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필요 없어진 이유

by 토마

아이를 키우면서 필요 없어진 것 중에 하나가 알람이다. 평소 계획적인 편이라 전날 알람을 맞추고 자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신생아를 키울 땐 밤중 수유를 해야 하니 더욱더 알람을 맞추고 시간에 맞게 움직여야 하니 일어나는 시간에 더 신경 썼다. 하지만 아이의 몸속엔 작은 시계가 존재했다. 이 시계는 배가 고플 때 울리기도 하고 기저귀가 푹 젖었을 때 울리기도 하고 그냥 이유 없이 울리기도 했다.


나를 포함하여 이제 막 부모가 된 초보들은 처음에 ‘혹시 내가 우는 소리를 못 듣고 자면 어떡하지?’라든지 ‘아이가 너무 잠에 취해 새벽 수유를 뛰어 넘고 아침까지 쭉 자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할 것이다. 그러나 곧 이런 걱정은 매우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이의 몸속 시계는 정확하며 소리도 아주 커서 우리가 아침까지 자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나처럼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자면 잠자리가 뒤숭숭할 정도로 계획적이고 예민한 사람도 육아를 하다 보면 베개에 머리만 붙이면 잠이 드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불면증’이라는 사치도 육아를 하기 전이나 가능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뿐만 아니라 ‘5분만 더’도 육아를 시작하면서 허용되지 않는 것 중에 하나이다. 아침에 알람에 맞춰 눈을 뜨면 '5분만 더 잘까?'하는 아주 강력한 유혹이 알람을 5분, 10분 뒤로 미루게 만든다. 사실 5분 더 잔다고 개운해지는 것도 아닌데 아침 시간엔 그 5분이 왜 이렇게 꿀맛 같은지. 육아는 물론 이 ‘5분만 더’도 허락하지 않는다. 눈이 천근만근 무겁고 이불 밖으로 몸을 절대 꺼낼 수 없을 것 같은 귀찮음이 스며도 아이의 시계가 울리면 침대 밖으로 튕겨 나가게 된다. 여기서 평소처럼 ‘5분만’을 한다면 그저 아이의 울음을 5분 견디며 침대에 누워있거나 쌓인 집안일을 5분 미루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즉 내 손해라는 뜻이다.


맞다. 육아는 게으른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들어 주고 부지런한 사람은 더 부지런하게 만들어 준다. '아니, 모든 사람이 정말 다 이렇게 산다고?'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육아는 속된 말로 '아주 빡세다'. 신생아 시절에 처음 경험하는 육아의 매운맛을 보고 정신이 빠져서 지쳐 있을 때 책에서 이런 말이 날 위로해준 적이 있다. ‘육아는 전쟁이 아닌 나를 고양하는 기회이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전쟁 같은 육아도 분명 나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이때 처음 해 보았다. 육아는 아이만 기르지 않고 내 인내심과 체력도 함께 기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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