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또각, 타박타박
“손님이 왔어! 모두 조용히 해!”
할미꽃 장갑이 쉰 목소리로 말합니다.
“오면 뭘 해. 우리에겐 눈길도 안 주는데.”
민들레 장갑이 한숨 쉬자 공감한 아래 칸의 장갑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도 희망을 품어봐!”
할미꽃 장갑이 희망을 심습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아래로 밀려난 장갑에 새겨진 할미꽃과 민들레의 대화입니다. 많은 사람이 왔어도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아래로 밀렸거든요. 아래 칸 장갑들은 화려한 장갑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불만입니다.
“나는 언제 팔리나?”
백인 장갑이 말합니다.
“포기해! 우리는 끝났어. 곧 소각될걸!”
민들레의 공포의 대답에 백인 장갑이 오들오들 떱니다.
그러자 할미꽃 장갑이 “어허!”하고 호통 칩니다.
“할머니! 신경 쓰지 마세요.”
벙어리장갑이 방긋 웃습니다.
“고맙구나.”
할미꽃 장갑의 목소리가 누그려졌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민들레 장갑은 벙어리장갑과 얘기하는 할미꽃 장갑이 신기합니다.
할미꽃 장갑은 벙어리장갑을 처음 보았을 때를 떠올립니다. 열 손가락이 모두 있는 장갑들과 달리 두 손가락만 있는 모습이 친구들에겐 괴물로 보였겠지요. 게다가 언어장애도 있습니다. 벙어리장갑이 ‘어버버버! 어버버버!’하고 친구에게 옵니다. 그건 “친구들아! 같이 놀자.”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장갑들은 “어휴! 끔찍해.” “말도 이상해!” “저리 가!”라며 피했습니다. 벙어리장갑은 서럽고 외로워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울지 마라! 애야!”
할미꽃 장갑이었습니다. 손도 잡아주었습니다. 할머니 손은 따뜻했습니다.
“어버버버! 어버버버!(신경 쓰지 마세요.)”
“고맙다는 게나?”
벙어리장갑은 소리는 들을 수 있어 아니라고 고개를 흔듭니다.
“아니야?”
할머니가 갸웃합니다.
“어버버버! 어버버버!”
할머니가 말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들리겠지.”
벙어리장갑이 울먹입니다.
“난 아가씨, 손을 잡고 싶어”
위칸의 남성용 가죽장갑이 말합니다.
“그런 일은 없어!”
같은 진열대의 분홍 장갑이 톡 쏩니다.
“알고 있다! 꿈도 못 꾸니!”
가죽 장갑이 흘깁니다.
“그러다 정들라 하하! 호호!”
같은 진열대 장갑들이 놀리자 가죽 장갑이 빨개집니다. 분홍 장갑은 더욱 뾰족해집니다.
그런 모습이 부럽기만 한 아래 칸 장갑들입니다. 주인을 찾아갈 수 있으니까요,
“할머니, 저도 주인을 만날까요?”
할미꽃 장갑의 말대로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들렸습니다.
“그럼, 너처럼 예쁜 장갑은 반드시 주인을 만날 거다.”
벙어리장갑이 활짝 웃습니다.
‘너를 누가 산다고.’
민들레 장갑이 비웃습니다.
벙어리장갑의 눈이 축구하는 장갑들에 갑니다. 할머니는 늙었고 벙어리장갑은 손이 두 개라 힘든 놀이는 할 수 없습니다.
‘같이, 놀 것이지.’
할머닌 씁쓸한 마음입니다.
이 모든 건 깊은 밤에 이루어집니다.
“전, 왜 다를까요?”
벙어리장갑이 할머니에게 묻습니다,
“하느님만이 아시겠지.”
할미꽃 장갑이 엷게 웃습니다.
“괴상해서 선택받지 못할 거예요.”
벙어리장갑이 고개를 숙입니다.
“아니야! 누구든 태어난 이유가 있어.”
