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대화하기
귀를 건들어주니, 여지없이 잠이 드는 구나.
몸은 덜썩 다 큰 딸이 귀지를 파달라고 아양을 떨면 그 모습이 징그러워야 하는데. 왜 이렇게 귀엽니? 가만 보면 나도 참 내가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어. 어쩌겠어 내 딸인데.
그래 내일이면 떠난다고 집을. 곧 떠나보낼 너와 몇 일 전 농사 일을 하는 것 때문에 크게 싸웠지. 나도 그날 왜 그랬는지. 네가 약속을 조정한다는데도 나와의 약속을 소홀히 했다는 괜한 서운함에 화부터 나더라. 그래도 엄마 배려한답시고 약속 다 정리하고 온 너 덕분에 또 화가 금방 풀리고 더 미안해 지더라. ‘지도 얼마나 놀고 싶으면...’하고
맞아. 넌 그런 아이야.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 생각하고 배려하느라 자기꺼 못 챙기고 오히려 당하고 한쪽에서 우는. 한없이 작아지는 너를 볼 때마다 남들과 같이 비려하며 잘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 내가 미울 정도였다니까.
근데, 넌 또 그걸 극복해 내더라. 넌 그런 아이야.
그리고 세월이 흘러 너를 진짜 잃어버리는 줄 알았던 그때. 다시는 우리 큰 딸 못 볼 줄 알았던 그때, 나는 하나님께 기도했어. 제발 이 아이 돌아오게만 해달라고. 다른 건 하나도 바라지 않겠다고. 한참 힘들어하는 널 보며 그리 기도했어.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어. 근데 넌 또 그 아픔을 견디는 걸 넘어 아름다운 것으로 바꿔내더라. 아주 멋지게 극복하더라고. 넌 그런 아이야.
요즘 많이 버겁지. 복지관 일하랴. 집 일하랴. 그렇게 품이 넓던 너의 마음에 한계가 넘어섰나보더군. 괜한 사람들에게 괜한 짜증을 냈다고 집에 와서 후회하더라고. 그 때 또 다시 깨달았어. 넌 그런 아이였지! 하고 너는 품이 넓은 아이라 어쩔 수 없어. 사람들이 너를 찾게 되어있어. 물론!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만큼 상처도 더 받겠지. 어쩔 수 없어. 슬프지만 세상이란 곳은 그렇게 흘러가더라. 그래도 걱정마! 네 특유의 해맑음이 있으니. 철없는 해맑음이 아닌 어떤 것을 맑게 정화시키는 힘을 가진 해맑음 같은 것. 그리고 걱정마라! 이 엄마가 있다. 네 비빌 언덕. 언제든 와라! 쉴 곳이 되어줄테니. 넌 그런 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