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요리사 시즌 2 이후의 기록
흑백요리사 시즌 2가 종료되었다.
한동안 저녁 시간을 기다리게 했던 프로그램의 마지막 회가 공개되던 날,
이상하게도 승패보다 여운이 더 오래 남았다.
누가 이겼는지보다,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떤 태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는지가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최강록 셰프가 있었다.
사실 최강록 셰프가 최종 우승자가 되었을 때, 나에게 남은 것은
화려한 승리의 장면이 아니었다.
조용히 요리에 임하던 태도, 끝까지 사람을 존중하던 시선,
그리고 결과보다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그의 방식이었다.
박수 소리보다 더 오래 남은 것은 그런 모습들이었다.
그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으로, 우연찮게 책까지 읽게 될 줄이야….
책은 요리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인생 이야기였다.
레시피를 알려주기보다, 요리를 대하는 태도를 말하고 있었다.
완성보다 과정을, 결과보다 시간을 존중하는 마음.
책장을 넘기며 나는 깨달았다.
셰프님의 요리에 대한 철학이 그의 삶을 대하는 자세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그 태도가 내 마음을 조용히 건드렸다는 것을.
요리를 해본 사람은 남의 요리를 함부로 말하지 못한다.
소금 한 꼬집이 얼마나 예민한 선택인지, 불 조절 한 번에 맛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최강록 셰프가 “나는 손님으로 식당에 가면
그 자리에서 절대 투덜대지 않는다”고 말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최고의 미각을 가진 요리사가 쉽게 평가하지 않는 이유는,
그 한 그릇이 나오기까지 주방 안에서 벌어진 전쟁 같은 수고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 문장을 읽으며 일상의 장면 하나를 떠올렸다.
주말 오후, 남편이 차려준 밥상 앞에서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
반찬이 조금 짜다거나, 오늘은 내 입맛이 아니라는 말.
그 말이 얼마나 쉽게 나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가볍게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했는지 뒤늦게 떠올랐다.
요리를 안다고 말하면서, 정작 요리를 한 사람의 시간을 헤아리지 못했던 순간들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는 일은 점점 쉽지 않아진다.
익숙함이 편해지고, 실패는 점점 부담이 된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자꾸만 안전한 답만 고르려 한다.
그런 나에게 최강록 셰프의 이야기는 묘한 용기를 주었다.
요리처럼 인생도 단번에 완성되지 않으며, 지금은 여전히 공사 중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했다.
우리는 누군가의 허물이나 부족함이 보일 때, 너무 쉽게 그 자리에서
‘맛 평가’를 해버린다.
말 한마디로, 표정 하나로. 회사에서, 가정에서, 관계 속에서.
하지만 주방에서 소금 한 꼬집이 음식의 방향을 결정하듯, 우리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누군가의 하루를 살리는 양식이 될 수 있다.
요리를 한다는 것은 결국,함부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고
조금 더 기다려보겠다는 인내이며 완성되지 않은 상태를 존중하겠다는 태도다.
흑백요리사 시즌 2는 끝났지만,
그 프로그램이 내게 남긴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오늘 어떤 사람의 인생을 너무 성급하게 평가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내 삶을 너무 조급하게 재촉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이 질문은 아마도 오래, 나와 함께 식탁에 앉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