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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Sep 15. 2024

탄실-김별아

김별아/해냄


최초의 여성소설가 김명순을 써 내려간 실존소설 '탄실'. 


1925년 김명순이 서른에 내놓았던 첫 작품집 <생명의 과실>에 실린 머리말은 이러했다.


"이 단편집을 오해받아온 젊은 생명의 고통과 비탄과 저주의 여름(열매)으로 세상에 내놓습니다"


상처에 소금을 뿌린 듯 쓰린 통증이 느껴졌다.

1924년 조선일보에 발표한 시 <유언> 역시 그랬다. 그녀의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유언>
세상이여 내가 당신을 떠날 때
개천가에 누웠거나  들에 누웠거나
죽은 시체에게라도 더 학대하시오.
그래도 부족하거든
이다음에 나 같은 사람이 있더라도
할 수만 있는 대로 또 학대하시오.
그러면 나는 세상에 다신 안 오리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작별합시다.


여자였기에, 기생의 딸이었기에, 성폭력의 피해자임에도 오히려 방탕한 여자로 온갖 조롱과 비난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던 작가 김명순의 지독한  삶이, 끝 모를 절망이, 온몸 구석구석 똬리를 틀었던 외로움이, 들씌워진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몸부림이, 그러나 끝내 정신을 놓아버렸던 그녀가 너무 가여워서 눈물이 났다.

아래는 책 말미에 실린 김별아작가의 말 일부다


『탄실 김명순.
누군가에게는 낯선 이름일 테다. 교과서로  배운 한국 근대 문학은 시간과 위계를 선점한 이들이 명망을 다투는 장이었다. 최초의 자유시는 주요한의 '불놀이', 최초의 서사시는 김동환의 '국경의 밤', 최초의 신소설은 이인직의 '혈의 누', 최초의 장편소설은 이광수의 '무정'... 그 화려한 무대 뒤꼍에 최초의 여성소설가 김명순이 유폐되어 있었다.
(중략)
그리하여 나의 작업은 김명순에게 내리 찍힌 불도장을 지우고 오롯한 작가이자 인간으로서의 그녀를 회복하려는 의도로부터 시작되었다.(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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