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5
찻잔의 따뜻한 온기가
손을 타고 올라온다.
찻잔을 들고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향기와 뿌연 수증기가
안경에 부딪히며
잠시, 몽상을 즐긴다.
다시 음미하고
몇 번이고
생각이 사라질 때까지.
입술이 먼저 움직인다.
나도 함께 즐기자고.
미안해,
기다렸구나.
따스한 김은
점점 자리를 비켜주다
이내 사라진다.
차 한 잔은
입안 가득 행진하며
기다리길 잘했다며
가던 길을 정확히 찾아간다.
따스한 온기와
시원함을
꼭 붙들고.
빈 찻잔이
탁자 위에 내려앉는다.
소리가 먼저 도착하고
손은 그제야 힘을 놓는다.
따뜻했던 것은
언제나 이렇게
조용히 떠난다.
남은 것은
미묘한 여운,
입안에 맴도는 온도,
그리고
아직 말이 되지 않은 생각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머문다.
더 채우지 않고
비워진 상태 그대로.
이제야
하루가
나에게 말을 건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오늘은
여전한 방식으로
충분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