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안방에서 나와 거실로 향합니다. 그리고 요즘 읽고 있는 책인 <완벽한 원시인>의 마지막 장 에필로그를 읽습니다. 책의 에필로그에는 제 눈을 잠시 멈추게 한 문장이 있었습니다. 몇 번이나 곱씹어 읽어 봅니다.
"3만 년 전, 어느 원시인이 동굴 벽에 손바닥을 찍었다. 당신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
단 두 문장이었는데, 한참을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철장 안을 서성이다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내 이후의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것인지. 그 질문이 생각보다 마음속 깊이 박혔습니다.
15년. 남들이 말하는 '안정적인 삶'의 궤도 안에서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락함이 어느 순간부터 나만의 흔적을 남기는 법을 조금씩 잊게 만든 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떤 이로운 흔적을 남길 것인가.'
그 질문의 답은 의외로 멀리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거창한 혁명이 아닌, 나 자신을 먼저 돌보고 내가 먼저 행복해지는 것. 내가 바로 서야 내 주변 사람들을 돌볼 수 있고, 나의 작은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영역의 지식을 쌓아나가고 책을 읽고 그 경험들을 기록해 나가면서 나의 세계를 넓혀가는 과정. 이 모든 것은 단순히 부를 쌓는 행위를 넘어, 내 손바닥 자국의 모양을 조금씩 다듬어가는 과정입니다. 내 자손들이 살아갈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저만의 방식으로.
비록 지금의 기록들이 누군가에게는 작고 하찮아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3만 년 전 동굴 벽에 찍힌 그 투박한 손자국처럼, 저의 꾸준한 성장 기록 또한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할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오늘도 읽고, 쓰고, 살아갑니다.
당신과 제가 세상에 남길 그 선명한 흔적들을 기대하며, 내일 아침에도 저는 다시 책장을 넘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