사춘기인지 부쩍 외모에 신경 쓰는 벙어리장갑이 가엽습니다,
“할머니 잘게요.”
벙어리장갑이 하품합니다.
오늘은 축구를 합니다.
“야! 벙어리장갑에게 패스해.”
해님 장갑의 말을 들은 벌 장갑이 벙어리장갑에게 공을 줍니다.
공을 받은 벙어리장갑은 상대를 이리저리 피하여 순식간에 골을 넣습니다.
“와!”
벙어리장갑 팀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벙어리장갑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흐릅니다.
“해가 떴다! 일어나!”
벙어리장갑이 굽은 손을 짝 늘립니다.
“좋은 꿈이라도 꾸었니?”
해실 거리는 벙어리장갑이 할머니도 좋습니다. 벙어리장갑의 손이 빨개집니다.
“아버지, 이제 헌 장갑들 소각하죠?”
가게 문을 연 아들이 말에 아래 칸 장갑들의 심장이 ‘쿵!’ 내려앉습니다.
아버진 아무 말도 없습니다.
“아버지?”
아들이 재차 묻습니다.
“그렇다면, 새 장갑과 끼워주면 어떠냐?”
헌 장갑이 가여운 아버지가 말합니다.
“그… 그러세요.”
아버지 고집에 아들이 고개를 흔듭니다.
오랜만에 위칸으로 올라온 아래 칸 장갑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홀합니다. 위칸의 공기는 여전히 상쾌하고 전등도 밝고 아름답습니다. 그보다 주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기쁩니다. 그러나 새 장갑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오래된 장갑과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싫은 거지요.
“어휴! 노인 냄새!”
새 장갑들이 투덜거립니다.
민들레 장갑이 “버릇없이!” 하고 발끈합니다.
“할머니도 무슨 말이라도 해 보세요!”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민들레 장갑의 주름이 더 짙어집니다.
새 장갑들이 말합니다.
“사람은 우리를 사는 거야!”
할머니가 천장을 봅니다. 새 장갑의 말이 맞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어떻든 선택받잖아요. 그리고 운이 좋으면 비상 장갑으로 쓰일지도 모릅니다. 아래 칸에 있으면서 뭐든지 감사하는 마음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벙어리장갑은 예쁜 레이스가 달린 여성 장갑과 짝이 되었습니다. 레이스 장갑의 이마에 굵은 주름이 졌습니다.
“하필이면, 벙어리람!”
그 소리에 할머닌 불같이 화를 냅니다.
“그만두지 못해!”
할머니의 불호령에 가게는 시베리아가 되었습니다.
“드르르 “
가게 문이 열렸습니다.
“어머! 원 플러스 원이네.”
딸 얘와 같이 온 아주머니가 미소로 장갑을 고릅니다. 장갑들의 눈이 반짝입니다.
“엄마! 이거!”
아이가 벙어리장갑을 가리킵니다.
“이게 마음에 들어?”
그렇지만 망설입니다. 평범한 사람에겐 레이스 장갑의 비싸기 때문입니다.
‘아줌마에겐, 내가 어울려요.’
레이스 장갑이 애원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아주머니가 어쩔 줄 몰라합니다.
그 모습이 안쓰럽던지 사장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합니다.
“옜다! 벙어리장갑 네게 주마!”
“아니에요.”
아주머니가 손사래 칩니다.
“아이가 귀여워 주는 거예요.”
아이와 아주머니가 인사합니다.
놀라운 광경에 장갑들의 입이 벌어집니다. 레이스 장갑이 벙어리장갑에게 밀린 겁니다.
“할머니, 고마웠어요.”
“건강하게 잘 지내라!”
두 장갑의 눈에서 이슬이 떨어집니다.
“넌, 비싸서 팔리기 어렵겠구나!
주인이 레이스 장갑을 보고 한숨 쉽니다.
할머닌 어떻게 됐느냐고요? 팔렸습니다만, 집으로 가자마자 쓰레기통 신세가 되었답니다. 그렇지만,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묻어가긴 했지만 선택받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