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수입차 시장, 내수 실적 감소
지난해 국내 내수 시장이 둔화되며 1억 원 이상 고가 수입차의 신규 등록 대수가 크게 줄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24년 고가 수입차 등록 대수는 6만 2,520대를 기록하며 2023년(7만 8,208대) 대비 20% 감소했다. 이는 최근 8년 동안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1억 원 이상 차량이 전체 수입차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3년 28.9%에서 2024년 23.7%로 하락했다.
고가 수입차 주요 고객층인 법인과 고소득 개인들도 경기 둔화와 비용 절감 기조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임금 정체로 인한 경기 침체가 소비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또한 8천만 원 이상의 법인차에 녹색 번호판을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하는 정책은 법인의 차량 구매를 더욱 주저하게 만들었다.
브랜드별로는 BMW가 1억 원 이상 고가 차량 시장에서 2만 4,543대를 판매하며 1위를 차지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만 9,529대, 포르쉐는 8,254대를 기록했다.
반면 벤틀리는 2023년 810대에서 2024년 400대로 판매량이 절반 이상 감소하며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2023년 3만 2,789대에서 1만 9,529대로 감소폭이 컸다.
포르쉐, 아우디, 랜드로버 등 고가 라인업을 보유한 브랜드들도 판매량 감소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BMW는 전년 대비 1,653대 증가하며 고가 수입차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화재 이슈가 BMW의 실적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렉서스 역시 1억 원 이상 차량 판매량이 2023년 495대에서 2024년 1,125대로 2.3배 증가했다. 이는 과거 반일 감정에 따른 불매운동 여파에서 벗어난 기저효과와 하이브리드 기술의 경쟁력이 작용한 결과다.
세부 모델로는 BMW X5가 지난해 6,176대 판매되며 베스트셀링카로 자리 잡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더 뉴 G클래스가 2,613대 판매되며 높은 인기를 유지했다.
현대차그룹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국내 시장에서 점차 경쟁력을 강화하며 일부 수입차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3.2% 증가하며 성장세를 유지했다. 주요 수입 브랜드들이 고전한 가운데 제네시스의 성과는 더욱 부각됐다.
결국 고가 수입차 시장의 위축은 경기 상황, 정책 변화, 그리고 국내 고급차 브랜드의 약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향후 수입차 시장과 고가 차량 수요층의 선택 변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