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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심자 Oct 18. 2021

포기하지마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니까

 “아빠 나 건담 만드는 것 좀 도와주면 안 돼?”

 “스스로 해봐 그래야 실력이 늘어”


 내가 다급하게 말하면 아빠는 늘 그렇듯 ‘스스로 해봐’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조립하기 시작한다. 설명서를 쳐다보고 유튜브를 보면서 이리저리 맞춰본다. 그러다 잘못 맞추기라도 하면...상상하는 것만으로 머리가 아파진다. 잘못 맞춘 부분을 뽑다가 실수로 ‘뚝’하고 부러져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어찌나 속상하던지...그래도 아빠가 알려준 접착제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걸로 붙이면 쇠에 자석이 붙듯 어찌나 잘 붙던지 신기할 따름이다. 


 “으~악!”


 나는 건담을 조립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조립이 되지 않을 때는 화가 나기도 한다. 

 엄마, 아빠가 그러듯이...

 간혹 생각한다. ‘왜 내가 이걸 맞추고 있는 거지? 그냥 게임이나 할까?’ 그런 생각이 들면 조립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부품을 손에서 내려놓는다. 그리고 핸드폰을 들고 게임을 하기 시작한다.

 한참 게임을 하고 있으면 ‘포기하지 마’ 어렸을 때부터 아빠에게 들었던 말이 어디선가 환청처럼 귀에 맴돌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어느새 다시 건담을 조립하고 있다. 

 엄마, 아빠가 그러듯이...

 맞추기도 하고, 부러뜨리기도 하고, 다시 붙이는 과정을 반복하며 건담을 완성해 나간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냥 맞출 뿐이다. 


 “와~와! 완성이다!”


 건담을 완성했다. 엄마, 아빠처럼 멋있는 말이 떠오르지 않지만, 완성된 건담은 그냥 멋있다. 

 나는 건담을 조립하는 것을 좋아한다. 

 잘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빠가 하는 말을 좀 알 것 같다. 그래도 아빠가 조금만 도와줬으면 좋겠다. 나는 11살에 어린아이니까.


 악마와 계약을 한 적이 있다. 악마는 힘들 때마다 다가온다. ‘그를 만나서는 안 돼!’라고 생각하면서 악마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인다. 

 악마는 아낌없이 준다. 분명 자신의 것도 아닐 텐데, 제 것인 양 모든 것을 제공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게 달콤하고, 환상적인 맛이 나는 열매를...나를 풍요롭게 하고 당당하게 할 그 열매를 웃으면서 준다. 그것이 나를 파멸로 몰고 갈 수도 있을 텐데, 그런 것 따위는 중요치 않다. 그것은 너무 달콤해서 뱉는 것 따위는 허락되지 않는다. 

 그것을 먹는 순간 나는 악마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또한 악마에게 종속되는 것이다. 악마와 계약 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악마와 계약을 끊기 위해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악마가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나에게 선사한 것이 공짜가 아닌 것은 당연했다. 내가 먹는 것보다 더 갚아야 했고,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 열매를 먹는 순간 나는 악마의 노예가 될 것이라는 것을...하지만 나는 그것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한 번만이야’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몇 달이 지나 열매를 또 먹었다. 점점 그것을 먹는 주기가 짧아졌다. 마치 태양 빛이 내리쬐는 드넓은 사막에서 물을 갈구 하듯 그것을 계속 원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악마가 ‘너 그럴줄 알았어’라고 비웃는 듯 했지만, 나는 어쩔 수 없었다. 


 악마는 원하는 만큼 갚지 못했을 때, 집요하고 무자비했다. 나의 육체는 크고 작은 부상으로 약해지고 서서히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육체는 병들고 있지만, 정신은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다. 

 절대 질 수 없다고, 나는 포기 하지 않겠다고, 나는 이겨 낼 거라고, 나에게는 가족이 있다고...

 이렇듯 돈을 빌린다는 것은 악마와 계약하는 것과 같다.


 빚을 갚는 8년이라는 시간이 괴롭고 고통스러웠으며,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때마다 아들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포기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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