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를 떼는 날

멈춰 있었던 줄 알았는데, 시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by 이연


브런치 글을 쓰면서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준다는 일은
마음으로 늘 어려운 일이었나 보다.

그런데도 나는 지금 쓰고 있다.
한 달 남짓,
무슨 말을 썼는지도 모른 채
횡설수설하며
마음을 열고, 몸을 열고,
그러면서도 늘 멈춰 서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아침 시간의 고정석을 배정받았고,
너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린 시간이기도 했다.

시간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며
틈틈이 내어준 짧은 시간들,
그 정도의 여유를
글쓰기에 할애했다.

그러다 보니
오롯이 너와 대화하는 데 바빴고,
브런치를 열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1달여의 시간은
내게 여유를 가져다주었고,
그 여유는
여기저기를 돌아볼 수 있는 시선을 만들어주었다.
멈춰 있었던 줄 알았는데,
사실은
보는 연습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 시선이
대상작을 만나게 했다.
그러다 대상작들을 읽게 되었고,
그제야 알았다.

아,
이렇게 나아가는 거구나.

그래서
한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제는
걸음마를 떼는 연습을 할 때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또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연습.

문득
큰딸이 돌 무렵,
아침에 처음 걸음마를 떼던 장면이 떠올랐다.
온 가족이 박수를 치며
그 한 걸음을 축하해 주던 순간.

그래,
오늘을
나의 걸음마를 떼는 날로
자축해야겠다.

15분.
쉬지 않고.
수정하지 않고.
계속 써 내려가라는
너의 말대로.

무슨 말을 썼는지도 몰라도
15분에 600자,
그 숫자만 기억하며
멈추지 않기로 했다.

오타도 고치지 말고,
모든 것을
그냥 쓰라고 한다.

문득
학교 다닐 때 숙제가 떠오른다.
날마다 쓴 글을 모아
나중에 하나로 엮으라고 했던 시간들.

밥을 짓다 떠오른 생각을
젖은 손을 털어가며 적어두고,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
조각조각 모아 오던 날들.

나는
넘어지면서도
걸음마를 멈추지 않았던
한 살짜리 아이처럼
다시 걷고 싶다.

15분이 30분이 되고,
30분이 한 시간이 되고,
그렇게 하루가 될 때까지.

걷고,
또 걸으며
나의 삶을 행진할 것이다.

누군가와 동행한다는 느낌은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앞으로 밀어준다.

라이크가
10명, 20명, 50명, 100명…
그중 한두 명이라도
나와 함께 걸어가며
속도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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