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반성문
아침부터 계획에 없던 병원행이었습니다.
어제 발목을 삐끗해 절뚝이는 아이를 보며 가슴이 철렁했지만, 유치원 대신 엄마와 '데이트'를 하자는 말에 아이의 얼굴엔 금세 꽃이 피었습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아이가 좋아하는 카페에 앉았습니다.
커다란 컵에 가득 담긴 스트로베리 라테를 휘휘 저으며 행복해하는 아이, 다이소에서 산 스티커 몇 장과 예쁜 편지지에 세상을 다 가진 듯 웃는 그 맑은 얼굴을 보았습니다.
"엄마랑 단 둘이 데이트하니까 너무 행복해. 다음에 또 데이트하자, 응?"
짠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아이의 말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런데 그 평화로운 순간은 집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깨졌습니다.
다친 발목을 쉬게 해주고 싶어 "좀 앉아있어", "뛰지 좀 말라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아이는 그저 심심해서, 무언가 하고 싶어서 자꾸만 일어섰을 뿐인데 말이죠.
그러다 아이가 "엄마, 몸이 간지러워"라며 긁기 시작했습니다.
"그만 긁어! 왜 자꾸 긁는 건데? 네가 간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거잖아. 단것 좀 그만 먹어!"
낮 동안 쌓아온 부드러움은 온데간데없고, 날 선 짜증과 뾰족한 말들이 아이를 향해 쏟아졌습니다.
아이는 그저 '알았어, 엄마'라는 작은 목소리만 남긴 채 고개를 떨궜습니다.
왜 좀 더 다정하지 못할까.
왜 아이의 마음보다 늘 나의 불안과 조급함이 앞설까.
아이를 재우고 난 뒤, 새근새근 천사처럼 자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봅니다.
낮에 사준 예쁜 편지 봉투를 손에 꼭 쥐고 잠든 아이의 작고 소중한 손을 보니, 제가 내뱉은 그 모진 말들이 아이의 예쁜 마음에 상처를 냈을까 봐 가슴이 시릿합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산 지 수년이 지났건만, 저는 왜 이토록 매일이 초보 엄마 같기만 할까요.
아이는 그저 엄마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을 텐데, 정작 저는 완벽한 하루여야 한다는 욕심에 아이의 마음을 잘 살피지 못했습니다.
오늘도 저는 부족한 저를 마주하며 반성 일기를 씁니다.
하지만 이 미안함에만 머물러 있지 않으려 합니다.
내일 아침 아이가 눈을 떴을 때, 어제의 뾰족했던 엄마가 아니라 오늘보다 조금 더 둥글고 따뜻한 엄마의 모습으로 안아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맑은 잠결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여봅니다.
"미안해,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내일은 엄마가 오늘보다 더 많이 웃어주고 안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