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라고 살고있는 30대 여성 일기
우리 엄마는 참새다.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더니, 우리 엄마에게도 늘 들르는 방앗간이 있다.
그래서 참새다.
바로 동네 한가운데 있는 경로당.
아직 경로당에 갈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할머니들 챙겨드린다”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방 한 칸을 얻어 동네 이모들과 논다. 명분은 명분이고, 실제로도 많이 챙기신다. 끼니마다, 제철마다, 맛있는 걸 해다 드린다.
동네 이모들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만나기만 하면 웃음이 터진다. 여름날 문이 활짝 열려 있을 때면 그 웃음소리가 집까지 들린다. 그럴 때 나는 혼잣말을 한다.
“아이고, 오래 건강하게 살겠네 우리 이모들.”
예전에는 아침마다 전화가 왔다.
“혜지야—” 동네에서 우리 엄마를 부르는 이름이다. 그렇다. 이름을 뺏겼다. 이 얘기는 언젠가 꼭 써야지.
“어디냐—”
목적지도 안 묻고, 엄마는 대답한다.
“응, 갈게.”
전화가 아니라 목소리로 직접 사람을 모을때도 있다. 뒷집 이모 텃밭과 이어진 내 방 창문을 향해
“혜지야— 올라와서 커피 마셔라!” 침대에서 아직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내 위에 이모의 샤우팅이 쏵 지나간다. 그 창문은 참 많은 일을 한다. 이것도 언젠가 쓸 것이다.
요즘은 시대가 바뀌었다. 이모들 단체 톡방이 생겼다. 평소엔 그렇게 편한 분들이 단톡방에서는 존댓말을 쓴다.
“커피 드시러 오세요~”
“김치찌개에 밥 드실 분 오세요~” 공지용이다. 왕언니의 한마디에 모두가 “네~” 하고 답한다. 조직력이 짱짱한 단체, 아니면 작은 회사 같다.
바쁠 때는 모이지 못하지만 농한기에는 다르다.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밤에 한 번. 하루에 세 번 만날 때도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일이 생긴다. 동네 잔치는 여기서 시작되고, 시장투어도 여기서 정해지고, 살림에 좋은 게 생기면 공동구매도 여기서 이뤄진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이런 모임은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엄마의 방앗간을 보면서 나는 확인한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돌봄이 생기고, 돌봄이 쌓이면 연대가 된다는 것을.
티격태격하는 일도 있고, 서운한 말이 오갈 때도 있지만 결국 다시 만나 이야기하고, 풀고, 또 다시 어울린다.
그래서 나는 함께하는 힘을 믿을 수밖에 없다.
누가 시골에 사람이 없다고 했던가.
오늘도 북적이는 여기는 아무튼 시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