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4일 날씨 맑음
아빠!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이야. 매년 초콜릿을 받으면 아빠는 ‘고마워! 사랑해!’ 라며 내 볼에 뽀뽀해 줬지만, 이젠 받을 수 없어. 하지만 울지 않을래. 내가 울면 아빠도 엄마도 슬프잖아. 엄마 말 잘 듣고 씩씩하게 살게. 그러니 아빠도 하늘나라에서 행복해! 사랑해!
“수정아! 수정아!”
엄마가 부르자 얼른 아빠 사진과 일기책을 보물 상자에 넣었어요.
“처음인데 왜 이리 굼떠?”
엄마가 재촉했어요.
“수정아! 맛있게 먹어라.”
할머니가 다정하게 말했어요.
“감사합니다. 할머니.”
난 할머니께 인사하고서 엄마의 따뜻한 밥상을 먹었어요.
나는 엄마가 이렇게 강한 줄 몰랐어요. 몸도 작고 드라마 슬픈 장면에선 꼭 훌쩍훌쩍 울며 모든 걸 아빠의 도움으로 하던 엄마여서 이제 아빠가 돌아가셨으니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았지만, 아니었어요. 아빠 화장한 다음 날부터 ‘내가 알던 엄마 맞나?’ 할 만큼 씩씩하고 밝게 행동했어요.
뭔가 결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아빠가 있었다면 쉬웠을 거예요. 아니, 아빠였다면 시골로 이사 가지 않아도 해결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제일 나은 선택이었어요.
아빠는 작은 편의점 사장이었어요.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져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았어요. 엄마가 걱정이라도 하면 ‘이까짓 것! 금방 이겨낼 수 있어!’ 하고 엄마와 내게 웃으시며 말했어요. 그런 아빠가 과로로 돌아가셨어요.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빚쟁이가 몰려왔어요. 엄마는 하는 수 없이 집을 팔고 시골 외할머니 집으로 이사를 하였어요. 엄마와 나는 아빠가 일구어 놓은 터를 떠날 때 많이 울었어요.
새 학교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어요. 그리 우울한 내게 귀뚜라미가 ‘찌르! 찌르!’ 위로해 주자 밝게 걸었어요. ‘아빠가 하늘에서 보면 슬플 거야!’ 하는 것 같았거든요.
“새 친구를 소개해 줄게.”
여자 선생님이 차분한 목소리로 소개하자 친구들의 눈이 내게로 집중됐어요.
그러자 긴장됐어요.
그러나 용기 내어
“서울에서 온 이수정이라고 해. 모두 친하게 지내!”
밝게 인사하자 친구들은
“반가워! 친하게 지내자!”
박수로 환영해 주었어요.
“수정인 미영이 옆에 앉아라.”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은 나는 혼자 있는 미영이 자리로 갔어요.
“안녕!”
나의 인사에 미영도 눈으로 인사했어요.
공부는 지루해요. 당장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엄마 말 잘 들을게요!’ 아빠와 약속해서 졸린 눈을 비비며 칠판을 보았어요. 엄마의 소원은 내가 공무원이 되는 거래요. 하지만 나의 꿈은 가수예요. 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즐거워했거든요.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자 더 많은 사람이 웃을 수 있도록 가수가 되기로 했어요. 그런 나를 아빠, 엄마도 응원해 주었어요.
그러나 아빠가 돌아가시자 엄마는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을 하라고 해요. 갑자기 변한 엄마를 이해할 수 없어요.
“딩동! 딩동!”
지루한 수업이 끝났어요. 친구들도 답답함을 날려 보내려는 듯 여기저기서 한껏 몸을 펴는 소리가 났어요.
“아하! 끝났다!”
“우리 산에서 놀자!”
친구들이 재잘거려요.
미영이 말해요.
“수정아! 우리도 산으로 가자!”
