궁금하다. 둘은 어쩌다 연애를 했고 결혼을 했을까. 사랑한 적도 있기는 했을 텐데.
조세핀과 줄리앙 남매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걸 보면 속도위반이었을 가능성도 있고.
앙투안의 그늘을 이미 벗어나 자유로운 조세핀과 남자친구의 관계를 보여주는 비중이 큰 것도 이유가 있겠지.
조세핀은 남자친구에게 매달리고 남자친구 만나느라 수업도 빠지고 거짓말하고. 다행히 그 남자친구는 앙투안과는 전혀 다르게, 폭력적인 모습 같은 건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굳이 등장한 이유는... 조세핀의 방황을 보여주거나 혹은 집안에서 충족되지 못했던 애정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걸 수도 있겠지.
한편 미리암 입장에서는 딸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는 자기 자신을 봤을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들의 시작도 사랑이었을 테니까.
초반 시퀀스를 통해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는 판사를 통해 관객도 중립적으로 만들고 시작한 게 영리한 연출이었다. 영리하고 씁쓸하고 답답하지.
그들도 분명 뭔가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 언행, 물증이 없는 한 뭔가를 느꼈다는 것만으로 판결을 내릴 수 없는 것이고. 그리고 한편으로는 피해자 입장에서 그렇게 내밀만한 증거 언행과 물증을 수집했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고.
앙투안의 부모조차도 자기 아들이 이상한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그 정도로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한 거 같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친척 결혼식에 함께 가자고 하고, 앙투안 반응 예상 못 하고 자연스러운 식사 자리의 대화로 줄리앙을 어디서 봤다더라-하는 이야기도 내뱉은 거겠지.
사실 앙투안은 치료가 필요할 만큼의 미친놈인데도... 들어보면 돈도 잘 벌고 심지어 이직도 수월한 거 같다. 아들을 보기 위해 2주에 한번 먼 길을 운전해서 달려오기까지 하고...
그런 것들에 가려지는 미친 면모는 가까운 극소수만이 알 수 있고, 미리암만이 가장 잘 알았을 거다. 이건 뒤집으면 미리암이 타인을 설득하는 과정이 더욱더 힘들고 지난했을 거라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그 미리암이 체념하고 무력해지는 과정이 있었을 테지.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미리암이 처음부터 저렇게 무력하진 않았을 테니까...
가정 폭력 가해자의 전형적인 캐릭터를 보여줬다고 느꼈다. 배우자는 미리암 같지 않을 수도 있고 자녀들도 줄리앙이나 조세핀이 아닐 수도 있겠으나. 앙투안은 많은 이들을 포함하는 캐릭터겠지.
-스토킹 하고. 상대방의 감정이나 표정 변화와 상관없이 자기 혼자만의 감정에 취해서 울기도 하고. 본인은 묻는 말에 대답 안 하면서(앙투안의 부모가 말해도 대답 않음), 상대방이 대답을 안 하면 겁박하고...
-소음을 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음. 도착해서 경적 울리기, 이웃집이 바로 옆인 아파트에서 문 부수고 소리 지르기, 파티장에서(많은 사람들이 있는, 즐거운 분위기에서) 소리 지르고 화내기...
-합리적 판단을 하지 않음. 주말을 바꾸면 부모님이 원하는 결혼식도 가고 아이가 원하는 것도 들어줄 수 있는 순간에, 아이가 먼저 제안과 부탁을 하는데도 오직 자기 기분만으로 움직이다.
-얻는 게 있어야(여기서는 미리암과의 만남, 연락 등) 뭔가를 하나 그제야 내어준다.
-근거 없는, 망상에 가까운 질투 반응. 스스로에게 질투를 해도 되는 자격이 있다고 믿고 있는 느낌.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음+상황 및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불가능 이렇게 두 가지가 가장 큰 특징이라고 느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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