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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는 여자

자유로운 영혼이여 페달을 밟아라!  런던은 지금 자출족 시대!

런던의 우리 집은 첼시에 있다.

이 동네를 선택한 이유는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영 앤 리치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각종 문화/예술 시설이 즐비한 아기자기한 거리들이 매력적이기 때문이었다.

역사적으로는 예술 관련 문학도를 많이 배출해낸 동네이기도 하며 (내가 좋아하는 버지니아 울프도 이 동내 출신) 관심 있어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샾들이 많아 실내건축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첼시는 완벽한 동네였다.


첼시의  공기엔 "포쉬"(posh; 영국 사람들이 상류층 스타일을 말할 때 잘 쓰는 단어,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자면 '우아한' 정도?)한 기운이 가득하다. 고급스럽지만 튀지 않는 매력, 그런 꾸안꾸 분위기가 전반적이 다고나 할까?  집값이 비싸기도 하거니와 동네를 걷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도 꾀나 이쁘고 잘생긴, 그래서 그런지 살짝 '잘난 체하는 사람들 동네'라는 평판이 있기도 했지만,  "뭐 어때? 나도 그들과 같이 잘난 척하며 살면 되지? "라는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나는 이 동네를 주저 없이 선택했다.


하지만 솔직히 제일 중요했던 이유는 바로...

"회사에서 최대한 멀리멀리 떨어져 살고 싶어! "

퇴근 후면 회사를 저 먼 흐린 기억 속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그 정도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동네, 회사 안에서의 나와 본연의 나를 분리시킬 수 있는 정 반대의 동네. 그것이 바로 첼시였다.

하지만 단점은 있었으니...

매일 거의 2시간을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덩치 깡패의 영국 남자들 사이에 끼여서 출퇴근을 하는 것. 아침에 이쁘게 차려입고, 세상을 다 가진 자신감으로 한껏 멋을 내고 나오면 뭐해?  생지옥 출근 통근길을 뚫고 책상에 앉을 만하면 벌써 녹초가 돼 버리는데...

'그렇다고 회사를 안 갈 순 없잖아?'


 

6년 전 소호의 작은 TokyoBike 샾에서 산  픽시.  로즈 골드 벨과 하얀 새들과 하얀 타이어, 바구니를 달아 짐 있을 때도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프렌치 그레이 색 자전거이

'그래! 자전거다!'

나는 뉴욕에 있는 내 자전거를 부쳐오기로 했다.


처음엔 생소한 런던의 '우측 핸들 좌측통행법'에 익숙하지 않아 지나가는 택시 아저씨한테 욕을 바가지로 먹기가 번번했다.

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적응해 나갔고, 템스강을 따라 30분간 힘껏 페달을 밟는 매일 아침이 처음엔 조금 숨 가쁘게 느껴졌지만  몸을 맘껏 움직일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맞이 하는 하루 일과는 너무도 상쾌했다.  

난 그 뒤로 런던 어디든 자전거를 이용하는 거리의 무법자가 되었다.







늦은 밤, 런던 브리지, 웨스트민스터 교회가 보이는 템스강을 따라 내려오는 자전거 퇴근길은 나에게 바쁜 생활 속에서 규칙적으로 운동할 수 있게 해주는 PT가 됨과 동시에 회사에서 탈출하여 자유의 나라로 인도 하사 해방의 만세를 부를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메게체가 되었다.

페달을 밟는 순간 뿜어져 나오는 그 엄청난 자유로움에 기뻐 날뛸 수 있는 행복감 또한  자전거 군단만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 어떤 사람은 아예 풀 기어를 장착하고 경주용 자전거로 쌩쌩 달리며 매일같이 생사를 넘나드는 라이딩을 하기도 하지만 나는 슬로우 라이프... 천천히, 최대한 이 경치와 달콤한 자유를 누려가며 페달을 밟는 걸 선호한다.



런던은 이제 어딜 가나 자전거 전용 차선이 있을 정도로 자전거가 대중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공기 오염, 교통 체증을 줄이고 건강도 좋아지는 일석 삼조 임에 틀림없다.  가끔 나이 많은 할아버지들도 자전거를 타는 걸 보며 나도 할머니가 될 때까지 이렇게 자전거로 통근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이런 건강한 자전거 출퇴근이 생활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얼마 전 가족들과 한강을 건너면서 든 생각이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멋진 우리의 한강뷰를 따라 맞이하는 석양에 비친 자전거 퇴근길,  정말 멋질 것 같다.



정인과 게리의 노래 "자전거"가 생각 나는 오후이다.

"해가 지고 다시 어둠이 와도

달려 오 달려

멈추지 마 붉은 노을 따라 달려가

멈추지 마 지금 이 순간

난 너무 좋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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