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유치원 등원길, 아이가 갑자기 뛰자고 했습니다.
아이의 제안에 느닷없이 시작된 달리기 시합.
아이는 온 힘을 다해 달렸고, 엄마를 이겼다는 사실 하나로 세상을 다 가진 듯 웃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저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습니다.
'아, 행복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사소한 곳에서도 피어날 수 있구나.'
모두가 잠든 새벽, 작은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책장을 넘기는 시간도 그렇습니다. 운동 후 몸에 남은 따뜻한 열기, 기분에 맞춰 틀어놓은 음악, 그리고 이렇게 조용히 글을 쓰는 지금의 고요함까지.
가끔은 휴대폰 속 여행 사진과 동영상을 꺼내 볼 때도 있습니다. 바람에 머리가 흐트러진 채 웃고 있는 내 모습, 아이들의 신난 목소리, 아무 생각 없이 걷던 낯선 거리에서 생겼던 뜻밖의 에피소드들. 그 순간의 나는 분명 진심으로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하다 보니 알게됩니다. 나는 생각보다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해졌고, 때로는 그 고독을 은근히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너무 혼자인 건 싫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와인 한 잔을 나누며 서로의 하루를 다정히 들어주는 시간. 그 몽글몽글한 온기도 내 삶을 살게 하는 중요한 조각입니다.
피곤과 스트레스가 어깨를 누르는 날이면, 시럽 듬뿍 크림라떼 한 잔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내 삶은 이미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조금씩 채워져 있었습니다.
불안이 찾아올 땐 종종 잊곤 했습니다.
나는 원래 이렇게 사소한 것들에 쉽게 행복해지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요.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들만 담기에도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불안 대신 행복을, 자책 대신 사랑을 조금 더 자주 선택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아마, 내일도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