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는 왜 바지락을 보다가 인간을 떠올렸는지
그날 은하는
별생각 없이 조개를 씻고 있었다.
바지락.
그저 바지락일 뿐이었다.
뻘을 파면 나오는 것.
조갯국에 들어가는 것.
채취 대상.
그런데..
갑자기
한 바지락이 눈에 들어왔다.
껍데기 무늬가, 이상했다.
뭐랄까.. 얼룩무늬도 아니고, 줄무늬도 아니고,
기분 나쁜 국어책 필기 흔적 같은 거였다.
그래서 은하는
다른 조개도 씻어봤다.
또 이상했다.
또 하나 씻어봤다.
더 이상했다.
어느 순간 은하는
10개의 바지락을 나열해 놓고
무늬를 관찰하고 있었다.
“왜.. 얘네들은 다… 다르지…?
무늬가 하나도 안 겹쳐..?
심지어, 징그러워 보여.. “
(잠시 조개들에게 미안함 느꼈음)
그때였다.
은하의 머릿속을 스친 한 줄기 의심.
’혹시… 이거.. 사람도 그렇다는 얘긴가…?‘
사람도
다 무늬가 다르고,
심지어 때로는 징그럽기도 하다는
그 무시무시한 깨달음이
갯벌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 바지락도 저렇게 생겼는데..
내 마음도, 내 이력도,
누가 보면 징그러울 수 있지..”
그 순간,
바람이 불었고
바지락 하나가 굴러 떨어졌다.
은하는 무심코 주워 들며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다들 조개일지도 몰라.”
그때, 옆에 있던 마을 어르신이 말했다.
“그거, 그냥 자연산이라 그런겨~
양식은 무늬 다 비슷혀.”
은하는 말이 막혔다.
그리고 그 말을 속으로 되새겼다.
‘양식은… 무늬가.. 똑같다..?
자연산은.. 제멋대로다…
아..
나 지금,
진짜 제멋대로 살아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은하는 자기 팔뚝의 점 세 개를 보며 속삭였다.
“이것도 무늬다.
나는 오늘도, 살아 있는 바지락이다.”
고로, 뇌피셜은 양식이 아니다.
자연산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