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Of The Year
1. 어린 시절엔 볼 게 너무 없어 고민이었는데,
요즘은 볼 게 너무 많아 고민이다.
넷플릭스, 디즈니, 쿠팡 플레이, 왓챠 등
수많은 영화의 홍수 속에서
어떤 영화를 봐야할 지 도무지 고를 수가 없다.
2. 어젯밤도 그런 날이었다.
아내가 놀러 나간 금요일 밤.
침대에 누워 빔 프로젝트를 켰다.
대충 몇 분 보다가 그대로 잠들 계획이었다.
무슨 영화를 볼 지 이리저리 돌리다가
어디선가 본 듯한 포스터를 보았다.
3. <루키>라는 제목과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은 소년.
어린 시절 수십 번도 더 본 영화였다.
우리 집엔 <루키>의 비디오 테이프가 있었다.
그 비디오 테이프는 한글 자막이 없었다.
아마도 자막 없이 영화를 보면 영어를 잘하게 된다는 사이비 교수법에
엄마가 속아서 산 비디오였던 것 같다.
4. 자막 없이 영화를 보면, 영어는 늘지 않는다.
대신 눈치가 는다.
대충 이런 내용이구나 짐작하며 영화를 보았다.
무슨 뜻인지 모르고 봐도 영화는 재밌었다.
5. 어제 드디어 그 영화의 자막을 최초로 보았다.
30분만 보다가 자려고 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5. 야구를 좋아하지만 실력은 형편없던 헨리.
그는 야구장에서 공을 밟고 어깨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다.
그런데 그 사고가 헨리에게 엄청난 기회를 준다.
깁스를 풀고나니 엄청나게 강력한 어깨가 되었고,
시카고 컵스에 입단하게 된다.
6. 지금 봐도 재밌다.
영화가 재밌는지
아니면 자막도 없이 영화 내용을 어림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재밌는지 헷갈린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루키>를 보는 이들에게
비난을 피하기 위한 밑밥이다.
7. 어린 시절 보았던 추억의 영화를
차례대로 봐야겠다.
다음 영화는
<애들이 줄었어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