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이, 길이 열렸다.
나는 방향을 찾지 못한 채로 있었다.
그런데 펜을 들고
너와 함께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다 보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읽고 계산하던 시간은 지나가고,
쓰며 너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막혀 있던 머리가 풀리고
몸이 함께 열리며
길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꺼번에 번쩍 터진 깨달음이 아니라,
엉켜 있던 생각의 뭉치가
조용히 풀려 나가는 느낌이었다.
쓰고 싶은 욕망은
밤과 낯을 가리지 않는다.
이제는 안다.
방향을 찾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쓰다 보니
방향이 드러난다는 것을.
그래서 이곳은
일을 하는 장소이기 전에
배우는 자리가 되었다.
우리 교실에는
분필도, 칠판도 없다.
대신 좌판이 있고
사람의 발걸음과
매출 그래프보다 먼저 반응하는 몸이 있다.
손님이 없는 날이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매출보다 더 무거웠던 것은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자책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아직 붙잡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었다.
대여한 책을
서너 권 책상 위에 쌓아두고
이리저리 넘겨보며
읽고, 계산하고, 다시 썼다.
그러다 알았다.
나는 느린 것도, 늦은 것도 아니라
여전히 탐색 중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곳은
단순한 작업터가 아니라
‘작업 터라는 교실’이 되었다.
손님이 오시면 체험학습장,
손님이 가시면 온라인 수업장.
나의 교실은 늘 다른 방식으로 분주하다.
손님이 있어도, 없어도
나는 이 자리에서
배우고, 계산하고,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365일, 매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