나는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서울에선 친구들이 학교 끝나면 학원으로 가서 친구들과 놀 수 없었거든요. 나도 학원 한 곳을 다녔어요. 개방적인 엄마, 아빠였지만 그래도 다른 아이랑 뒤처지진 않을까. 염려되어 학원 한 곳을 보냈지만, 가계가 어려워져 그나마 다녔던 학원도 끊었어요.
나는 남는 시간에 노래를 불렀어요. 그리 부른 노래로 어린이 동요대회에서 대상도 받았어요. 처음엔 맘껏 놀고 노래도 해서 좋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심심해졌어요. 그래서 아빠께 ‘학원에 보내주세요.’ 부탁하자. 아빠는 ‘내년에 보내줄게.’ 힘없이 대답했어요. 내 마음이 그늘이 졌어요.
“수정아!”
미영의 소리에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산은 이미 가을 옷으로 갈아입었어요. 울긋불긋한 단풍과 푸른 하늘과 잠자리들 키 큰 해바라기 서울에선 볼 수 없는 모습에 입 벌리며 감탄했어요. 친구들과 즐겁게 놀았어요. 말뚝박기, 자치기, 숨바꼭질로 땀이 흐르자 시냇물로 얼굴을 씻고 또다시 놀았어요. 활기찬 호흡이 내뱉어졌어요. 처음엔 ‘어떻게 하면 친해질까!’ 걱정하던 마음이 바람에 날아갔어요.
그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어요. 그러던 사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갔어요.
“꼬르륵!”
친구들이 배가 고픈가 봐요.
“이제 집에 가자.”
“잘 가!”
다들 작별 인사하고 집으로 향했어요.
집에 도착하자 엄마가 호랑이 눈으로 나를 보았어요. 몸이 굳어졌어요.
“학교 마치면 집으로 와 공부해야지!”
엄마가 불같이 화를 냈어요.
“왜 그래? 서울 선 안 그랬잖아!”
내가 짜증을 냈어요.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
엄마와 나 사이에 찬바람이 쌩~ 불었어요.
엄마와 나의 다툼을 들은 할머니가 말려요.
“그만 좀 해라!”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먹고 침대에 누웠어요. 갑자기 눈물이 흐르자 아빠가 미워졌어요. ‘왜 우리 곁을 떠나선 나와 엄마를 힘들게 하는지.’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고 눈을 질끈 감았어요.
그러자 별들이 반짝거렸어요.
나타난 별들이 말해요. 아빠의 꿈은 우주 비행사였고 지금 우주를 여행하느라 행복하대요.
그리고 부탁했대요. ‘내가 없는 동안 수정이 지켜주라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별들이 제안해요. ‘엄마랑 화해해!’ 나는 고개 끄덕였어요. 하지만 엄마 얼굴을 보며 미안하다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런 내게 별들이 말해요 ‘문자를 보내면 되잖아!’
난 당장 나의 노래와 사과 문자를 보냈어요.
사랑해요. 아빠 엄마
1.
쉼 없이 먹이를 날라주는 아빠 새
우리 아빠 같아요. 세-찬 비바람도
따가운 햇볕도 나를 향한 사랑으로 이겨내요.
그 끝없는 사랑을 보답하려 바르게 자랄-게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아빠.
2.
쉼 없이 따뜻이 품어주는 엄마 새
우리 엄마 같아요. 내 말썽도 투정도
찡그리지 않고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주어요.
그 끝없는 사랑을 보답하려 열심히 공부할게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엄마.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쓴 걸 문자로 보냈어요. 그리고 아빠께 엄마하고 싸운 일과 사과 문자를 보냈다는 일기를 썼어요. 그리고서 꿈나라로 갔어요.
‘일어나!’
자명종 소리에 눈을 떴어요. 해가 나를 웃으며 반겼어요.
“수정아!”
식탁엔 모락모락 피어난 엄마표 밥상이 차려져 있었어요.
“맛있게 먹을게요!”
활기찬 내 소리에 엄마는 방긋 웃어요.
그런 나와 엄마를 할머니가 의아하다는 눈으로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