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한 해는 충분했다.”
2025.12.31.
오랜만에 달력의 마지막 숫자를 하나씩 세어 내려가며,
이 한 해를 어떻게 잘 보내주었는지,
그리고 다가올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를 생각했다.
새해라는 말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잘 보냈는가’라는 조용한 질문이었다.
문득 학창 시절의 내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 시절의 나는 늘 거대한 목표를 세워두고
마치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 것처럼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결심은 번번이 몇 번의 작심삼일로 흩어졌고,
다짐은 이름만 남긴 채 겨우 명맥을 이어가곤 했다.
그때의 나는 실패했다고 여겼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들은 나를 멈추게 하지 않았다.
고난의 시간에는
말씀을 묵상하며 마음을 가라앉혔고,
책은 곁에서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 시간들은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기보다
잠시 멈추어 서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들이
나에게 머물게 한 시간으로 남아 있다.
따뜻한 봄날에는
이미 가진 것들에 대한 감사와 기쁨으로 하루를 건넸고,
혹독한 겨울에는
그저 무너지지 않게 해 달라는
아주 소박한 끈기의 기도로 하루를 버텼다.
그렇게 살아낸 날들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끝에 달린 마지막 달력 한 장은
수십 번의 다짐과 수많은 흔들림을 지나온
시간의 흔적처럼 남아 있다.
60여 년의 세월은
나를 부수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서 있게 하는 힘이 되어
지금의 나를 이 자리에 데려다 놓았다.
고난은 축복이라는 말이
내 안으로 깊이 들어오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은
뜻이 스며들기까지의 시차였고,
나는 그 시차를 지나 여기까지 왔다.
올해의 가장 잘한 작심삼일은
아직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멈추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