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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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말하며 귀여운,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라고 표현하는 일이 많던데, 단지 귀엽고 풋풋하기만 하지는 않은, 정말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깊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시작에서 줄리네 옆집에 동갑내기 브라이스가 이사 오고, 줄리는 브라이스에게 반한다. 줄리는 그 미소와 눈빛에 반하게 된 것이고, 브라이스도 자기에게 호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줄리도 어렸으니까 그런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고, 또 그런 정도로 사람을 해석한다. 그리고 사실 브라이스는 줄리를 귀찮아하고 벗어나고 싶어 한다.
세월이 흘러 둘은 중학생이 되었고 브라이스에게는 큰 변화가 생긴다. 바로 할아버지(던컨)가 브라이스네 집에서 함께 살게 된 것. 브라이스에게 할아버지는 어려운 존재이고 특별히 대화를 한 적도 없다. 그에 대한 서운함 등이 있었을 텐데, 그런 브라이스에게 처음으로 할아버지가 관심이 전제된 대화를 거는 것은 줄리에 대한 질문이었다(손주인 브라이스 본인이 아니라, 옆집 사는 괴짜 여자애에 대한 질문!).
줄리와 브라이스가 스쿨버스를 타는 곳에는 엄청나게 큰 플라타너스가 있었고, 줄리는 우연히 그 나무에 걸린 연을 가지러 나무에 올라갔다가 새로운 시야와, 아름다운 풍경과 향기에 도취하게 된다. 좋은 것을 발견했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브라이스에게도 올라와 보라고 했지만 브라이스는 늘 그랬듯 온갖 핑계를 대며 거절한다.
줄리는 그 나무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줄리의 아빠가 그림을 그리며 말했던 '부분이 모여 전체를 만든다, 각각의 부분의 합과 전체는 다르다'는 말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그 나무가 베이게 되었고, 줄리는 그걸 막기 위해 나무 위에서 버틴다. 브라이스에게도 올라와달라고, 높이 올라올 필요도 없고 그저 나무가 베이는 것을 막기만 하면 된다고 부탁했으나 브라이스는 외면한다. 나무는 결국 베였고 나무를 지키지 못한 줄리는 상심한다. 자신의 부탁을 외면한 브라이스에 대한 생각에도 조금은 영향이 있었으리라.
상심한 줄리에게 줄리의 아빠는 플라타너스를 멋지게 그려서 선물하며 그 위에서의 감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플라타너스 나무는 줄리가 그 위에 올라가며, 그리고 내려오며, 줄리의 시야를 변하게 해 준 큰 계기가 되어 주고 또한 플라타너스를 중심으로 한 사건들은 줄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그런 플라타너스-줄리에 대한 신문 기사를 보며 줄리에 관심을 갖는 브라이스의 할아버지는, 줄리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다.
줄리는 과학 박람회에서 보여줄 계란 부화 프로젝트를 맡게 되고,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그 작은 알 안에 정말 생명이 있다는 것에 신기함과 대단함을 느껴 성심성의껏 프로젝트에 임하여 달걀들을 병아리로 부화시키고 과학 박람회에서 1위를 한다.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병아리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서 뒷마당에서 그 병아리들이 닭이 될 때까지 기른다(여기서도 줄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그 닭들이 성장해서 알을 낳기 시작했고, 열심히 소비했지만 달걀이 남아돌기 시작하는데 이웃들이 그 신선한 달걀을 구매하고 싶어 한다. 그런 가치가 있는 달걀들을 줄리는 브라이스네 집에는 공짜로 준다.
브라이스는 단지 누나 친구네 집에서 뱀이 알을 통째로 삼키는 모습을 보고 생성된 약간의 트라우마 탓에, 그리고 브라이스의 아빠의 의심과 선입견으로 그 계란을 먹지 않고 돌려주려고 한다. 하지만 브라이스는 줄리에게도 상처 주고 싶지 않고 가족들의 말도 어길 수 없어서 계란을 받는 족족 갖다 버린다.
그러다가 버리는 모습을 줄리에게 들키고 말았고, 브라이스는 자기가 아니라 아빠가 살모넬라 균이 걱정된다고 그랬다, 너네 집 뒤뜰 사실 더럽긴 하잖아,라고 하며 또 남 탓을 하며 비겁하게 군다.
줄리는 매우 화가 나서 브라이스를 무시하기 시작했고, 줄리가 브라이스를 상대도 하지 않자, 브라이스는 줄리가 자길 귀찮게 하던 것보다 더 괴롭다고 생각한다.
