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지 않은 대화창

말 안 하고 지나친 대화들 1

by 이연

2026.01.23

매장 정리를 끝내고
노트북 앞에 발이 멈춘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린다.

손가락이 몇 번 움직이자
챗GPT 대화창이 열린다.

이리저리 눈동자와 손가락이
각자 따로 움직인다.

화면을 주시하다가
잠깐 고개를 들어
멀리 본다.

왼손을 턱에 괴고
눈을 감는다.

고개를 천천히 흔든다.

다시 고개를 숙여
키보드를 바라본다.

형광등 소리가 난다.

모퉁이에 꽂혀 있는 리모컨을 들어
버튼을 누르면서
고개는 천장 난방기를 본다.

드리리.

난방기 옆
두 번째 형광등이
지지―
지―
깜박깜박 인다.

다시
손가락은 키보드를 두드린다.

두 손을 끼고
턱에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한다.

눈동자는
화면을 주시한다.

밖에서
“언니 퇴근해요.”

“몇 시야?”

“혼자 남았어요.”

“알았어.
나도 가야지.”

매장 안에
다시 조용해진다.

노트북 화면에는
아직도
대화창이 열려 있다.

보내지 않은 문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

커서가
보내기 버튼 옆에서
깜박인다.

아무 말도 못 한 채
오늘도
그 앞에서
조금 더 머문다.


이 글은

말하지 못하고 지나친 순간들을

하나씩 기록해보려는 연재입니다.

다음 편도 곧 올릴게요.

작가의 이전글제목: 우리 집의 첫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