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 해를 보내며
다사다난했던 한 해도 오늘만 지나면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 된다.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날, 12월의 끝자락인 31일.
숫자 하나가 바뀌는 것뿐인데도 마음은 자꾸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
걸어온 길 위에 남겨진 발자국들이 오늘따라 또렷하다.
한 해를 되돌아보면 깊은 감사가 있었던 때도 있었고,
힘든 일로 숨이 가빠졌던 순간들도 분명 있었다.
어떤 날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간 하루가 고마웠고,
어떤 날은 왜 나에게 이런 시간이 주어졌는지 묻고 싶을 만큼 버거웠다.
기쁨과 아픔은 늘 번갈아가며 찾아왔고,
나는 그 사이에서 조금씩 단단해지기도, 조금 더 여려지기도 했다.
올해의 나는 많이 애썼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하루를 견뎠지만
속으로는 수없이 흔들렸고, 자주 스스로를 다독였으니까.
잘해내지 못했다고 느낀 순간도 많았고,
‘이쯤이면 충분한가’ 스스로에게 묻던 밤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을 다시 살아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한 해는 실패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돌아보니 감사는 늘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나를 붙잡아 주었다.
평범한 식탁, 익숙한 목소리, 무심히 건네진 안부 한마디. 그 평범함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또렷하게 알게 되었다.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 말없이 응원해 주는 눈빛들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조금 더 용기 내지 못했던 순간, 괜히 미뤄두고 흘려보낸 말들,지나치게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날들.
하지만 그 모든 미완의 장면들조차 나를 이 자리까지 데려온 일부라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 보려 한다.
오늘, 이 마지막 날에 과거를 미워하지 않기로 한다.
넘어졌던 날도, 울었던 밤도 모두 나를 살게 한 시간이었다.
걸어온 길이 있었기에 내일을 향해 다시 한 발을 내디딜 수 있으므로.
곧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
걸어갈 길은 아직 희미하고,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또 나의 속도로 걸어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조급하지 않게, 비교하지 않게, 때로는 쉬어가며.
2025년의 마지막 밤, 나에게 조용히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다짐한다.
다가오는 길 위에서는 조금 더 나를 믿어주기로, 조금 더 삶을 사랑해 보기로.
걸어온 길은 나를 만들었고,걸어갈 길은 나를 기다린다.
이제 나는 그 두 길 사이에 서서 담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리라.
2025년 마지막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