브라이스의 말 때문에 줄리는 처음으로 자신의 집이 더럽다고 느끼게 된다. 그 말을 부모님 앞에서 했다가 부모님이 처음으로 크게 싸우는 모습까지 보게 된다. 괴롭지만, 줄리는 브라이스를 신경 써서가 아니라 우리 가족들을 위해서 손수 앞뜰을 다듬기 시작한다.
그런 모습을 보던 브라이스의 할아버지(던컨)가 줄리에게 다가간다. 둘은 함께 줄리네 집 뜰을 다듬으며 많은 대화를 한다. 줄리는 자신의 아빠가 말했던, 부분이 모여 전체가 된다는 이야기를 던컨에게 했고 던컨은 바로 그 이야기를 이해하며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할아버지는 부분이 합쳐져서 더 멋진 게 만들어지게 된다는 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셨다. 할아버지는 사람도 그렇다고 하셨다. 하지만 때론 어떤 사람은 합쳐진 게 부분만 못하다고 하셨다. 난 그게 꽤 흥미롭다고 생각했었다. 난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있던 애들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부분보다 합쳐진 게 못한지 아님 더 나은지 알아내려고 노력했다. 할아버지가 옳았다. 많은 애들이 부분보다 합쳐진 게 별로였다.'
줄리는 많은 애들뿐 아니라 브라이스도 유심히 보았고 깨닫게 된다. 브라이스 로스키가 부족한 존재라는 걸.
달걀 사건을 알게 된 던컨(할아버지)은 브라이스에게 말한다.
“브라이스, 사람 성격은 어릴 때 형성된다. 너무 엇나가면 고치기 힘들어. 정직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거야. 처음에 좀 어색한 게 나중의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브라이스 아빠 스티븐은 딸에게도 쉽게 말하는 사람이다. 자기 딸의 친구를 본 적도 없으면서 무시하고, 안 봐도 뻔하다고 멸시하고. 그런 사람이니 던컨(장인어른)에게도 뭐라고 한다.
그 여자애가 그렇게 좋냐고, 손주랑은 야구공 한번 안 던져 주면서? 그 더러운 뜰을?
이 부분에 나오는 대화가 가히 충격적이다.
줄리네 뜰이 지저분했던 이유는, 거기가 줄리네 집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줄리네 집이 아닌 이유는, 줄리의 삼촌에게 장애가 있고 그를 돌보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이고.
그 얘기를 듣고도 스티븐은 말한다. 그게 뭔 상관이냐고, 그 집 유전자가 나쁜 걸 내가 알 바냐고.
던컨은 분노한다. 줄리의 삼촌은 태어날 때 탯줄에 목이 감겨서 그런 것일 뿐이라고, 멀쩡할 수도 있었다고, 네 아들(브라이스)처럼!!
이 말에 브라이스의 부모는 사색이 되어 자리를 뜬다. 브라이스는 영문을 모르고... 알고 보니 브라이스도 태어날 때 목에 탯줄이 감겨 있었지만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어서 괜찮았던 것.
그 이야기를 알게 된 브라이스는 말한다. 내가 만약 정신 지체아로 태어났으면 아빠는 어땠을까요? 날 정신병원에 보내고도 남았을 거 같은데.
할아버지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지레짐작으로 원망하지는 말자고 한다. 너무나 성숙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두 사람 대화의 주제는 줄리로 넘어가고, 할아버지는 말한다.
"어떤 사람은 평범한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은 광택 나는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은 빛나는 사람을 만나지. 하지만 모든 사람은 일생에 한 번 무지개같이 변하는 사람을 만난단다. 네가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더 이상 비교할 수 있는 게 없단다."
그날 밤을 지나며 브라이스는 자신의 아빠, 줄리도 다시 보게 된다.
그렇게 브라이스의 할아버지(던컨)를 통해 브라이스와 줄리는 서로를 다시 보게 된다. 브라이스는 별 볼 일 없는 개인이고 줄리는 무지개처럼 빛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게 줄리와 브라이스 두 사람의 마음이 역전된다.
브라이스는 자신의 마음도 눈길도 통제하지 못하고, 감추려고 하니 동급생에게 어설픈 거짓말이나 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절친한 친구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지만 이미 과거의 브라이스를 통해 줄리에 대해 나쁜 이야기만 잔뜩 들었던 친구는 정신 차리라며 줄리를 욕한다.
브라이스는 줄리를 편들며 줄리 삼촌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만 친구는 비웃고, 화가 나면서도 또 화를 내지 못하는 브라이스는 웃으며 끄덕거린다. 그리고 이 모든 대화를 줄리가 보고 들었다.
