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교대로 선두 자리를 지킨다

by 이연


갑자기 선생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반장, 일어나.”

교실에 정적이 흘렀다.
의자가 움직이는 소리조차 크게 들렸다.

“나와. 이 상황, 설명해.”

그날 아침, 우리는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와 있었다.
일찍 온 친구들과 하던 놀이를 끝내지 못해
전체 체조 시간 전, 짧은 막간을 이용해 마무리하자고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땡 땡 땡

종소리와 함께
모두가 책을 덮어버렸다.

선생님은 짧게 말했다.

“반대표잖아.”

나는 앞으로 나갔다.
설명은 더 없었다.

“대장은 제일 앞에 서는 거야.”

그 수업 시간에
마침 철새 이동 장면이 나왔던 것 같다.

새들은 이동할 때
제일 앞에 나는 새를 필두로
양옆으로 줄을 맞춰 날아간다.
공기의 저항을 나누기 위해서다.

그 말과 그 장면이
이상하게 겹쳐졌다.

제일 앞에 가는 새가
바람을 먼저 맞고
길을 가르듯,
대장은 그렇게 서는 거라고
나는 배웠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망가지도, 울지도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선생님이 교실을 나가자
친구들이 하나둘 내게 와
조심스레 물었다.

“아프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괜찮아.”

지금 생각해 보면
괜찮아서가 아니라
괜찮아 보여야 한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날 이후로
나는 자주 앞으로 불려 나갔다.
대표가 되었고,
대장이 되었다.

그리고 아주 오래 지나
교실에 혼자 남아
끝까지 정리를 하던 날,
문득 깨달았다.

그때 앞으로 나갔던 아이와
끝까지 남아 있던 아이는
같은 아이였다는 것을.

그런데 이제야 알았다.
선두가 지치지 않고 방향을 잡아가기 위해서는
그 자리를 혼자 지키는 게 아니라
서로 교대로 교차하고 있다는 것을.

제일 앞에 서는 새는
계속 같은 새가 아니었다.
힘이 빠지면 뒤로 물러나고
다른 새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나는 그걸 너무 늦게 배웠다.

대장은 늘 앞에 서야 한다고,
대표는 대신 맞아야 한다고,
끝까지 남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의심 없이 살아왔으니까.

이제는 안다.
앞에 서는 것도 책임이지만
물러나는 것도 책임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내 삶의 우선이었던 생계보다도
이제는 나의 마음을 우선에 두기로 했다.

철새들의 본능처럼
나의 본질을 찾기로.

아침 공기는 차가웠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상쾌했다.

나는 이제야 그 아이를 다시 만난 기분이다.
앞으로 나가던 아이,
도망치지 않던 아이.

그 아이가 참 대견하고,
그래서 오늘의 내가
유난히 좋다.

2025.12.15
오늘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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