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지 Apr 26. 2023

반-짝, 반-짝

나랑 대화하기

  내 인생의 반짝이는 순간을 찾으려 가만히 들여다 보다 ‘반짝’이라는 글자를 가만히 들여다 봤다. 반-짝, 반-짝. 어떤 것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빛니는 그 연속 장면을 어찌도 이리 잘 표현했을까? 보통 반짝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빛나는 순간이 생각난다. 그런데 가만히 잘 들여다 보니 빛나기 바로 직전, 찰나의 어두운 순간이 있다. 그 어두운 순간이 있어 다음 빛나는 순간이 더 밝게 보인다. 내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순간도 가장 어두운 순간 바로 다음이었다.


  내가 세상의 모든 답을 알고 있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정답이라고 여겼던 그때, 나는 무너졌다. 내가 얼마나 오만했는지 알게 됐다. 그 오만함으로 여러 사람을 힘들게 만들었다. 창피해서 죽고 싶은 마음이 들 수 도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뭐 그러게 무리도 아니었다. 난 그런 애였으니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았던, 하지만 아닌 척, 착한 척 살았던.


  그 어두운 시기가 지나니 주변에 변함없이 날 지켜봐 주던 사람들이 보였다. 이제 날 못 믿겠다 싶었는데 그들의 믿음 덕분에 내가 다시 나를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의 사랑을 알아차리게 되니 내 인생은 전보다 더 빛났다. 아니, 내 주변에 있던 빛을 발견했다고 해야지. 심하게 반-해서, 감사하게도 크게 –짝 했다. 그걸 깨달은 순간이 내 인생이 가장 반짝였던 때이다.


  이후에는, 눈이 멀지 않기 위해 일상의 반짝임을 발견하며 깨달으며 살아가고 있다. 다이아몬드 같은 번-쩍임은 이제 싫다. 멀미난다. 밝게 빛나기 위해 얼마나 어두워야 하는지 그 간극을 알게 됐다랄까? 이제는 해가 뜨거나 해가 질 때 물 위에 생기는 윤슬처럼 잔잔하게 반짝이고 싶다. 견딜 수 있을 만큼 힘들고 견딜 수 있을 만큼만 빛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