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의 끝에서 만나는 오래된 노래

by 박혜원

"To everything turn, turn, 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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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의 록 밴드 '더 버즈(The Byrds)'가 부른 *'Turn! Turn! Turn!'*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도 흘러나왔던 이 올드 팝의 멜로디가 2025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유독 귓가에 맴돕니다.


흥미롭게도 이 노래의 가사는 한 록 밴드의 작사가가 쓴 게 아닙니다. 기원전, 지혜의 왕이라 불린 솔로몬이 쓴 성경의 '전도서 3장'에 그대로 멜로디만 입힌 곡이죠.


오늘 문득 이 오래된 노래가 떠오른 건, 연말 특유의 가라앉는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달력의 마지막 숫자를 마주하면 치열하게 달려온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지만, 한편으로는 짙은 허무함이 밀려오곤 하니까요.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 보면 주인공 뫼르소는 참으로 냉소적인 말을 던집니다. "한 사람이 서른 살에 죽든 예순 살에 죽든 다를 게 없어. 세상은 예전처럼 돌아갈 테니까."


참 차갑지만, 묘하게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노래의 가사가 된 '전도서'에도 이와 비슷한 고백이 나옵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고,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해 보입니다. 부와 기회가 넘치는 시대라지만, 오히려 마음의 병은 깊어지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더 많아졌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이 연말의 헛헛함은, 우리가 잘못 살아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주할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고독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혜자는 말합니다. 이 '허무'가 끝은 아니라고요. 그 허무함을 통과해야 비로소 진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고 말입니다.

"모든 것에는 때(Season)가 있다. 심을 때가 있고 뽑을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다."

https://youtu.be/gXvKyAxTlOw?si=0Zgt55dxX1PXpW_


노래 가사처럼, 그리고 성경의 구절처럼 우리 인생에는 저마다의 '계절'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이 쓸쓸함은 어쩌면 인생의 겨울을 지나고 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겨울이 영원하지 않듯, 슬픔과 상실의 시간 또한 영원히 머물지는 않습니다.


2025년, 혹시 손에 쥐어진 것이 없어 마음이 무너지시나요? 어쩌면 지난 1년은 눈에 보이는 열매를 거두는 '추수의 때'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뿌리를 깊게 내리는 '인내의 때'였을지도 모릅니다. 겉보기에 멈춰있는 것 같은 그 시간조차, 우리 삶을 지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계절이었습니다.


이제 2025년이라는 한 장의 챕터를 덮습니다. 지나간 슬픔과 후회는 12월의 마지막 바람에 실어 보내십시오. 비워내야 채울 수 있듯, 묵은해를 보내야 새해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내일이면 2026년이라는 새로운 '때'가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그 시간은 또 어떤 웃음과 어떤 춤으로 채워질지 기대해 봅니다.


살아내느라, 참 애쓰셨습니다. 허무 너머에 있는 새로운 계절을 기다리며, 평안한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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