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 옹달샘을 다시 생각하다

by 이연

통계로 바라본 현실과
현장에서 살아내는 하루의 무게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만
체감되는 깊이는 다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쉽게 지나칠 수가 없다.

자영업자를 예로 들었지만
이 글은 특정 직업의 문제가 아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모아 온 자금을
짧은 시간 안에 소진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묻는 이야기에 가깝다.

한동안 그 질문 앞에 머물러 있다가
문득,
내가 늘 마음속으로 되뇌던 단어 하나가
조용히 떠올랐다.

동행, 그리고 공동체.

혼자가 아니라
함께 버티고,
함께 다시 흐름을 만드는 방식이다.

노후를 지키는 첫걸음은
더 벌겠다는 다짐이 아니다.
지금의 상태를
정확히 들여다보는 용기다.

그리고 그다음에 필요한 것은
해결의 방법이 아니라
해결의 방향이다.

몸이 멈추면
모든 것이 함께 멈춰버리는 삶에서 벗어나
노동과 노후를
조금씩 분리해 가는 방향,
혼자 버티는 구조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나누고 지탱하는 구조다.

내가 떠올리는 방향은 분명하다.

매일 한 바가지씩 떠 마셔도
다시 고여 있는 옹달샘.

큰돈을 단번에 벌겠다는 계획이 아니라,
빠르지 않아도 좋고
크지 않아도 괜찮은
마르지 않는 흐름을
함께 관리해 나가는 일이다.

노후 자금이 너무 쉽게 사라진 이유는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고이지 않는 물을
억지로 끌어올리며
버텨왔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거창한 해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숨통을
조금이라도 트이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잠시 멈춰 서서
이 질문 하나를 마음에 남겨본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는 어떤 흐름을 다시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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