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건 하늘만이 아니야
딸아이는 벌써 백일을 훌쩍 넘긴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지구 반대편 호주 하늘 아래서.
아시아,유럽, 남미, 심지어 아프리카를 자유롭게 누볐던 아이였기에 이젠 아무리 멀리 떠난다 해도 걱정 따윈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워킹홀리데이를 간다 했을 때, 나는 또다시 마음 한구석이 쿡쿡 아려왔다. 엄마란 존재는 아무리 담담하려 애써도 아이의 뒷모습 앞에선 결국 마음 한 조각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다. 말없이 보내는 척하지만 눈빛은 오래도록 머물고, 마음은 가만히 아이의 가방 속이라도 몰래 숨어들고팠으니까.
평일이면 일을 하고 주말이면 여행의 길로 나선다는 딸은 자신의 시간을 직접 설계하고, 낯선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낮선 곳에 흘러들어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작은 일에도 배움을 찾는 그녀는 언제부턴가 내가 알고 있던 어린아이가 아니다. 성큼성큼, 제법 큰 걸음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대견하고, 조금은 낯설다. 이번 주엔 별을 보러 갔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하늘 가득 촘촘히 박힌 별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왔다. 별이 뿌려진 밤, 그 속에서 딸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한국에선 도무지 볼 수 없는 그 장관을, 딸과 친구들은 호주의 대자연 안에서 온몸으로 마주한 것이다.
검푸른 캔버스 위에 은하가 그려지고, 별들이 숨 쉬듯 반짝였다. 누가 찍자 말하지 않았어도, 그 순간은 자연스레 카메라를 향해 기울어졌으리라. 하늘이 너무도 커서, 사람은 작고 흐릿해졌지만,어떤 말도 필요 없고, 어떤 설명도 사치일 만큼 그 밤은 이대로 충분하다.그 순간을 함께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반짝이는 존재들이니까.
별이란 참 묘하다. 멀리서 보면 작고 연약해 보여도, 사실은 자기 안에 뜨거운 에너지를 품고 있는 존재. 가만히 떠 있는 듯 보여도 끊임없이 타오르며 제 빛을 만들어낸다. 그 별들이 수놓인 밤하늘을 나는 이제 다른 눈으로 본다. 내 아이도 그러하니까. 타인의 시선에 기대지 않고, 두려움 앞에서 주춤하지 않고, 삶을 사랑하고 도전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는 사람. 그런 별 하나가 지금 호주의 하늘 아래에서 빛나고 있다.
나는 철저한 안전주의자다. 계획 없는 행동을 꺼리고, 낯선 것을 향한 두려움이 늘 앞선다. 소심하고 계산적이며, 익숙한 것 안에서 안정을 찾는 사람. 그런 내게서 어쩌다 이렇게 도전적인 아이가 태어났을까. 아이는 언제부턴가 내 울타리 밖에서, 자기만의 삶을 개척해나가기 시작했다. 작은 일에도 주저하지 않고, 새 길이 보이면 망설임 없이 걸어 나간다. 그 걸음에는 늘 ‘나답게 살겠다’는 단단한 의지가 담겨 있다.
엄마는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상 속에서 아이가 주체가 되어 스스로를 만들어갈 때, 비로소 ‘엄마’란 이름도 새롭게 자란다. 나는 요즘, 아이를 통해 배우고 있다. 삶은 안쪽으로 움츠리는 것이 아니라, 바깥으로 걸어 나가는 것임을. 별빛은 손 닿지 않는 곳에 있지만, 우리의 용기는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세상은 생각보다 더 넓고, 걷는 이의 마음에 따라 그 크기도 달라진다는걸 아이를 통해 새삼느낀다.
딸이 있어 나는 오늘도 걷는다. 딸이 보여준 풍경 속으로, 딸이 펼쳐나갈 이야기 속으로. 그 길 끝엔 또 다른 별,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리고 그 별빛 속에서 나도, 조금은 더 밝아지고 있는 중이다. 딸의 용기가 내 하루를 다시 빛나게 한다. 딸아, 그 하늘 아래서 너답게 반짝이렴. 나는 늘 이곳에서 너를 향해, 가장 따뜻한 마음으로 빛을 보낼게.
ps:
지구 반대편 낯선 땅에서도
너답게, 씩씩하게, 반짝이며 살아가는 네가 참 자랑스러워.
"오늘도 웃으며 뛰자!
세상 어디서든 넌 충분히 빛나고 있어."
엄마 마음은 그 들판 끝까지 달려가 너를 꼭 안아주고 싶단다.
늘 응원해, 우리 예쁜 딸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