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타클한 삶을 살아가는 딸에게
"엄마!!
오늘은 구름이 엄청 신기했어!!
하늘 좀 보세요~~"
짧은 메시지와 함께 도착한 사진 속에는 내가 태어나 처음 보는 구름이 담겨 있었다.
구름이 마치 거대한 손으로 정갈히 빗어 놓은 것처럼 하늘위로 빽빽하게 줄지어 떠 있었다.
마치 누군가 하늘을 칸칸이 접어 리듬감 있게 놓아둔 듯한 느낌이었다.
혹은 구름이 그린 음표 같기도 했고, 무언가 거대한 메시지를 담은 부호 같기도 했다.
이질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그 순간만큼은 시간을 멈추고 싶을 만큼의 풍경이었다.
이렇게 자잘한 소식부터 소중한 순간까지
일상을 가득 담아 전해주는 딸은 늘 나를 웃게 하면서도 때로는 놀라게 한다.
그 아이의 삶은 평탄하기보다 언제나 반전이 있다.
사람 하나의 인생이 드라마라면, 딸의 인생은
액션과 다큐멘터리와 예능이 공존하는 시트콤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하게 만드는, 그런 아이.
구름이 낯선 나라 하늘 위에서 반듯하게 놓여 있던 날,
그 신비로운 구름 아래, 내 딸은 또 한 번 도전을 향해 발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마치 당연한 일인 듯, 이번에도 마라톤 대회에 나간다며 웃었다.
작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의 마라톤 대회에 나간 때처럼...
이야기하듯 가볍게 전한 소식은 내 마음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켰다.
일터와 일상으로 가득한 낯선 나라에서, 왜 굳이 마라톤까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내 딸이다.
늘 새로운 도전을 찾고, 자기 자신을 실험하듯 살아가는 아이.
쉬는 시간에도 의미를 찾고, 익숙한 하루에도 변화의 가능성을 꿰뚫는 사람.
호주라는 새로운 환경이 그 아이를 더 단단하게, 더 찬란하게 성장시키고 있었다.
보내온 사진 속엔 달리기 앱의 기록이 함께 담겨 있었다.
‘7.03km / 평균 페이스 5’58”’
속도도, 리듬도, 열정도 놀라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 훈련 일정표였다.
10일 전부터 하루하루 계획된 훈련 스케줄, 조깅과 인터벌, 수분 조절, 식단까지…
하프 마라톤을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하나의 여정처럼 준비하고 있었으니 그저 놀라울수밖에.
그건 마치 삶을 대하는 태도 같았다.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자신을 다듬고, 무리하지 않되 멈추지도 않으며,
자신의 페이스를 존중하며 끝까지 걸어가는 방식.
내가 알던 아이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나는 그동안 그 아이를 다 알지 못했던 걸지도.
늘 웃으며 “괜찮아, 엄마”라고 말하지만,
그 이면엔 얼마나 많은 다짐과 인내가 있었을까.
그렇게 수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며 만들어진 오늘의 승연이.
그 아이는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 길이 마라톤이든, 삶이든, 어떤 길이라도
내 딸이라면 충분히 걸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밤이 깊어갈수록 나는 그 아이를 생각하며 조용히 기도한다.
결승선에 도달했을 때, 그녀가 누구보다 뿌듯하게 미소 짓기를.
넘어진 날보다 일어난 날을 더 오래 기억하기를.
그리고 그 모든 시간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빛나는 존재인지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리기를.
마라톤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일 것이다.
그 아이가 어디에 있든, 어떤 삶을 살든
엄마는 늘 그 트랙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응원할 것이다.
ps:
오늘(8/10) 무사히 마라톤 대회를 마쳤다며 소식을 보낸 딸냄~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Run2Cure Neuroblastoma 하프마라톤(21.06km) 완주!!(꺄아~~)
평균 6분 페이스로 꾸준하게 달린 기록 보니
체력과 페이스 조절이 정말 훌륭했어.
게다가 순위도 상위권?^^;;이라니~~
수고했고, 완전 멋지다.
호주에서 열린 Run2Cure Neuroblastoma 마라톤 행사
이 대회가 신경모세포종(Neuroblastoma)이라는 희귀 아동암 연구와 치료 지원을 위해
열리는 마라톤 대회라는 것도 엄만 오늘 처음 알게 되었어.
딸냄에겐 더욱 뜻깊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건강을 위해 달리면서, 동시에 희망나눔을 한 오늘 하루 정말 수고했다.
사랑하고 축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