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당신이라면?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 김지영 옮김 / 모모 배급
만일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시간을 되돌려 그들을 만날 수 있다면? 불의의 사고로 누군가를 잃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볼 수 있는 생각 아닐까. 아무 생각 없이 들어선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놓여 있던 이 책을 나는 단순히 제목만 보고 골랐다. 언젠가 어딘가의 광고에서 이 책 제목과 같은 제목의 드라마인지 영화인지를 광고하는 것이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 당시 광고에도 이 글의 첫 문장이 쓰여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영상 자체는 굉장히 자극적으로 짜여 있어서 사실상 나는 추리나 스릴러 같은 그런 류의 영화인가 생각했었다. 서점에서 책을 발견하고 난 뒤에 아무 생각도 망설임도 없이 집어 들었던 것 같다. 책이 영화나 드라마화가 되는 것이 흔하긴 하지만 영상화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책 내용 자체가 몰입도가 높고 흥미롭다는 이야기 이기도 하니까 선택을 해서 후회할 것 같지는 않았다. 많지 않은 분량의 책을 이틀 만에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참 단순한 내용인 것 같은데도 왜 읽는 중간중간 눈물이 나는지. 선선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책을 읽어서 더 감성적이 되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나의 마음속에도 무언가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서 그랬던 걸까.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한 것 같다. 옆에 있을 때는 모르다가 사라지면 그제야 후회한다. 그때 조금 더 잘해줄걸, 좀 더 상처 입을 말을 하지 말걸. 지난 뒤에 생각해보아야 무엇하겠는가. 하지만 후회가 없는 삶은 반성이 없는 삶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후회'라는 감정은 반성을 일으키는 감정이다. 역사에서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미래를 예측한다는 말이 있듯이 후회는 과거를 생각해 미래엔 할 수 없지만 재발생 시키지는 않게 도와주는 하나의 장치가 아닐까. 이런 감정은 사실 극적인 사고사 같은 상황이 아니라도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한때는 열렬히 사랑했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우리들의 X들. 뜨겁게 사랑한 이후에 찾아오는 이별은 마음 한편을 공허하게 하는 후회를 불러일으키는 순간이다. 다시는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모두들 한 번쯤 그 이별의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적이 있지 않은가. 만약 돌아간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상황이 변하지 않지만 소중한 사람을 다시 볼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차피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고 사고가 일어난 것은 변하지 않는다면 만나서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신선한 반전을 추가해서 더욱 극적인 감동을 일으켰지만, 실제로 저런 상황이 온다면 뭘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아도 나라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 같다. 그저 그들이 내가 보이지 않는 교묘한 사각지대에서 마지막 그 순간을 무언가로 남겨보려고 하겠지. 말은 하나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는 조금 현실적인 사람인지라 지나가버린 일은 다시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 탓도 있다. 혹여 잘못한 일이 있어 미안하다 말하면 뭐하겠는가. 너무 사랑해서 사랑한다 말하면 뭐하겠는가. 이제 다 부질없이 끝인 것을. 그저 마음속에 담아만 두고 손 흔들어 보내주지 않을까. 그리고 그 마음 지닌 채 남은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찢어질 듯 가슴이 아파도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야 한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아파할 그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살아가게 될 것이고 그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을 겪고 울고, 웃고, 행복할 수 있다. 언제나 이런 상황이 닥치면 주변에서 들리는 말, 영화나 드라마에도 자주 나오는 말 '네가 죽는 것보다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떠나간 그들에게 더욱 잘해주는 일이다'. 사후세계가 존재하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있다고 한다면 떠나간 자들은 남은 자들이 잘 살기를 바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다시 처음 했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사람은 참 간사하다고 했었던가. 사후세계가 있으면 아마도 떠나간 이들이 남은 자들이 잘 살기를 바라는 건 꼭 필수적인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성격 성향이 결국 그 영혼에도 담기는 거라면 어쩌면 저주를 하고 있을지도. 한이 서려 이승을 떠돈다 라는 말이 있듯이 남아있는 사람을 괴롭힐지도 모르겠다.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설이기 때문에 그런 장면은 없었지만,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했다면 책을 읽던 중간에 감동이 와장창 깨져서 감정선이 무너졌을지도 모르겠다.
어쩜 이렇게 감동적이고 훈훈한 책을 읽으면서도 삐뚤게만 생각을 하는지. 이것도 어찌 보면 살아온 순간들이 만들어낸 나의 성격일 테지만 가끔은 이런 책을 읽으며 그저 공감하다 울고 이렇게 후기를 남기는 순간에서도 이쁘고 따뜻한 말만 하면 좋을 텐데. 참 그러기가 쉽지 않다. 어찌 되었든 판타지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물론 나는 너무나도 차가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되었지만, 다른 분들이라면 참 마음 한켠 먹먹해지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별을 방금 하고 난 뒤라던가 정말 소중한 사람을 잃은 뒤에는 한 텀 쉬었다 읽는 것이 좋겠다. 안 그래도 통제가 안 되는 마음을 책이 다 헤집어 놔서 힘을 받아야 하는데 힘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