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민함이 고마웠던 날
"00것의 복지관 이제 다시는 여기 오나봐! 어떻게 사람을 차별해도 그렇게 차별해!!!"
설명절의 신나는 분위기를 내기 위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즐기는 설명절 행사를 했다.
화근은 마지막에 약간은 무질서하게 드리게 된 경품 선물이었다.
다른 분들을 모셔다 드리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렇게 되벼렸나보다.
모셔다 드리고 다시 행사 장소로 돌아오니 어떤 어르신 한분이 로비에서 이제 막 한달이 된 신입에게 큰소리로 항의하고 계셨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분이어서 웃으면서 인사를 드리고 신입선생님께 다른 분들께 인사하라고 보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세요. 저 아시죠?"
"응! 내가 선생님 알지! 근데 나 이놈의 복지관 다시는 안 올거야."
"그래요? 무슨일이 있었데요~ 평소에 온화하시던 아버님이 이렇게 화가 나셨어요~ 집 가시는 길에 같이 이야기 해볼까요?"
밖으로 나가서 보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 더 크게 소리를 내셨다.
사람들이 쳐다봐서 약간 민망했지만, 얼마나 속상하시면 이러실까 싶어서 계속 하시는 말씀에 "맞아요. 왜그러셨데. 제가 없어서 그랬나봐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따라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안오려다가 오랜만에 복지관 관계자가 전화가 와서 늦게라도 한번 둘러보러 생각고 왔는데, 선물을 사회복지사들이 자기랑 친한분들만 챙겨주는 모습에 화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에도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 뭔가, 아버님의 심기를 건들이는 일이 있어 감정이 상해 있었고, 오늘 일을 계기로 그 서운함이 모두 쏟아져 나온 듯하다. 그러면서 계속 반복적으로 "여기 복지관 내가 10년을 넘게 알았는데 우리 집에 오는 사람이 한번 없어!"라고 이야기하셨다. 순간, '아 외로우셨구나!' 싶었다. 그냥 이야기 하고 싶으셨구나 싶었다.
(사실은 아니다. 어르신께는 일주일에 한번씩 방문하는 선생님이 계신다. 하지만...지금 여기서 아버님이 듣고 싶은 건 사실이 아니니까)
고함을 치며 뭐하러 따라오냐고 하는 어르신께
"아버님, 저 그래서 이렇게 혼나러 왔잖아요. 혹시 아버님 댁 근처세요? 저 저기만 얼른 정리하고 댁에 한번 바로 갈게요."
"뭐하러 와! 필요없어!"
"내일부터 설 연휴인데 아버님 이렇게 보내면 마음이 안좋을 것 같아서요."
"됐어. 필요없다니까! 000동, 0000호"
"네? 잘 못알아 들었어요. 천천히 말씀해주세요."
"000호, 0000호"
오지 말라는 말과는 다르게, 바로 동 호수를 알려주셨다.
복지관으로 돌아갔더니 어르신을 응대했던 신입선생님도 마음이 안좋아서 고민중이었다고 했다. 신입선생님께 "우리 욕들으러 가야하는데 괜찮아요? 안괜찮으면 저 혼자 다녀올게요."
무서울 수 있을텐데 우리 신입선생님은 용기있게 동행하겠다고 했다.
알려주신 주소로 가니 분주한 소리가 났다.
"어르신 저희왔어요!"
"어! 거기 앉아!"
어른신이 안내해주신 간이 책상에는
유자차가 들어있는 찻잔이 있었다. 그리고 고구마를 굽느라 분주한 어르신이 있었다.
입으로는 계속 복지관 욕을 하시며, 손으로는 부지런히 우리를 주기위한 고구마를 구워주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어르신이, 저 집에 오라고 해주신 덕분에 아버님 웃는 얼굴도 보네요. 이 얼굴 봐서 저 오늘 발뻗고 잘 수 있겠어요." 라고 하니 활짝 웃으셨다.
내 예민함이
참 다행인 하루였다.