브라이스와 별개로 줄리는 삼촌에게 면회 가는 아빠와 동행하고, 아빠는 조금 걱정했고 실제로 걱정했던 것보다 더한 일이 생기기도 했지만 줄리는 오히려 그 과정에서 실망하거나 당황하는 게 아니라 이름뿐이었던 '대니얼' 삼촌을 정말 자신의 가족으로 느끼게 된다. 이 또한 줄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
브라이스 엄마가 줄리네 가족들을 초대해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한다. 브라이스와 스티븐은 질색하지만 엄마들끼리는 사이가 좋았고, 누나도 줄리의 오빠들과 음악적인 부분에서 통하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브라이스는 그저 설레는 마음으로 줄리를 맞이하지만, 줄리는 브라이스를 보자마자 명확하게 말한다.
도서관에서 네가 가렛과 하는 대화 다 들었고, 난 너랑 영원히 말 안 할 거라고. 가렛의 말이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동의하는 척하고 웃은 너는 겁쟁이라고(해야 할 말도 못 하는 브라이스와 정말 비교된다).
식사 내내 브라이스와 줄리는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고, 줄리를 향하던 마음과 시선이 갈 곳이 없어진 탓에 브라이스는 식사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관찰한다. (줄리는 원래 많은 것을 관찰하고 발견하는 사람이니, 줄리 역시 식사 내내 많은 것을 지켜본다)
내내 무례하기 짝이 없고 식사 시간에도 약간 그런 모습을 비추었던 브라이스의 아빠, 스티븐을 유심히 본다.
브라이스는 그날 처음으로 아빠가 겁쟁이라고 느꼈고, 줄리는 스티븐을 보며 멀끔한 겉모습 안에 뭔가가 썩고 있는 거 같다고 안타까운 어조로 독백한다.
이건 브라이스와 줄리 둘 다 성장한 부분이었다. 무조건 감싸거나 비난하는 게 아니라서.
(그리고 스티븐은 과거 밴드 활동까지 했었다는 점과 음악과 관련 있는 사람-딸 친구, 줄리 오빠들-에 대해서는 무조건 양아치라고 하거나 비웃는 걸 보면 그 부분에 쌓인/맺힌 걸 아주 미성숙하게 드러내는 것 같다)
그 식사를 통해 줄리는 행복감을 느끼고, 자신의 가족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브라이스는 자기 아빠의 비겁함을 깨닫기도 했고 식사 후 줄리가 자신에게 사과하는 것을 보며 줄리가 생각하는 자신은 '화낼 가치도 없는 사람'임을 깨달아서 슬퍼한다.
이후 학교 행사에서 최고의 퀸카가 브라이스를 선택하고 그 앞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도 브라이스는 줄리만이 보인다.
줄리가 선탠이나 음식 얘기 말고도 수많은 이야기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무지개 같은 사람임을 깨달았으니,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브라이스는 줄리에게 일방적으로 대시하고 줄리는 피하는, 첫 만남과는 정반대의 모습이 펼쳐지고...
어떻게 해도 브라이스는 줄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없게 되자, 브라이스는 줄리가 정성껏 꾸며놓은 앞마당에 구멍을 판다. 줄리가 그 모습을 보고, 브라이스는 파낸 구덩이에 나무를 심는다. 자신이 함께 지켜주지 못했던 플라타너스를.
그 나무를 사이에 두고, 둘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함께 나무를 심고,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줄리에게 일방적으로 대시하고 줄리는 피하는, 첫 만남과는 정반대의 모습이 펼쳐지고...
줄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없는 브라이스는 줄리가 정성껏 꾸며놓은 앞마당에 구멍을 판다. 줄리가 그 모습을 보고, 브라이스는 파낸 구덩이에 나무를 심는다. 자신이 함께 지켜주지 못했던 플라타너스 나무를.
그 나무를 사이에 두고, 둘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함께 나무를 심고,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소녀는 소년보다 성숙하며 그걸 견뎌낸 소년은 없다고 했던가... 하지만 브라이스는 해냈다. 줄리는 많은 것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고 브라이스는 줄리의 가치를 알아보게 되었다.
줄리는 어떻게 보면 타고난, 대단한, 흔치 않은 무지개 같은 사람이지만,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을지라도 그에 맞게 성장할 수 있었던 브라이스가 처음과 달리 다시 보니 더욱 눈에 들어왔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그리고 남이 변화시킬 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변할 수는 있다. 그게 성장인 거겠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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