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두 번째 육아

딸을 닮은 손녀

by 토마
너를 한 번 더 키우는 거 같아.

최근에 엄마가 내 딸아이를 안고 있다가 한 말이다. 보면 볼수록 어린 시절 나를 닮아서 신기하다고 한다. 나는 우리 엄마가 내 아이를 당연히 예뻐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푹 빠질 줄은 몰랐다. 어떻게 하면 한 번 더 아이를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시간을 쪼개려는 엄마의 모습은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론 찡하기도 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 엄마는 주변에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사 킬로가 넘는 몸무게에 거꾸로 서서 탯줄까지 감고 있던 나를 자연분만을 한다고 버티다가 결국 수술을 하게 된 엄마는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당시엔 산후조리원도 없었고 집안에 도우미를 들이는 것은 사는 형편을 떠나서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다. 양가에서 한 푼 도움을 받지 못해 단칸방에 자리를 잡은 터라 화장실도 없던 말 그대로 ‘단칸방’에서 나를 키웠고 푹신한 침대 하나 없는 방에서 엄마의 산욕기는 괜찮았을 리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고집불통 떼쟁이였던 나를 키우는 일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정한 남편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 아빠는 전형적인 ‘옛날 아빠’이다. 얼마 전에 문득 아이를 씻기다가,


“엄마, 화장실도 안에 없는 방에서 어떻게 내 기저귀를 갈고 씻기고 했어?”

라고 엄마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엄마는

“글쎄? 어떻게든 하긴 했을 텐데. 기억이 나질 않네.”


라고 답했다. 순간 어디선가 보았던 글이 생각났다. 정말 사무치게 힘들었던 기억은 뇌에서 지워버리기 때문에 기억을 못 하는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엄마도 그 시절이 오죽 힘들었으면 뇌에서 저절로 삭제해 버렸을까.


그렇게 고된 상황에서 나를 키웠던 터라 비교적 여유가 있는 지금, 그때의 나와 닮은 내 딸을 보니 더 예쁜가 보다. 분유 타주는 기계도 있고 엉덩이를 편하게 씻길 수 있는 지지대도 있는 지금, 우리 엄마는 내 딸을 봐주는 건 일도 아니니 남편과 언제든지 편하게 데이트를 다녀오라고 한다. 처음엔 엄마가 내가 힘들까 봐 생각해서 도와주나 보다 했는데 그 이유뿐 아니라 엄마가 내 딸아이와 둘이서 온전히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가끔 굳이 나갈 일이 없어도 남편과 차 한잔하고 천천히 들어오곤 한다.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지금 다시 한번 마음 편히 딸을 키워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엄마의 두 번째 육아는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