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오후 3시, 젖은 마음을 말리는 3가지 방법

무기력이 밀려올 때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by 리치블라썸

오전의 차가운 눈이 어느새 진득한 비로 바뀌었습니다. 창밖은 온통 회색빛이고, 공기는 서늘함을 머금은 채 축축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눅눅하게 젖어드는 오후 3시입니다.


뜻밖의 일처리로 애지중지 아껴둔 자유시간이 모래알처럼 빠져나갔습니다. 책 한 장 넘기지 못했는데 벌써 아이들의 하원 시간이 코앞입니다. 이럴 땐 아침에 야심 차게 세웠던 오늘의 목표도 열정도 모두 희미해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 같이 허무함과 무기력이 밀려올 때, 저는 거창한 해답 대신 눈앞에 놓인 세 개의 징검다리를 건너기로 합니다.


첫째, 몸의 습기를 털어내는 '운동'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운동하러 갑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땐 몸을 움직이는 게 가장 정직한 처방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고 땀을 흘리다 보면, 마음을 짓누르던 무기력의 무게도 조금은 덜어집니다. 젖은 옷을 벗어던지듯, 운동은 내 마음의 습기를 가장 빠르게 털어내는 방법입니다.


둘째, 감정의 안개를 걷어내는 '짧은 글'

비어버린 시간, 초조한 마음을 그대로 두지 않고 이렇게 짧은 글 한 편을 써 내려갑니다. 하릴없이 흘러가 버릴 뻔한 이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 이것은 내가 여전히 나의 일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작가로서의 작은 선언입니다. 글을 쓰는 동안 희미했던 목적지는 다시금 제 자리를 찾아갑니다.


셋째, 일상의 온기를 채우는 '저녁 메뉴'

마지막으로 곧 돌아올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저녁 메뉴를 고민합니다. 밖에서 비바람에 젖었을 아이들에게 건넬 다정한 한 끼. "오늘 저녁은 뭘 해줄까?"라는 지극히 평범한 고민이, 사실은 나를 다시 현실에 단단히 발붙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사랑의 힘임을 깨닫습니다.


열정이 식은 것이 아니라, 잠시 비를 피하는 중일뿐입니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면 저처럼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운동화를 신고, 글 한 줄을 적고, 소중한 사람의 식탁을 고민하는 것.


그 세 가지 징검다리를 건너고 나면, 어느덧 아이들의 해맑은 목소리가 들려올 시간이 될 것입니다. 비는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비가 걷히고 나면, 나의 목적지는 전보다 더 선명한 초록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