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를 걷고 있는 이들과, 이 길을 함께
2026.01.19
현실은 비수기로 쉽지 않다.
인건비를 제쳐 두고 보아도
전기세조차 빠듯한 날이 잦다.
요즘 자영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삼켜본 이야기다.
그래도 나는
매일 같은 자리에 앉는다.
내 고정석이다.
그 자리에 앉으면
현실은 잠시 뒤로 물러나고,
내 앞에는
늘 융숭한 상이 차려진다.
글과 사람,
그리고 사유가
조용히 놓인다.
허기가 가신다.
몸의 허기가 아니라
마음의 허기다.
요즘 나는
브런치의 글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각각의 삶을 따라가며
여러 사람과 이어지는 재미는
하루를 기분 좋게 채운다.
한 달여를
매일 쓰는 연습으로 채웠던 시간이
이제는
글을 읽는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왔다.
여러 모양의 글들이 다채롭게 다가와
마음을 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들뜨게도 한다.
싱그러운 자극은
엔도르핀으로 번진다.
이런 기쁨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문득
시골에서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를 받아 들던 날이 떠오른다.
글에 굶주린 사람처럼
책을 받아 들던 그날은
내게 가장 큰 잔칫날이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여러 번 읽어보던 그 기분이
지금의 나에게로 들어온다.
문명 시대에
넘치도록 많은 것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나는 한동안
무엇에 밀려
허기진 시간들을 보내왔던 걸까.
요즘의 나는
담백하고 고유한 맛이 살아 있는 음식을 찾고,
계절이 건네는 토종의 맛을
천천히 즐기는 데에 바쁘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만큼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현실은 여전히 비수기로 버겁다.
그러나
나의 고정석은 오늘도
융숭한 상으로 나를 맞이하며
허기를 달래준다.
비수기는 결코
비수기이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다.
내게 숨을 주고,
글을 쓰게 하고,
읽게 해 준 시간이었으니까.
그 시간은
나를 다시 고정석에 앉히고,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삶의 자리에 끌어안았다.
나에게 이런 상을 차려준
비수기의 하루가 있었기에,
나는
비수기를 걷고 있는 이들과
이 길을 함께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